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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싱가포르 여행 — 프롤로그

작은 도시국가라는 설명이 무색할 만큼 시스템은 잘 정돈되어 있었고, 치안에 대한 걱정은 거의 들지 않았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서도 불안함을 느끼지 않았고, 거리 전체가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인상이 강했다. 엄격한 법 집행이라는 설명보다, 이미 생활 속에 정착된 질서처럼 보였다.

우연처럼 시작된 해외의 첫 일정

이 여행은 처음부터 계획되어 있던 일정은 아니었다.

티스토리와 싱가포르 관광청, 그리고 카카오 모바일 여행 서비스 ‘트래블 라인’이 함께 진행한 이벤트를 통해, 다섯 명의 티스토리 블로거를 선정해 싱가포르로 초청하는 프로젝트가 공지되었다. 오랜만에 티스토리 자체에서 진행하는 해외 여행 이벤트였고, 마감일까지 시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냥 지나치기에는 묘하게 눈길이 갔다.

응모는 가볍게 했지만 결과는 의외로 빠르게 나왔다.

티스토리에서 선정한 다섯 명 중 한 명으로 이름이 올라 있었고, 그렇게 싱가포르로 향하는 일정이 확정되었다. 3월 4일 토요일 출국, 3월 8일 아침 귀국. 3박 5일이라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항공권과 숙박이 지원되는 여행이라는 점에서 이 시간은 쉽게 흘려보낼 수 없는 기회처럼 느껴졌다.


‘여행’이 아니라 ‘기록’이 전제된 시간

단순히 쉬다 오는 여행이었다면 일정은 훨씬 느슨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여행은 블로거 초청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그만큼 보고 느낀 것을 정리해 공유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그래서 싱가포르에 머무는 동안은 가능한 한 많은 곳을 돌아보고, 많은 장면을 눈에 담으려 했다. 체력이 허락하는 선에서 쉬지 않고 움직였고, 이동 동선도 자연스럽게 촘촘해졌다.

블로그를 운영한 지도 어느덧 9년 차에 접어들 무렵이었다.

국내 여행지는 비교적 많이 다녀왔지만, 이상하게도 해외여행은 계속 미뤄오고 있었다. 언젠가는 가게 되겠지, 라는 마음으로. 이번 싱가포르 일정은 그런 나에게 처음으로 주어진 해외 여행이었고,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접근하게 된 여행이기도 했다.


작지만 밀도 높은 도시,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생각보다 안정적인 도시였다.

작은 도시국가라는 설명이 무색할 만큼 시스템은 잘 정돈되어 있었고, 치안에 대한 걱정은 거의 들지 않았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서도 불안함을 느끼지 않았고, 거리 전체가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인상이 강했다. 엄격한 법 집행이라는 설명보다, 이미 생활 속에 정착된 질서처럼 보였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이 도시가 가진 문화적 밀도였다.

공용어처럼 영어가 사용되지만, 그 안에는 각자의 문화가 분명히 살아 있었다. 한두 블록만 이동해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고, 중국 문화, 아랍 문화, 인도 문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아쉽게도 일정상 리틀 인디아를 직접 방문하지는 못했지만, 싱가포르라는 도시가 가진 다층적인 구조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화려함과 생활감이 공존하는 풍경

싱가포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마리나 베이 일대의 야경일 것이다.

실제로 그 풍경은 사진으로 보던 것 이상으로 인상적이었고, 도시국가가 만들어낼 수 있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조금만 중심에서 벗어나면, 아직 재건축이 진행 중인 구역이나 다소 오래된 건물들도 쉽게 마주할 수 있었다.

도심 한가운데에서도 서로 다른 시간대의 건물들이 공존하고 있었고,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 모습도 자주 보였다. 작고 좁은 나라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는 인상. 싱가포르는 이미 완성된 도시라기보다는,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는 도시처럼 느껴졌다.


즉흥적인 동선, 계획 없는 이동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구체적인 일정표를 만들지는 않았다.

주요 지역 정도만 머릿속에 그려두고, 나머지는 현장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원래 여행을 그렇게 하는 편이기도 했다. 직접 가서 지도를 보고, 호기심이 가는 방향으로 이동하는 방식. 싱가포르에서도 그 흐름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날의 컨디션과 분위기에 따라 동선이 바뀌었고, 그래서 예상하지 못한 장면들이 더 많이 남았다. 3박 5일이라는 시간은 분명 짧았지만, 그 안에 담긴 경험의 밀도는 생각보다 높았다. 싱가포르에 머무는 시간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도시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얼굴을 보여주었다.

이 프롤로그는 그렇게 시작된 여행의 첫 페이지다. 이제부터는 사진과 기억을 하나씩 정리하며, 2017년 3월의 싱가포르를 차례로 기록해 나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