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WL Magzine Korea

도쿄 여행 — 칸다 묘진홀, 카노우 미유 & 마코토(시스) 전국투어 마지막 날

그리고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이 공이 단순히 마지막으로 던져진 공이 아니라는 것을. 미유가 메시지를 적으며 가장 먼저 사인을 했던 첫 번째 공이었다. 순서상으로는 시작이었지만, 내게는 끝에서 도착한 물건이었다. 전국투어의 마지막 공연, 마지막에 던져진 공, 그리고 처음으로 만들어진 사인. 우연처럼 이어진 순서가 묘하게 맞물려 있었다.

이번 칸다 묘진 공연은 단순히 일정표에 적힌 공연 하나가 아니었다. 도쿄·나고야·오사카로 이어진 시스(SIS/T) 전국투어의 마지막 공연이었고, 그동안 이어져 온 흐름이 실제로 끝나는 날이었다. 그래서 공연장 주변의 분위기부터 이전 공연들과는 미묘하게 달랐다. 사람들은 공연을 ‘보러’ 온 느낌이라기보다, 마지막 장면을 함께 지켜보러 온 표정에 가까웠다. 공연 시작 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각이었는데도 칸다 묘진 경내에는 이미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들고 있었다.


입장 대기 — 공연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공연 시작은 오후 4시 30분이었지만, 체감상 공연은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공연장 안에서 음악이 울리기 전, 칸다 묘진 경내 한쪽에 줄이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이미 그날의 흐름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3시 30분 무렵, 스태프들이 나와 입장 번호 순서대로 관객들을 세우기 시작했고, 그때까지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한 방향으로 모였다. 누구도 크게 떠들지 않았지만, 대기 줄이 길어질수록 공기의 밀도는 조금씩 달라졌다. 단순히 줄을 서 있는 상황이 아니라, 모두가 같은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는 감각이 공유되는 순간이었다.

일본 공연의 특징 중 하나는, 이 대기 과정 자체가 공연의 일부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가장 현실적인 문제들이 여기서 결정된다. 어느 정도 위치에서 입장하게 되는지, 무대와의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시야가 확보되는지 같은 것들이다. 특히 지정좌석이 아닌 공연에서는 입장 순서가 곧 공연 경험을 좌우한다. 그래서 줄을 서 있는 동안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번호표와 앞사람의 등에 번갈아 가며 머문다. 표정은 차분하지만 모두 계산을 하고 있다. 몇 번째쯤에서 들어갈 수 있을지, 어느 열까지 남아 있을지, 가운데 자리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는지 같은 것들이다.

이번 공연의 티켓은 티켓보(TICKET BOARD)를 통해 구입했다. 당첨 여부 자체가 추첨으로 결정되는 구조였고, 입장 번호 역시 별도로 랜덤 배정이었다. 즉, 티켓을 확보하는 것과 좋은 번호를 받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결과적으로 필자의 입장 번호는 22번. 아주 앞 번호는 아니었지만, 공연장 규모를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위치에 해당하는 번호였다. 1열 중앙을 확정할 수 있는 번호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2열 중심부 정도는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계산이 섰다.

줄을 서 있는 동안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 보였다. 앞쪽 번호를 받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표정이었고, 뒤쪽 번호를 받은 사람들은 이미 어느 쪽 통로로 들어가야 조금이라도 앞자리를 노릴 수 있을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누군가는 무대 배치를 미리 확인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지난 공연에서 어느 쪽 시야가 더 좋았는지 공유하고 있었다. 공연에 대한 기대와 동시에, 현실적인 전략 회의가 이루어지는 공간이 바로 이 입장 대기 줄이었다.

한국에서 온 관객들 사이에서도 자연스럽게 번호 이야기가 오갔다. 그날 한국에서 온 사람들 중에서는 필자의 22번이 가장 빠른 번호였다.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30번대에서 50번대 사이의 번호를 받았고, 그래서인지 모두가 필자의 위치를 기준으로 대략적인 앞열 마감 시점을 가늠하고 있었다. “2열은 확실히 들어가겠네”라는 말이 나왔고, 그 말 한마디가 공연 전 긴장을 조금 누그러뜨렸다. 아주 앞줄을 놓쳤다는 아쉬움과 동시에, 적어도 공연을 안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안도감이 공존하는 상태였다.

