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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도쿄 & 사이타마 여행 — 프롤로그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한 번의 출국으로 세 번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구조. 각각의 무대는 짧을지 몰라도, 세 번이 이어지면 이야기가 된다. 아쉬움이 반복되는 대신, 어느 정도는 상쇄될 수 있는 일정이었다. 그래서 이번 3연전은 고민의 대상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가야 하는 일정’으로 받아들여졌다.

짧은 간격, 세 번의 무대, 그리고 다시 움직이게 만든 이유

9월 중순, 시스 전국투어 공연을 다녀온 지 불과 2주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아직 여운이 완전히 가시기도 전이었고, 몸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표 위에는 다시 한 번 일본행이 찍혀 있었다. 그것도 단순한 한 번의 공연이 아니라, 짧은 기간 안에 세 번의 무대가 연달아 이어지는 일정이었다.

카노우 미유가 출연하는 시스(SIS/T)의 공연이 세 개나 잡혀 있었다. 사이타마 라라포트 후지미에서의 미니 라이브, 아리오 아게오에서의 또 한 번의 미니 라이브, 그리고 도쿄 고마자와 올림픽 공원에서 열리는 ‘2025 한일 축제 한마당’ 무대까지. 장소도, 성격도 조금씩 다른 공연들이었지만, 공통점은 분명했다. 이 일정은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너무 또렷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다시 찾아온 3연전, 그리고 망설임이 없었던 이유

3연전이라는 말은 이제 낯설지 않다. 5월 골든위크 기간 동안, 3일 연속으로 공연을 보았던 일정이 있었고, 그 경험은 몸은 힘들었지만 기억으로는 꽤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번 일정은 그때와는 조금 달랐다. 3일이 아니라 2일 동안, 하지만 공연은 여전히 3번. 밀도는 오히려 더 높아진 셈이었다.

예전에는 단 한 번의 미니 라이브를 보기 위해 1박 2일로 일본을 다녀온 적도 있었다. 미니 라이브라는 형식상, 보통 다섯 곡 정도로 마무리되는 짧은 무대였고, 그래서 항상 아쉬움이 남았다. 이동 시간과 비용, 체력을 생각하면 늘 계산이 맞지 않는 선택이었지만, 그래도 갔던 이유는 단순했다. 그 자리에 있어야만 얻을 수 있는 감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한 번의 출국으로 세 번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구조. 각각의 무대는 짧을지 몰라도, 세 번이 이어지면 이야기가 된다. 아쉬움이 반복되는 대신, 어느 정도는 상쇄될 수 있는 일정이었다. 그래서 이번 3연전은 고민의 대상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가야 하는 일정’으로 받아들여졌다.


늦게 열린 일정, 늦게 결정한 항공권

문제는 일정 공개 시점이었다.

이번 일정은 비교적 늦게 나왔고, 그만큼 항공권을 서둘러야 했다. 일정이 조금만 더 일찍 나왔다면, 여유 있게 항공권을 찾아보고 가격도 조금은 낮출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그런 가정은 이미 의미가 없었다. 남아 있는 선택지 안에서 최선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

시기 자체가 좋지 않았다. 9월 말, 성수기와 비수기의 경계에 걸린 애매한 타이밍. 인천–나리타 노선 역시 가격이 이미 많이 올라 있었고, 30만 원 후반대에서 40만 원을 넘나들고 있었다. 그 정도라면, 이동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쪽이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김포–하네다 노선이었다. 보통은 인천–나리타가 더 저렴한 편이지만, 도쿄 도심 접근성과 전체 이동 시간을 고려하면 하네다 쪽이 훨씬 유리한 경우가 있다. 이번 일정이 딱 그런 경우였다. 결과적으로 40만 원이 넘는 가격에 항공권을 구입하게 되었지만, 대신 이동에서 오는 피로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다.

이번에는 아시아나 항공을 이용했다. 가격 자체는 부담이었지만, 그만큼 기내 환경이나 일정의 안정감에서는 상대적으로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이 여행은 시작부터 ‘최저가’보다는 ‘버틸 수 있는 조건’을 기준으로 짜여 있었다.


김포하네다, 그리고 공항에서 바로 이어진 이동

이번 일정에서 기억에 남는 포인트 중 하나는 입국 동선이었다. 김포에서 출발해 하네다로 도착했고, 귀국 역시 하네다에서 인천으로 들어오는 구조였다.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하네다 공항에는 일본인 지인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공항에서 바로 차를 타고 사이타마 라라포트 후지미로 이동할 수 있었고, 덕분에 도착 시간이 늦지 않게 조정되었다.

만약 이 동선이 아니었다면, 첫 공연은 놓쳤을 가능성이 높다. 공항에서 다시 전철로 이동하고, 환승을 거쳐 공연장으로 이동했다면 시간은 훨씬 빠듯했을 것이다. 공항에서 바로 차로 이동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번 일정의 첫 단추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끼워졌다.


무대 위의 디테일, 그리고 기억에 남은 장면 하나

라라포트 후지미 공연에는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장면이 하나 있었다. 이전에 미유가 출연했던 시스 공연에서, 스트리트파이터의 춘리를 연상시키는 만두머리 헤어스타일로 무대에 오른 적이 있었다. 그때는 한국 팬이 현장에 없었고, 사진으로만 그 모습을 보았던 기억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한국에서 팬들이 온다는 이야기를 미리 알고 있었고, 라라포트 후지미 공연에서 미유는 그 헤어스타일을 다시 하고 무대에 올랐다. 누가 요청한 것도 아니고,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는 선택이었지만, 그 의도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그 순간, 이 이동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의 길이나 구성보다도, 이런 디테일 하나가 여행의 기억을 결정적으로 만들어 준다.


1박 3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일정

이번 여행은 사실상 1박 3일이었다. 5월에 어머니가 암 진단을 받으면서, 6월부터 8월까지는 병원을 오가는 일정이 반복되었고, 그 과정에서 연차는 거의 소진된 상태였다. 남아 있는 연차는 2.5일. 그리고 11월에는 미유의 생일 콘서트가 예정되어 있었기에, 그때를 위해 최소 이틀은 반드시 남겨두어야 했다.

결국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토요일 오전 출국, 월요일 새벽 귀국. 9월 27일 오전 8시 40분 김포 출발, 9월 29일 새벽 1시 30분 하네다 출국, 인천 도착 후 바로 출근.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일정이라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실제로 귀국 후에는 집에 잠깐 들러 샤워만 하고 바로 회사로 향했고, 그날 저녁이 되어서야 하루가 끝났다는 실감이 들었다. 여행을 다녀온 뒤 한동안은 출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피로가 누적되어 있었다.


그래도, 다시 가게 되는 이유

몸은 분명히 힘들었다. 하지만 주말 동안 미유의 무대를 세 번이나 볼 수 있었고, 그때마다 반갑게 인사해주고, 웃으며 맞아주는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 장면들 앞에서는, 체력 계산이나 일정의 무리함 같은 것들이 잠시 뒤로 밀려났다.

이 여행은 효율적인 선택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해준 건 분명했다. 왜 계속해서 이 도시로, 이 무대를 향해 움직이게 되는지에 대한 이유였다.

이제부터 이어질 기록은, 그 이유를 하나씩 꺼내놓는 과정이 될 것이다. 도쿄와 사이타마, 짧은 이동, 세 번의 무대. 그리고 그 사이에 남은 장면들에 대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