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컴팩트했지만 많은 것을 남긴 시간
돌아와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짧았는데,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2박 3일이라는 일정은 분명 빠듯했다. 이동은 잦았고, 쉬는 시간은 넉넉하지 않았으며, 하루하루가 촘촘하게 이어졌다. 그럼에도 이번 10월 후쿠오카 여행은 단순한 방문이나 소비가 아니라, 장면과 감정이 겹겹이 쌓인 기록으로 남았다. 일정표로 보면 압축적인 여행이었지만, 기억의 밀도만 놓고 보면 오히려 여느 긴 여행보다 묵직했다.
이번 여행의 중심에도 카노우 미유가 있었다. 공연을 보기 위해 출발했고, 그 공연을 기점으로 도시의 풍경과 감정이 확장됐다. 특정 아티스트의 일정과 공간을 따라 이동하다 보니, 관광지 중심의 여행과는 전혀 다른 리듬이 만들어졌다. ‘무엇을 봤는지’보다 ‘어떤 순간에 있었는지’가 더 선명하게 남는 여행이었다.

베스트 덴키 스타디움, 기억의 중심에 남은 장면
둘째 날 베스트 덴키 스타디움에서의 경험은 이번 여행을 대표하는 장면이었다. 이벤트 존에서 시작해 경기장 메인 스테이지로 이어진 공연, 그리고 그 공연이 끝난 직후부터 다시 경기의 흐름으로 돌아가는 공기. 음악과 스포츠가 충돌하지 않고 나란히 놓인 하루였다.
특히 잊히지 않는 건, 미유의 무대가 시작되자마자 내리기 시작한 비였다. 팬들 사이에서 농담처럼 이야기되던 ‘아메온나’라는 말이 현실의 장면으로 겹쳐지는 순간. 비를 맞으면서도 흔들림 없이 노래를 이어가던 모습은, 공연의 길이와 상관없이 강하게 각인됐다.
그리고 경기 종료 직전. 0-0으로 끝날 것처럼 보이던 흐름 속에서 89분, 마지막 1분을 남기고 선언된 페널티킥. 짧은 정적과 함께 터진 골, 스코어는 1-0. 그 순간 경기장은 단숨에 뒤집혔고, 환호와 안도의 숨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패배를 직감한 상대 팀 선수들, 특히 골키퍼의 표정까지도 하나의 장면으로 남았다. 공연과 경기, 그리고 결과까지 이어진 이 흐름은 ‘승리의 여신’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를 충분히 설명해주고 있었다.

오무타로 향한 선택, 그리고 그 의미
마지막 날인 27일, 우리는 시간을 쪼개 오무타로 향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같은 시각 미유는 무나카타 환경회의 공연을 위해 이동 중이었다. 작년에도 초청받았고, 올해는 12회 행사에 다시 초청된 자리였다. 그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무나카타 대사를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오무타로 향한 선택이 아쉬웠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미유가 자랐던 고향의 공기, 평일 낮의 한적한 거리, 그리고 관광지로 포장되지 않은 도시의 얼굴을 직접 걸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서 앞에서 과거의 기록을 떠올리고, 신사에서 에마를 걸며 조용히 응원의 마음을 남긴 시간은 이번 여행의 결을 한 단계 더 깊게 만들었다.
오무타의 평일은 조용했다. 사람은 적었고, 거리에는 급함이 없었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건 느린 호흡과 일상의 리듬이었다. 그 속에서 만난 짧은 인연들과 풍경들은, 화려하지 않아서 오히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기록으로 남겼기에 더 선명해진 여행
이번 여행에서 특히 강하게 느낀 점은 ‘기록의 힘’이었다. 다녀온 뒤에 쓰는 회고가 아니라, 현장의 감정과 동선을 하나씩 정리해두었기 때문에 장면들이 흐릿해지지 않았다. 베스트 덴키 스타디움의 소음, 오무타의 정적, 신사의 공기, 그리고 공항에서의 피로감까지. 각각은 짧은 순간이었지만, 기록으로 남기며 하나의 서사로 이어졌다.
그래서 이번 후쿠오카 여행은 단순히 끝난 여행이 아니라,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시간의 묶음처럼 느껴진다. 언젠가 다시 후쿠오카를 찾게 된다면, 이 기록은 분명 출발점이 될 것이다.
”여행 비용 결산“
- 항공권 (진에어) : 275,913원
- 숙소 (에어비앤비 2박) : 223,018원(1인당 약 11만원)
- 이심 (유심사, 일 2GB 이후 저속 무제한 3일) : 3,232원
- 축구장 티켓 (홈 골대 자유석) : 35,500원
축구장 티켓의 경우에는 6월 방문 당시 같은 좌석이 약 2,420엔(약 24,0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시즌 막바지의 영향인지 이번에는 약 1만 원가량 인상된 가격이었다. 그럼에도 경기와 공연, 그리고 그날의 기억을 함께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 가능한 비용이었다.
식사·교통·기념품 비용은 일부러 결산에서 분리했다. 서울에서의 일상 소비와 크게 다르지 않은 지출이었고, 오히려 이번 여행에서 체감된 건 후쿠오카의 교통 구조였다. 공항에서 도심까지의 접근성이 좋고, 추가 비용이 거의 붙지 않는 구조 덕분에 여행의 시작부터 부담이 적었다. 나리타처럼 공항 이동비가 크게 작용하는 도시와 비교하면, 이 차이는 분명하게 체감된다.