줄은 조금씩 앞으로 움직였다. 크게 변하는 것은 없었지만, 한 걸음씩 이동할 때마다 공연이 현실로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가장 긴 시간은 무대 앞에 앉아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바로 이 입장 직전의 대기 시간이다. 아직 공연은 시작되지 않았고 멤버들도 보이지 않지만, 이 순간이 지나면 되돌릴 수 없는 하루가 시작된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짧지 않은 기다림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공연이 시작되기 전, 하루의 감정이 가장 또렷하게 쌓이는 구간이었다.


공연장 입장과 자리 선택

입장 순서가 가까워지자 줄의 움직임이 조금 빨라졌다. 입구 앞에 도착하니 라이브하우스 공연에서 빠지지 않는 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드링크 티켓 구매였다. 일본의 라이브 공연장은 대부분 입장 시 음료 구매가 의무인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600엔을 내고 티켓을 받은 뒤, 바로 카운터에서 음료로 교환해야 입장이 가능했다. 형식상 ‘구매’지만 사실상 입장료의 일부 같은 개념이라 이제는 낯설지 않았다.

무엇을 마실지 고민할 시간도 길지 않았다. 공연이 먼저였기 때문에 가장 빠르게 받을 수 있는 물을 선택했다. 손에 작은 생수병 하나를 들고 공연장 안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바깥에서 줄을 서던 시간과는 전혀 다른 공기가 느껴졌다. 밝았던 경내의 공기와 달리 실내는 조명이 낮게 떨어져 있었고, 아직 음악이 흐르지 않았음에도 공간 전체에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특유의 정적,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정적이 아니라 곧 무언가가 시작될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 종류의 침묵이었다.

객석에 들어서는 순간부터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판단이 시작된다. 이제는 ‘관객’이라기보다 ‘자리 선택자’에 가까웠다. 앞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이미 1열은 빠르게 채워지고 있었다. 중앙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고, 좌우 끝자리만 드문드문 비어 있는 상태였다. 잠깐 멈춰 서서 무대를 바라보며 계산을 했다. 무대의 높이, 스피커 위치, 조명 각도, 그리고 앞사람의 키까지 모두 고려해야 했다. 단순히 앞줄이 좋은 것이 아니라, 어떤 각도에서 보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1열 측면을 포기하고 2열 중앙 쪽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선택이었다. 너무 가까우면 오히려 무대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고, 측면에서는 멤버들의 동선이 끊겨 보인다. 2열 중앙은 무대 전체를 자연스럽게 바라볼 수 있는 위치였고, 실제로 앉아보니 시야가 안정적으로 확보되었다. 무대와 객석 사이에는 안전바가 설치되어 있었고, 몇몇 팬들은 미리 준비해온 슬로건과 응원 문구를 조심스럽게 걸어두고 있었다. 아직 공연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공간 자체가 이미 공연의 일부처럼 작동하고 있었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그제야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관객들은 대부분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더라도 낮은 목소리로 짧게 주고받는 정도였고, 누군가는 조용히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고, 누군가는 응원봉을 확인하거나 카메라 설정을 점검하고 있었다. 공연 직전의 공간이지만 소란스럽지 않았다. 일본 공연 특유의 분위기였다. 떠들썩한 기대라기보다, 조용히 집중이 모여가는 느낌에 가까웠다.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오며 객석은 점점 채워졌다. 빈자리가 줄어들수록 웅성거림도 자연스럽게 낮아졌다. 공연 시작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이미 관객들의 시선은 대부분 무대 쪽을 향하고 있었다. 누구도 시작을 재촉하지 않았고, 누구도 지루해하지 않았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이미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의 상태에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순간부터는 실제 음악이 울리기 전까지의 시간도 공연의 일부로 느껴졌다.


공연 시작 — 촬영 금지가 만든 집중

객석 조명이 서서히 낮아지기 시작했다. 대화 소리는 자연스럽게 줄어들었고, 방금 전까지 이어지던 작은 웅성거림도 거의 동시에 멎었다. 별다른 안내가 없었는데도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이제 시작이라는 것을. 무대 뒤쪽에서 조명이 한 번 바뀌고, 스피커에서 짧은 음향 체크음이 흘렀다. 그 순간 공연장의 공기가 한 단계 가라앉았다.

