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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트롯 걸즈 재팬 릴레이콘서트 1박 2일 — ‘에필로그’ 방향이 뒤집힌 이틀, 그리고 남은 것들

25일은 공연의 날이었다. 마코토의 공연을 보고, 계단을 뛰어 올라가 카노우 미유의 공연 입장을 기다리고, 선착순이라는 구조 속에서 자리와 순서를 계산해야 했다. 공연을 보기 위해 뛰는 이 장면 자체가, 이 공간의 성격을 정확히 보여준다.

올패스로 시작된, 비어 있는 첫날

이번 일정은 처음부터 조금 비틀린 상태로 출발했다.

올패스를 끊었지만, 5월 24일에는 공연을 하나도 보지 못했다. 릴레이 콘서트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고, 이틀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경험하는 구조였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공연장 근처까지 와 있었고, 살롱 문보우 앞을 몇 차례나 오갔지만, 결국 무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하루가 흘러갔다.

그 대신 카페에 앉아 일을 했고, 노트북 화면과 공연장 앞 풍경을 번갈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공연을 보러 온 날에 공연을 보지 못한다는 상황은 분명 아이러니했지만, 이상하게도 완전히 허무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이 이틀짜리 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공백’ 같은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이 아니라, 흐름을 기다리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올패스를 끊은 이유는 단순했다. 카노우 미유의 공연을 가장 좋은 자리에서 보고 싶었고, 그 선택지를 유지하려면 다른 선택지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24일은 아무것도 얻지 못한 날처럼 보일 수 있지만, 25일의 모든 장면은 이 하루 위에 얹혀 있었다. 이틀은 분리된 일정이 아니라, 이미 하나의 덩어리였다.


우리가 항상 가던 방향과 반대쪽에서

이번 일정이 더 인상적으로 남은 이유는, 공연 자체만은 아니었다. 그동안의 경험과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갔기 때문이다.

늘 우리는 일본으로 갔다. 도쿄, 오사카 등의 도시로 공연을 보기 위해 이동했고, 낯선 동선과 언어 속에서 스스로를 조정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일본에서 사람이 한국으로 왔다. 공연을 보기 위해 건너온 쪽이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역할도 바뀌었다.

공연장 위치를 설명하고, 이동 동선을 정리하고, 식당을 고르고, 늦은 시간까지 함께 움직였다. 늘 도움을 받던 입장에서, 이번에는 누군가를 챙기는 쪽에 서 있었다. 이 변화는 특별히 선언되지 않았지만, 식당 테이블에 둘러앉았을 때 분명하게 느껴졌다. 상황이 뒤집혔다는 감각.

그 변화가 어색하지 않았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마치 이 방향 역시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오게 되어 있었던 것처럼. 반복되던 패턴이 한 번 뒤집힌 날은, 그래서 더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공연을 중심으로 다시 정렬된 하루

25일은 공연의 날이었다. 마코토의 공연을 보고, 계단을 뛰어 올라가 카노우 미유의 공연 입장을 기다리고, 선착순이라는 구조 속에서 자리와 순서를 계산해야 했다. 공연을 보기 위해 뛰는 이 장면 자체가, 이 공간의 성격을 정확히 보여준다.

마코토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이 한꺼번에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고 나 역시 그 흐름에 섞였다. 덕분에 4번째로 입장할 수 있었고, 이어지는 폴라로이드 촬영권도 겨우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선착순 10장.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구조는 피곤하다. 동시에, 이 공연이 얼마나 ‘목적지’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분명히 보여준다. 누군가는 앞자리를 위해 다른 공연을 포기했고, 누군가는 올패스를 끊었고, 누군가는 계단을 뛰었다. 그 모든 선택이 카노우 미유의 무대 하나로 수렴했다는 점에서, 이 날의 중심은 명확했다.


폴라로이드, 짧은 대화, 그리고 마무리

공연이 끝난 뒤 이어진 폴라로이드 촬영은 일본에서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한 번에 한 명씩 들어가서 촬영하는 구조였고, 빠르게 처리하기보다는 짧게나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이 점이 오히려 더 인상적이었다.

마코토는 이번에도 내 머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익숙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2024년 12월 9일 긴시초에서 찍었던 사진이 밈처럼 돌았다는 이야기도 전할 수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설명이 가능했고, 반응이 돌아왔다는 점에서 충분했다.

이어진 미유와의 촬영에서는 포즈를 정할 수 있는 시간도 주어졌고, 6월 후쿠오카 공연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사진 한 장, 몇 마디의 대화. 하지만 그 밀도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공연과 공연 사이를 잇는 작은 연결점처럼 남았다.

공연장을 나서는 길에는 팬들이 모여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고, 그렇게 이 날의 공식적인 일정은 끝이 났다. 무대 위의 장면보다, 그 이후의 풍경이 더 오래 남는 날도 있다. 이 날이 그랬다.


동선 정리 — 이틀의 흐름을 다시 놓아보면

이번 일정의 동선은 복잡하지 않았지만, 반복과 대기가 많았다.

이 동선은 관광이나 여행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었기에, 효율보다는 ‘가까움’을 기준으로 짜여 있었다. 공연장을 중심으로 반경이 형성되었고, 모든 선택은 그 주변에서 이루어졌다. 이 단순한 구조가 오히려 이번 기록을 명확하게 만들었다.


다시 돌아보면

이틀짜리 일정이었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긴 하루처럼 느껴진다.

첫날의 공백, 둘째 날의 밀도, 그리고 뒤집힌 위치. 공연을 보기 위해 선택한 올패스, 보지 못한 공연, 그리고 결국 가장 보고 싶었던 무대.

이번 기록은 공연 하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반복되던 패턴이 한 번 어긋났던 순간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늘 일본으로 가던 사람이 한국에서 공연을 보고, 늘 도움을 받던 사람이 누군가를 챙기고, 늘 일정이 꽉 찼던 날에 공백이 생겼다.

이 어긋남 덕분에, 오히려 흐름은 더 또렷해졌다. 그리고 이런 날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다음에는 다시 우리가 일본으로 갈지도 모른다.
아니면 또 누군가가 한국으로 오게 될지도 모른다.
방향이 어디로 향하든, 이 이틀은 분명히 기준점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