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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여행 ― 닛포리역에서 시부야역으로, 야마노테선 위의 30분

짐을 내려놓고 다시 역으로

숙소에 짐을 맡기고 나니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체크인은 아직 이르렀지만, 짐을 내려놓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동의 피로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다시 닛포리역으로 돌아와 JR 야마노테선을 타고 시부야로 이동할 차례였다. 닛포리역에서 시부야역까지는 대략 30분 정도. 도쿄 안에서는 결코 긴 이동은 아니지만, 이 구간은 늘 여행의 리듬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

공항에서 숙소로 이어지는 이동이 ‘도착’의 과정이라면, 닛포리에서 시부야로 향하는 이 전철은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된다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특히 이번에는 시부야에 있는 클럽 아시아에서 중요한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이 이동 자체가 단순한 교통 구간 이상으로 다가왔다.


계절이 바뀐 시부야를 향하며

야마노테선에 올라타자 익숙한 풍경이 펼쳐졌다. 초록색 라인을 따라 순환하는 전철, 출퇴근과 일상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 틈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여행자들. 도쿄를 여러 번 다니다 보면 결국 가장 많이 타게 되는 노선이 야마노테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디로 가든, 결국 이 노선을 한 번은 거치게 되기 때문이다.

전철 안에서 문득 지난 9월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역시 시부야로 이동하고 있었지만, 상황은 지금과 완전히 달랐다. 아직 한여름의 열기가 그대로 남아 있어, 시부야역에서 내려 공연장까지 걷는 내내 땀이 줄줄 흘렀다. 게다가 그날은 무슨 축제가 있었던 것인지 도로까지 통제되어 있었고,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인파 사이를 뚫고 걸어가야 했다. 그때는 ‘왜 하필 오늘이냐’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던 기억이 난다.

반면 이번은 11월이었다. 서울보다는 여전히 조금 따뜻했지만, 적어도 9월의 무더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쾌적했다. 작년 이맘때쯤의 생일 콘서트와 사카이 공연을 떠올려봐도, 이상할 정도로 더위가 길게 이어졌던 기억이 강했는데, 이번에는 확실히 계절이 바뀌었다는 감각이 몸으로 느껴졌다. 그 차이만으로도 이동이 훨씬 수월하게 느껴졌다.


전철 안에서의 짧은 인연

전철이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운 좋게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때, 이번 이동을 조금 특별하게 만들어 준 장면 하나가 생겼다. 내 근처에 미국인 남편과 일본인 아내, 그리고 두 딸로 보이는 가족이 함께 타고 있었다. 한 명은 아직 어려 유모차에 타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어느 정도 말을 할 수 있는 나이의 딸이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큰 딸이 자리에 앉고 싶어 하는 기색이 보였다. 마침 내가 앉아 있던 자리였기에 자연스럽게 일어나 자리를 양보했다. 아이뿐 아니라, 옆에 서 있던 아버지도 꽤 지쳐 보였기에 그에게도 자리를 권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영어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꽤 도움이 됐다. 일본어가 아니어도, 굳이 몸짓만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 대화가 훨씬 자연스러웠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들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왔다고 했다. 일본에 있는 장모님 댁을 방문했다가 이제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캐리어를 끌고 있었고, 이동 자체가 꽤 피곤해 보였다. 우리는 한국에서 왔고, 한국과 일본은 거리가 가까워서 비교적 자주 오간다는 이야기도 나눴다.

말을 주고받는 동안, 큰 딸은 유독 나를 유심히 보더니 갑자기 “프랑스 사람 같아요”라는 말을 건넸다. 예상치 못한 한마디에 웃음이 나왔고, 그 덕분에 전철 안의 분위기도 한층 부드러워졌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이런 짧은 대화들은, 시간이 지나면 이동 경로나 풍경보다 더 또렷하게 기억에 남곤 한다.


30분이 만든 여유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렀다. 닛포리에서 출발한 전철은 어느새 시부야역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30분이라는 이동 시간은 결코 길지 않았지만, 계절의 변화와 지난 기억을 떠올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동이라는 건 결국 목적지로 가기 위한 수단이지만, 가끔은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장면이 된다. 닛포리역에서 시부야역으로 이어진 이 야마노테선 위의 30분은, 이번 도쿄 여행의 흐름을 부드럽게 이어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다음 장면은 이제 시부야에서 시작된다.


📌 닛포리역 (日暮里, Nippori Station)

  • 📍 주소: 〒116-0013 東京都荒川区西日暮里2丁目
  • 📞 전화번호: JR 동일본 고객센터 050-2016-1600
  • 🌐 홈페이지: https://www.jreast.co.jp/estation/stations/1185.html
  • 🕒 영업시간: 역 시설 05:00 ~ 24:00 (노선·출입구별 상이)
  • 🚉 이용 노선:
    • JR 야마노테선
    • JR 게이힌도호쿠선
    • JR 조반선
    • 게이세이 스카이라이너 (나리타 공항 연계)

📌 시부야역 (渋谷駅, Shibuya Station)

  • 📍 주소: 〒150-0002 東京都渋谷区渋谷2丁目
  • 📞 전화번호: JR 동일본 고객센터 050-2016-1600
  • 🌐 홈페이지: https://www.jreast.co.jp/estation/stations/1952.html
  • 🕒 영업시간: 역 시설 05:00 ~ 24:00 (노선·출입구별 상이)
  • 🚉 이용 노선:
    • JR 야마노테선
    • JR 사이쿄선
    • JR 쇼난신주쿠라인
    • 도쿄메트로 (긴자선·한조몬선·후쿠토신선)
    • 도큐선 / 게이오 이노카시라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