그리고 멤버들이 무대에 등장했다.

이번 공연은 시작 전부터 사진과 영상 촬영이 전면 금지라는 안내가 반복되었다. 처음에는 아쉬움이 먼저 들었다. 한국에서 공연을 볼 때는 한두 장 정도는 기록을 남기게 마련이고, 특히 일본까지 와서 보는 공연이라면 더더욱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공연이 몇 곡 지나기도 전에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카메라를 들고 있을 때의 관람은 생각보다 분산된다. 좋은 장면을 찾고, 구도를 맞추고, 흔들리지 않게 손을 고정하는 동안 실제 무대는 부분적으로만 들어온다.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화면으로 확인하게 되고, 노래를 듣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기록’을 하고 있게 된다. 그런데 촬영이 불가능해지자 선택지가 사라졌다.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무대를 그대로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시선이 자연스럽게 고정되었다.

무대 위의 동선, 표정의 변화, 조명의 색이 바뀌는 타이밍까지 이전보다 훨씬 또렷하게 들어왔다. 박수를 치는 타이밍도 화면이 아니라 음악을 기준으로 맞춰지기 시작했다. 공연이 ‘남길 장면’을 찾는 시간이 아니라 ‘지금 일어나는 것’을 따라가는 시간이 되었다. 기록은 남지 않지만 대신 기억의 밀도가 높아졌다. 공연이 파일이 아니라 경험으로 남는 구조였다.

이날 멤버들이 입고 등장한 의상도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핑크 계열이었지만 색을 미묘하게 나누고 있었다. 카노우 미유와 마코토는 연한 톤의 핑크, 아사히 아이와 타라 리호코는 더 짙은 색의 핑크였다. 같은 계열 안에서 톤을 분리해 네 명의 위치가 자연스럽게 구분되었고, 무대 위에서 움직일 때 서로의 존재가 겹쳐 보이지 않았다. 특별히 화려한 장식이 있는 의상은 아니었지만, 전국투어 마지막 공연이라는 의미를 강조하려는 선택처럼 보였다. 새로운 시작이라기보다, 한 단락을 정리하는 무대에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공연 초반은 일본 곡 커버 위주로 이어졌다. 한국 관객 입장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곡들이 많았고, 처음에는 반응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객석을 조금만 둘러보면 흐름을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일본 팬들은 어느 부분에서 박수를 치고, 어디서 구호를 넣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 리듬을 따라가게 되었고, 공연의 박자가 객석 전체로 퍼졌다.

곡이 몇 개 더 이어지자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무대를 ‘이해하려고’ 보는 단계에서 ‘함께 따라가는’ 단계로 넘어간 느낌이었다. 그리고 익숙한 곡들이 하나씩 등장하면서 객석의 반응도 달라졌다. 앞부분에서는 조용히 집중하던 관객들이 점점 더 크게 반응하기 시작했고, 응원의 밀도도 확연히 높아졌다. 공연의 온도가 천천히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 체감되었다.


솔로 무대 — 공연의 온도가 바뀌는 순간

단체곡들이 이어지며 공연의 흐름이 안정적으로 올라간 뒤, 무대 조명이 한 번 어두워졌다. 곡과 곡 사이의 짧은 공백이었지만, 그 순간 객석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단순히 다음 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공연의 결이 바뀌는 구간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 듯했다. 이어진 것은 각 멤버의 솔로 무대였다.

카노우 미유가 선택한 곡은 마츠다 세이코의 「유리색의 지구(瑠璃色の地球)」였다.

전주가 시작되자 객석의 반응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조금 전까지 박수와 환호가 이어지던 분위기에서 갑자기 소리가 사라졌다. 누군가가 조용히 하라고 말한 것도 아니었는데, 자연스럽게 정적이 만들어졌다. 서 있던 사람들 중 일부는 자세를 바로 잡았고, 움직이던 손도 멈췄다. 라이브 공연에서만 나타나는 집중의 정적이었다.

