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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여행 — 2025 한일 축제 한마당 ‘카노우 미유(시스) 공연’

잠시 뒤, 미유를 비롯한 시스 멤버들이 다시 합류했고, 이동하는 동선 속에서 미유와 짧게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오늘 밤 바로 공항으로 이동해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하니, 미유는 한국어로 “조심히 돌아가세요”라고 말해주었다.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고마자와 올림픽 공원
오후 6시, 하루의 마지막 무대가 열리다

고마자와 올림픽 공원에 도착했을 무렵, 이미 해는 서서히 기울고 있었다. 낮 동안 이어졌던 여러 행사들의 소음과 사람들의 움직임은 점점 정리되고 있었고, 저녁 무대를 기다리는 관객들만이 공원 곳곳에 흩어져 남아 있었다. 이 날의 마지막 목적지는 분명했다. ‘2025 한일 축제 한마당’, 그리고 그 무대 위에 오를 시스(SIS/T), 그 안에 있는 카노우 미유였다.

시스의 무대는 오후 6시부터 6시 30분까지로 공지되어 있었고, 시계가 정확히 6시를 가리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멤버들이 등장했다. 하루 종일 이어진 이동과 공연 관람으로 체력은 이미 한계에 가까웠지만, 그 순간만큼은 이상하게도 몸이 다시 깨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이 시간까지 남아 있는 한국 팬은 결국 우리 둘뿐이었다. 대부분의 한국 팬들은 이미 각자의 항공 일정에 맞춰 공항으로 이동한 뒤였고, 넓은 공원 한켠에서 한국어로 응원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은 더 이상 많지 않았다.

거리도 가까운 편은 아니었다. 일본 관객들은 좌석이 배정되어 있었지만, 우리는 좌석 밖 펜스 쪽에서 공연을 감상해야 했다. 응원을 크게 하기에도 애매한 위치였고, 시야 역시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 날은 의도적으로 마음을 정리했다. 이전의 미니 라이브처럼 응원에 모든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이 마지막 무대를 최대한 잘 기록해두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막상 음악이 시작되자, 그런 다짐은 오래가지 않았다. 첫 곡이 흐르고, 무대 위에서 미유의 모습이 또렷하게 들어오는 순간, 자연스럽게 입에서 “미유”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이전처럼 큰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그 한마디만큼은 꼭 전하고 싶었다. 우리의 외침이 닿았는지, 미유 역시 무대 위에서 우리를 발견하고 잠시 시선을 맞춘 뒤 가볍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건넸다. 그 짧은 교차만으로도, 이 먼 거리까지 온 이유는 충분했다.


바람이 부는 무대, 그리고 마지막 셋리스트

이 날의 무대는 개활지에 설치된 야외 무대였다. 해가 지면서 바람이 점점 강해졌고, 그 바람은 무대 위에서도 그대로 느껴질 정도였다. 공연을 보며 음악에 집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괜히 쓸데없는 걱정을 하게 됐다. 바람에 의상이 불편해지지는 않을지, 춤을 추는 데 방해가 되지는 않을지 같은 생각들이었다.

실제로 몇 차례 강한 바람이 불면서 다른 멤버의 치마가 크게 휘날리는 장면도 있었지만, 다행히 큰 문제 없이 넘어갔다. 오히려 그런 상황 속에서도 흐트러지지 않고 무대를 이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남았다.

이 날 시스는 총 여섯 곡을 불렀다. 한국어와 일본어가 자연스럽게 섞인 셋리스트였고, 개인적으로는 이번 원정 전체를 정리하는 데 더없이 좋은 구성처럼 느껴졌다.

  • I Can’t Stop the Loneliness
  • DING DONG ください (한국어 버전)
  • 世界中の誰よりきっと(세상 누구보다 분명)
  • Stay with me 真夜中のドア
  • 愛のバッテリー (한국어 버전)
  • 青い珊瑚礁 (푸른 산호초)

특히 DING DONG ください와 사랑의 배터리를 한국어로 불러준 순간에는, 이 무대가 단순한 일본 공연이 아니라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실감났다. 그리고 9월 13일 시스 전국투어에서 들었던 세상 누구보다 분명(世界中の誰よりきっと)까지 이어지자, 이번 여행 전체가 하나의 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느낌도 들었다.

물론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만약 좌석이 배정되어 조금만 더 가까이에서 이 무대를 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끝내 남았다. 하지만 그 아쉬움마저도, 이 날의 기억을 더 선명하게 만드는 요소처럼 느껴졌다.


공연이 끝난 뒤, 돌아가기 전의 선택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하나둘 흩어지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곧바로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냥 돌아가기에는 뭔가 마음이 남아 있었다. 가능하다면, 마지막으로 헤어지기 전에 한 번만 더 미유에게 인사를 하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대기실은 간이 텐트 형태로 만들어져 있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그 틈 사이로 내부가 조금씩 보였다. 시스 의상을 입은 멤버들이 안쪽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어렴풋이 보였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말을 거는 것은 여러모로 애매했다. 행사 관계자도 아니고, 공식 취재를 나온 언론도 아닌 상황에서 그 경계를 넘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우리는 대기실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살짝 높은 지형으로 올라가니, 멀리서 텐트 앞을 오가는 멤버들의 동선이 보였다. 보이지만 닿을 수 없는 거리. 그 간극이 유난히 크게 느껴졌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던 중, 멤버들이 이동을 준비하는 듯한 흐름이 보였고, 우리는 반대편으로 돌아 같은 방향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선택은 결과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극적으로 나눈 인사, 그리고 마지막 대화

인공 연못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으로 나오자, 멤버들이 이동하는 모습을 비교적 가까이에서 마주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넸고, 매니저와 함께 이동하던 소속사 오피스워커 대표도 우리를 알아보고 걸음을 멈추며 말을 건네왔다.

대화는 길지 않았지만,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분명했다. 한국 공연에 대한 바람, 그리고 다시 한 번 “가능하다면 꼭”이라는 마음을 전했다. 올해는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지만, 내년에 대해서는 생각해보겠다는 말과 함께, 다가오는 미유 생일 콘서트에 대해 “기대해도 좋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농담처럼 “다른 게스트 없어도 미유만 나오는 게 더 좋다”고 말했을 때, 잠시 당황한 듯한 반응을 보이던 모습도 지금 생각하면 묘하게 기억에 남는다.

잠시 뒤, 미유를 비롯한 시스 멤버들이 다시 합류했고, 이동하는 동선 속에서 미유와 짧게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오늘 밤 바로 공항으로 이동해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하니, 미유는 한국어로 “조심히 돌아가세요”라고 말해주었다.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더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 선을 넘지 않는 것이 서로를 위해 더 좋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그렇게 서로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이번 원정은 끝이 났다. 무리한 일정이었고,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았지만, 마지막까지 미유와 눈을 맞추고 인사를 나눌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돌아보면, 이 여행의 마지막 장면은 무대 위가 아니라, 무대 뒤에서 나눈 짧은 인사였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 고마자와 올림픽 공원 (オリンピック公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