”1일차” (2025년 10월 25일)
- 2025 10월 후쿠오카 & 오무타 여행 “들어가기”
- 서울 합정 살롱문보우 “트롯 걸즈 재팬 – 마코토 공연”
- 후쿠오카 여행 — 인천공항 제2터미널 출국절차
- 후쿠오카 여행 — 인천공항 제2터미널 → 후쿠오카 공항 ‘에어서울 탑승기’
- 후쿠오카 여행 — 후쿠오카 공항 입국절차 ‘빠르지만, 조금은 달랐던 이번의 첫 관문’
- 후쿠오카 여행 — ‘공항 무료 셔틀버스’ 국제선에서 국내선으로, 하루의 속도를 늦추는 이동
- 후쿠오카 여행 — 후쿠오카 공항 국내선 근처 AIRBNB
- 후쿠오카 여행 — ‘라이라이테이’ 공항 근처에서 맞이한 첫 일본의 밤
- 후쿠오카 여행 — 후쿠오카 공항 국내선 근처 편의점 ‘로손 공항앞 이쵸메점’
”2일차“ (2025년 10월 26일)
- 후쿠오카 여행 ― 공항 국내선 근처 동네 풍경, 둘째 날 아침의 공기
- 후쿠오카 여행 ― 공항 국내선 근처에서 맞이한 둘째 날 아침, 맥도날드에서 시작하다
- 후쿠오카 여행 ― 둘째 날 아침, 이동을 준비하며 들른 로손
- 후쿠오카 여행 ― 아비스파 후쿠오카 홈구장, 경기 전 이벤트 스테이지의 풍경
- 후쿠오카 여행 ― 카노우 미유 공연 ‘베스트 덴키 스타디움 이벤트 존 공연’
- 후쿠오카 여행 ― 카노우 미유 공연 ‘베스트 덴키 스타디움 경기장 내 메인 스테이지 무대’
- 후쿠오카 여행 — 후쿠오카 공항 국내선 식당 ‘하나마루 우동×요시노야’
- 후쿠오카 여행 — 하카타 카페 ‘스타벅스 하카타 데이토스 별관점’
”3일차“ (2025년 10월 27일)
- 후쿠오카 여행 —후쿠오카 공항역 → 텐진역 이동
- 후쿠오카 여행 — 맥도날드 신텐초점 ‘텐진 아침식사, 오무타로 가는 하루’
- 후쿠오카 여행 — ‘니시테츠 텐진역 → 오무타역’ – 오무타로 가는 특급 열차
- 오무타 여행 — 오무타역 기차 카페, ‘하라하모니 커피(ハラハーモニーコーヒー)’
- 오무타 여행 ― 이동의 부담을 내려놓는 지점, 오무타역 코인락커
- 오무타 여행 ― 거리 풍경 ‘낯선 도시에 발을 들였다는 감각’
- 오무타 여행 — 오무타 경찰서 ‘과거 카노우 미유가 1일 경찰서장을 했던 자리에서’
- 오무타 여행 —오무타 신사 ‘조용히 머무는 마음’
- 오무타 여행 — 쿠마노 신사(導きの神 大牟田熊野神社)
- 오무타 여행 — 쿠마노 신사에서 다시 오무타역으로
- 오무타 여행 — 이온몰에서 만난, 뒤늦게 이어진 무대의 기억
- 오무타 여행 — 이온몰 옆 바닷가 산책로 ‘스와가와 풋패스(諏訪川フットパス)’
- 오무타 여행 — 마지막 한 장면을 향해, 스와공원(諏訪公園)
- 오무타 여행 — 역 앞에서 만난 쿠사키만쥬
- 오무타 여행 — 오무타 여행의 끝자락,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이동
- 후쿠오카 여행 — 여행의 마지막 관문, 국제선 터미널로
- 후쿠오카 여행 — 여행의 끝, ‘진에어’ 비행기에 오르기 전의 밤
끝맺으며
여행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야, 몸이 얼마나 무리했는지 실감이 났다. 유난히 피곤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그 정도가 이렇게까지 드러날 줄은 몰랐다. 집에 돌아와 거울을 봤을 때 눈이 완전히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그 상태가 거의 2주 가까이 이어졌다. 단순히 잠을 조금 못 잔 정도가 아니라, 최근 연속으로 이어졌던 원정과 이동, 촬영과 일정들이 겹치면서 피로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 같았다. 여행 중에는 버티는 힘으로 움직이지만, 막상 끝나고 나면 몸은 정확하게 ‘대가’를 요구하니까.
그럼에도 이상하게, 그 붉어진 눈이 이번 여행의 가치를 깎아내리지는 못했다. 오히려 반대로였다. 그만큼 내가 진심으로 움직였고, 내 시간을 기꺼이 쏟았다는 증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베스트 덴키 스타디움에서 비를 맞으며 봤던 무대, 경기 종료 직전에 터졌던 그 극적인 골, 그리고 오무타에서 신사에 걸어두고 온 에마까지, 이 장면들은 피곤함과 맞바꿔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물론 다음에는 조금 더 몸을 아끼는 방식으로, 조금 더 여유 있게 다녀오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지만, 적어도 이번 10월의 후쿠오카는 ‘힘들었지만 가치 있었던 여행’으로 오래 남을 것 같다.
이번 10월 후쿠오카 여행은 ‘많이 본 여행’은 아니었다. 대신 ‘깊게 남은 여행’이었다. 공연이 있었고, 경기가 있었고, 고향이 있었고, 그 모든 장면 사이를 잇는 시간들이 있었다. 한적했던 오무타의 평일과, 소란스러웠던 스타디움의 밤이 한 여행 안에 공존했다는 사실이, 이번 기록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여행은 끝났지만, 이 기록을 다시 펼치는 순간만큼은 언제든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후쿠오카를 찾게 된다면, 이번 여행은 분명 이렇게 기억될 것이다. “그때, 모든 게 맞물렸던 2박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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