이 곡에서 미유의 노래 방식도 달라졌다. 이전 곡들에서는 동작과 제스처가 비교적 크게 사용되었다면, 이 곡에서는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마이크를 두 손으로 잡고 정면을 바라보며 노래를 이어갔다. 고음을 밀어붙이기보다 길게 호흡을 끌고 가는 방식이었고, 음을 강조하기보다는 문장을 이어가는 쪽에 가까웠다. 객석은 반응하기보다 듣는 쪽을 선택했고, 그래서 오히려 공연장이 더 크게 느껴졌다. 공간이 넓어진 것처럼 소리가 퍼져나갔다.

박수도 노래가 완전히 끝난 뒤에야 나왔다. 중간에 끊기지 않는 박수였다. 누군가 먼저 시작한 것이 아니라, 마지막 음이 완전히 내려앉은 뒤 거의 동시에 터져 나왔다. 이 곡 하나로 공연의 온도가 분명히 내려갔다. 에너지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방향이 바뀌었다고 하는 편이 맞았다.

이후 다른 멤버들의 솔로 무대도 이어졌다. 타라 리호코는 「TAXI」를 열창했고, 마코토와 아사히 아이 역시 각자의 곡으로 무대를 채웠다. 구성 자체는 서로 달랐지만 전체적으로 잔잔한 곡 위주였고, 객석은 환호보다는 감상에 가까운 태도를 유지했다. 단체곡에서의 반응형 공연이 잠시 멈추고, ‘듣는 시간’으로 전환된 구간이었다.

이렇게 공연의 흐름은 한 번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솔로 무대가 끝나고 단체곡으로 돌아오자 객석의 반응은 확연히 달라졌다. 이미 한 번 감정의 호흡을 정리한 뒤였기 때문인지, 처음보다 훨씬 빠르게 분위기가 살아났다. 특히 「사랑의 배터리」 일본어 버전이 시작되자 객석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돌아왔다. 방금 전까지 조용히 듣고 있던 사람들이 다시 손을 들었고, 박자의 움직임도 다시 커졌다.

이어진 「DING DONG ください」에서는 완전히 공연의 흐름이 회복되었다. 앞부분의 집중이 공연의 긴장을 만들었다면, 이 구간은 공연의 해방에 가까웠다. 응원의 타이밍이 맞아들어가기 시작했고, 객석과 무대의 거리감도 줄어들었다. 처음보다 더 자연스럽게 반응이 이어졌고, 공연장은 다시 라이브하우스 특유의 밀도를 되찾았다.

체감 시간은 짧았다. 실제로는 여러 곡이 이어진 구간이었지만, 흐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한 덩어리처럼 지나갔다. 단순히 곡 수가 많은 공연이 아니라, 완급이 분명하게 설계된 공연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한 번 가라앉았다가 다시 끌어올리는 구조 덕분에, 공연의 후반부로 넘어갈 준비가 이미 끝나 있었다.


앵콜 — 공연이 끝나지 않는 시간

메인 공연의 마지막 곡이 끝나자 조명이 완전히 꺼지지는 않았다. 무대가 어두워졌지만 객석의 긴장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객석 여기저기에서 박수가 이어졌고, 곧 “앵콜”이라는 외침이 자연스럽게 퍼졌다. 일본 공연의 특징인데, 한국 공연처럼 큰 함성이 한 번에 터지는 방식이 아니라 박수가 일정한 리듬으로 계속 이어진다. 누군가 소리를 크게 내기보다, 모두가 같은 속도로 기다리는 느낌에 가까웠다. 공연이 끝났다는 인식보다 “아직 남아 있다”는 분위기가 더 강했다.

그 기다림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조명이 다시 켜지고 멤버들이 무대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아까까지 입고 있던 무대 의상이 아니었다. 청바지와 검은색 티셔츠 차림이었다. 화려한 무대복에서 일상적인 옷으로 바뀐 모습은 단순한 의상 교체 이상으로 느껴졌다. 공연 속의 인물이 아니라, 방금까지 공연을 하고 내려온 사람들이 다시 올라온 것 같은 인상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마지막 공연이라는 현실감이 더 또렷해졌다. 축제의 클라이맥스라기보다, 하루가 끝나가는 시간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객석의 반응도 메인 공연 때와는 달랐다. 환호가 줄어든 대신 웃음과 대화 같은 소리가 조금씩 섞였다.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인사를 건네는 느낌이었다. 멤버들도 무대 위에서 조금 더 편하게 움직였고, 멘트도 길어졌다. 완벽한 무대를 보여주는 시간이라기보다, 공연이 끝나기 전 마지막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구간에 가까웠다.

앵콜 곡들은 메인 공연처럼 강하게 밀어붙이는 구성은 아니었다. 오히려 여운을 남기는 방향에 가까웠다. 관객도 더 이상 자리 경쟁이나 시야를 의식하지 않았고, 단순히 그 공간에 머무르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노래 사이사이 멤버들이 서로 눈을 마주치며 웃는 장면이 보였고, 객석에서도 그 장면에 자연스럽게 반응이 이어졌다. 공연을 ‘보는’ 시간이 아니라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시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곡이 끝난 뒤에는 멤버들의 소감이 이어졌다. 전국투어 마지막 날이었기에 이야기의 길이도 자연스럽게 길어졌다. 각 멤버들이 순서대로 말을 이어갔고, 관객은 중간에 끼어들지 않고 끝까지 듣는 분위기였다. 말의 내용보다 그 시간을 함께 듣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더 크게 느껴졌다. 공연장에서 가장 조용한 시간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집중된 시간이기도 했다.

그 순간, 공연은 이미 끝났는데도 끝나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무대 위 조명은 그대로였고, 객석도 그대로 앉아 있었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처음 입장할 때 느꼈던 긴장감도, 공연 중반의 열기도 아니라, 무언가를 정리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에 가까웠다. 누군가는 손에 쥔 티켓을 다시 접어 넣었고, 누군가는 마지막 멘트를 놓치지 않으려 고개를 들고 있었다. 공연의 절정은 이미 지나갔지만, 사람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앵콜은 공연의 추가 구성이 아니라, 공연이 현실로 돌아오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노래가 끝나고 멤버들이 마지막 인사를 했을 때, 환호보다 박수가 먼저 나왔다. 크게 터지는 소리 대신 길게 이어지는 박수였다. 모두가 같은 타이밍에 끝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처럼 들렸다. 그때 비로소, 공연이 정말로 끝났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사인볼 이벤트 — 예상하지 못했던 마지막 장면

공연이 거의 마무리되는 분위기에서 마지막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카노우 미유가 작은 공 상자를 들고 무대 위로 올라왔다. 처음에는 무엇인지 잘 보이지 않았는데, 가까이 보니 멤버의 사인과 짧은 메시지가 적힌 사인볼이었다. 이번 전국투어에서 진행하기로 했던 이벤트였다. 멤버들이 직접 메시지를 적은 공을 객석으로 던지는 방식이었다.

총 10개. 숫자를 듣는 순간 객석의 공기가 눈에 띄게 바뀌었다. 노래를 듣고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긴장감이었다. 공연을 감상할 때의 집중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모두가 아주 현실적인 기대를 품고 있었다. 공연장은 좌석 공연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거의 스탠딩에 가까운 분위기가 되었다. 다들 자리에서 몸을 앞으로 기울였고, 어디로 공이 날아올지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공이 날아갔다. 예상보다 멀리 날아가 뒤쪽에서 환성이 터졌다. 두 번째, 세 번째도 비슷했다. 생각보다 공의 궤적이 높았고, 앞줄보다 오히려 중간 지점으로 많이 떨어졌다. 그때부터 모두가 이해했다. ‘앞쪽이라고 해서 유리한 건 아니구나.’

공은 계속 던져졌고 몇 번이나 내 근처까지 날아왔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았지만 항상 조금씩 빗나갔다. 손끝을 스치고 지나가거나, 바로 앞자리에서 잡히거나, 바로 뒤로 떨어졌다. 그때마다 객석에서는 짧은 탄식과 환호가 동시에 터졌다.

공이 하나씩 줄어들수록 오히려 마음은 차분해졌다.

‘아, 오늘은 아니겠구나.’

이런 이벤트는 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잡겠다는 생각보다, 마지막까지 지켜보자는 쪽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마지막 한 개가 남았다.

미유가 마지막 공을 손에 들고 잠시 객석을 바라봤다. 어디로 던질지 고르는 듯한 짧은 정적이 있었고, 그 다음 순간 공이 날아왔다. 방향이 보였다. 이번에는 분명 내 쪽이었다.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정확히 내 손에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공은 내 바로 앞쪽으로 떨어졌고, 앞줄에 있던 관객과 동시에 손이 닿았다. 서로 같은 공을 잡은 상태가 됐다. 누가 먼저 잡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애매한 상황이었다. 체감상 나는 손끝만 걸친 정도였고, 상대방이 대부분을 잡은 상태였다. 잠깐 멈칫하는 순간이 있었고, 결국 나는 손을 놓았다. 솔직히 따지면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대로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앞줄에 있던 그 사람이 뒤를 돌아봤다. 짧게 말을 건넸고, 내가 한국에서 공연을 보러 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공을 내 손에 건네주었다.

그렇게 마지막 공이 결국 내 손에 들어왔다.

공을 받아 들고도 한동안 실감이 나지 않았다. 공연장에서의 경쟁이나 운의 결과라기보다, 누군가의 선택으로 남겨진 기억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이미 마음을 내려놓은 뒤에 찾아온 순간이라 더 또렷하게 남았다.

그리고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이 공이 단순히 마지막으로 던져진 공이 아니라는 것을. 미유가 메시지를 적으며 가장 먼저 사인을 했던 첫 번째 공이었다. 순서상으로는 시작이었지만, 내게는 끝에서 도착한 물건이었다. 전국투어의 마지막 공연, 마지막에 던져진 공, 그리고 처음으로 만들어진 사인. 우연처럼 이어진 순서가 묘하게 맞물려 있었다.

그날 공연을 떠올리면 노래보다 먼저 그 장면이 생각난다. 무대 위에서 끝난 공연의 기억이 아니라, 공연이 끝난 뒤에 완성된 기억이었다. 아마 그날의 마지막 장면은 앵콜이 아니라, 바로 이 순간이었을 것이다.


특전행사 — 짧지만 가장 가까웠던 시간

이날 특전행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있었다. 하나는 포스트카드 전달식, 다른 하나는 폴라로이드 촬영이었다. 포스트카드 전달식은 공연 티켓을 가진 관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지만, 폴라로이드 촬영은 전국투어 3개 공연(도쿄·나고야·오사카)을 모두 관람한 사람만 참여할 수 있는 행사였다. 일정상 오사카와 나고야 공연에 참석하지 못했던 필자는 자연스럽게 포스트카드 전달식까지만 참여하게 되었다.

공연이 끝난 뒤 객석에서 이동 안내가 이루어졌고, 관객들은 한 줄로 정렬하기 시작했다. 무대에서 공연을 보던 공간이 순식간에 동선이 만들어진 통로로 바뀌었다. 조금 전까지 환호가 울리던 공연장이었지만, 이때의 분위기는 오히려 조용했다. 모두가 자신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는 듯한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포스트카드 전달식은 단순한 방식이었다. 멤버들이 일렬로 서 있고, 관객이 한 명씩 앞으로 이동하며 카드를 받고 짧게 인사를 나누는 구조였다. 멤버들의 순서는 타라 리호코 → 카노우 미유 → 마코토 → 아사히 아이였다.

먼저 타라 리호코에게 포스트카드를 받았다. 카드에는 멤버가 직접 작성한 메시지가 적혀 있었고, 짧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길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뒤에서 계속 관객이 밀려오고 있었고, 옆에서는 매니저가 이동을 유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화라기보다는,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정도의 시간이 더 정확했다.

다음 순서는 카노우 미유였다.

포스트카드를 받으면서 조금 전 공연 중에 받았던 마지막 사인볼을 꺼내 보여주었다. 미유는 그 공을 보자마자 바로 알아본 듯한 반응을 보였다. 길게 말하지 않았지만 짧은 표정 변화와 웃음 하나로 충분히 전달되는 순간이었다. 준비했던 말을 전하기보다, 그 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서로롤 알아보는 방식의 인사에 가까웠다. 그 몇 초가 공연 내내 이어졌던 시간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이어 마코토에게 카드를 받았다. 마코토는 “오늘도 와줘서 감사합니다”라고 한국어로 말을 건넸다. 짧은 말이었지만 준비된 멘트처럼 들리기보다, 그날 현장에서 들은 말로 또렷하게 남았다. 마지막으로 아사히 아이와 인사를 나누며 줄에서 빠져나왔다.

전체 과정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다. 매니저는 계속해서 이동을 재촉했고, 잠깐이라도 멈춰 서 있으면 바로 다음 사람에게 자리를 넘겨야 했다. 앞 사람이 움직이면 뒤 사람이 바로 따라 움직이는 흐름이었고, 한 사람당 머무르는 시간은 길어야 몇 초였다. 말 그대로 ‘스쳐 지나가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아쉬움이 남았다. 충분히 길게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니고, 특별한 말을 주고받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사가 끝나고 나니 그 몇 초가 공연의 마지막 장면처럼 느껴졌다. 무대 위에서 멀리 보던 사람이 아니라, 방금 같은 공간에 있었던 사람으로 기억이 바뀌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폴라로이드 촬영 특전회가 이어졌다. 세 공연을 모두 본 사람들만 참여할 수 있는 행사였기에 필자는 더 머무르지 못하고 밖으로 이동해야 했다. 공연장은 여전히 붐비고 있었고, 관계자들과 팬들이 뒤섞여 마지막까지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전국투어의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인지, 단순히 공연이 끝났다는 느낌보다 ‘하나의 일정이 마무리되었다’는 공기가 공간 전체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이 날의 기억은 무대 위의 노래보다, 오히려 이 짧은 인사 시간과 함께 정리되었다.


공연장을 나왔을 때는 이미 저녁이었다. 해가 완전히 지기 직전의 시간대였고, 신사 경내의 조명들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공연이 끝났다는 사실보다도, 하루가 끝나가고 있다는 감각이 먼저 들었다. 이상하게도 무대를 보고 나온 직후의 흥분이라기보다는, 긴 하루를 지나고 난 뒤의 정리된 피로에 가까운 상태였다.

돌이켜보면 이 날의 기억은 특정 장면 하나로 남아 있지 않았다. 이동하고, 줄을 서고, 자리를 고르고, 공연을 보고,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누는 과정까지가 끊기지 않고 이어져 있었다. 그래서 이 공연은 단순히 ‘한 번 본 무대’가 아니라, 하루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 기억하게 만드는 경험에 가까웠다.

공연장 밖에서 잠시 여운을 정리하며 대기하고 있을 때,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 하나 더 이어졌다. 관계자들이 하나둘 나오던 중 자연스럽게 오카모토 노부아키(오피스워커 대표)와 마주치게 되었다. 잠깐 인사를 나눌 기회가 있었고, 오늘 공연을 잘 진행해 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할 수 있었다. 공연을 보는 입장에서 느꼈던 만족을 직접 전하는, 아주 짧은 대화였다.

그는 담담하게 웃으며 인사를 받아주었고, 주변 사람들에게 필자를 한국에서 온 미디어라고 소개해주기도 했다. 길게 이어진 대화는 아니었지만, 공연을 관객으로만 보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 현장의 일부로 받아들여진 느낌이 드는 순간이었다. 공연의 마지막 장면이 무대 위가 아니라 공연장 밖에서 이어진 셈이었다.

그렇게 인사를 마치고 신사를 내려오며 뒤를 돌아봤을 때, 조금 전까지 사람들이 모여 있던 공간은 다시 평소의 밤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음악도, 환호도 사라졌지만 이상하게 허전하지는 않았다. 이미 하루 전체가 하나의 흐름으로 완성되었다는 느낌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공연의 기억은 특정 곡이나 장면보다도, 하루를 통째로 지나온 감각으로 남았다. 무대를 본 것이 아니라 시간을 함께 보냈다는 쪽이 더 가까웠고, 아마도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게 될 것 같다.


📌 도쿄 칸다 묘진홀 (Kanda Myojin Hall)

  • 📍 주소 : 〒101-0021 Tokyo, Chiyoda City, Sotokanda, 2 Chome−16−2 神田明神文化交流館 2F
  • 📞 전화번호 : +81-3-3526-4301
  • 🌐 홈페이지 : https://myoujin-hall.jp/
  • 🕒 운영시간 : 10:00 – 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