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도쿄 여행에서는 시나가와에 있는 호텔에서 숙박을 했다. 4박 5일 일정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고, 마지막 날 아침 체크아웃을 마치자 비로소 여행이 끝나간다는 실감이 났다. 공항으로 바로 이동하기에는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 있었다. 짐은 맡겨두었고, 남은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게 된다. 관광지를 하나 더 가기에는 마음이 급하고, 그렇다고 숙소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아쉬운 그런 시간이다. 결국 여행 마지막에 가장 현실적인 선택은 식사였다. 그래서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시나가와역 주변을 천천히 걸어 나갔다.
시나가와역 주변은 관광지라기보다는 생활권에 가까운 분위기다. 거대한 터미널 역답게 출퇴근 인파가 많고, 여행객보다는 직장인들이 더 눈에 띈다. 이런 장소에서는 오히려 식당 선택이 쉬워진다. 관광객용 식당이 아니라 현지인들이 실제로 이용하는 가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철길 아래에 모여 있는 라멘 거리, 시나타츠
시나가와역 고가철도 아래에는 작은 식당들이 길게 이어진 공간이 있다. 일본에서는 전철이 지나가는 구조물 아래에 상점가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시나타츠(品達) 역시 그런 공간이다. 외부에서 보면 단순한 통로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여러 라멘집이 한 줄로 이어져 있다. 하나의 건물이라기보다는 ‘라멘 골목’에 가깝다.
이곳의 특징은 한 가지다. 같은 메뉴가 반복되지 않는다. 돈코츠 라멘, 쇼유 라멘, 미소 라멘, 그리고 츠케멘까지 각기 다른 스타일의 가게들이 모여 있다. 즉, 특정 맛집을 찾아오는 곳이라기보다 ‘라멘을 고르러’ 오는 공간이다. 여행 마지막 식사 장소로 적당했다. 관광객이 많지만 동시에 현지 직장인들도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 분위기가 과하게 상업적이지 않았다.



처음 먹어보는 메뉴, 츠케멘
이번 여행에서 아직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 하나 있었다. 바로 찍어 먹는 라멘, 츠케멘이다. 일반 라멘은 뜨거운 국물 속에 면이 들어가 있지만 츠케멘은 구조가 완전히 반대다. 면과 국물이 분리되어 나온다. 면은 접시에 담겨 나오고, 진한 국물은 작은 그릇에 따로 제공된다. 면을 국물에 잠깐 담갔다가 바로 먹는 방식이다.
시나타츠 안에서도 특히 유명한 가게가 있었는데 바로 ‘테츠(TETSU)’였다. 프랜차이즈 매장이지만 츠케멘으로 이름이 알려진 곳이라 선택에 큰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다. 일본에서 마지막 식사로 먹는 라멘이라면 평범한 한 그릇 라멘보다 조금은 다른 메뉴를 먹어보고 싶었다.

면과 국물이 분리된 음식
자리에 앉자마자 음식이 비교적 빠르게 나왔다. 먼저 면이 담긴 접시가 나오고, 이어서 작은 그릇에 담긴 국물이 등장한다. 국물이라기보다는 소스에 가까운 농도였다. 일반 라멘보다 훨씬 진하고 기름기도 강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면을 깊이 담가 먹었다. 그런데 바로 짜다는 느낌이 강하게 올라왔다. 그제야 왜 면을 ‘잠깐만’ 찍어 먹는지 이해하게 된다. 츠케멘의 국물은 국으로 마시는 것이 아니라 양념에 가까운 역할을 한다. 면 끝만 적신다는 느낌으로 먹어야 균형이 맞는다.
온도와 농도를 조절하는 방식
츠케멘은 면 온도를 선택할 수 있다. 차가운 면과 따뜻한 면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데 나는 따뜻한 면을 선택했다. 차가운 면을 선택하면 국물이 금방 식기 때문에 요청하면 뜨겁게 달군 돌을 넣어 다시 데워준다고 한다. 단순한 서비스 같지만 일본 음식 문화의 특징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음식의 온도를 손님이 조절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식사를 거의 마칠 즈음 옆에 작은 주전자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국물이 너무 짤 경우 희석해서 먹는 육수였다. 그 전까지는 원래 이렇게 짠 음식인가 하고 그대로 먹고 있었다. 육수를 조금 넣자 간이 훨씬 부드러워졌다. 뒤늦게 알게 된 방법이지만 오히려 기억에 오래 남았다.

직접 완성하는 한 그릇
츠케멘은 요리사가 완성하는 음식이라기보다 손님이 완성하는 음식에 가깝다. 면을 어느 정도 담글지, 육수를 얼마나 희석할지, 온도를 어떻게 유지할지 모두 먹는 사람이 결정한다. 그래서 단순히 맛있는 음식이라기보다 체험에 가까운 식사였다.
토로로를 밥에 넣어 먹는 방식도 인상적이었다. 밥은 1회 무료 리필이 가능했고, 남은 국물에 밥을 넣어 마무리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라멘 한 그릇을 먹는 행위라기보다 하나의 코스를 경험하는 느낌이었다.
여행 마지막 식사의 의미
공항으로 떠나기 전에 먹는 식사는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는다. 여행 중 가장 화려했던 음식보다 마지막 식사가 더 선명하게 남는 경우가 많다. 아마 여행이 끝난다는 감정이 음식의 기억과 함께 남기 때문일 것이다.
시나가와의 작은 라멘 골목에서 먹었던 츠케멘도 그런 기억이었다. 특별히 극적인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최고의 맛집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지만, 일본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일본다운 음식’을 경험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반적인 라멘이 익숙하다면 한 번쯤 다른 방식의 라멘을 먹어보는 것도 여행을 마무리하는 좋은 방법이었다.
📌 츠케멘 테츠 시나타츠점 (TETSU Shinagawa)
- 📍 주소 : Japan, 〒108-0074 Tokyo, Minato City, Takanawa, 3 Chome−26−20, 品達ラーメン内
- 📞 전화번호 : +81 3-3443-2102
- 🌐 홈페이지 : http://www.tetsu102.com
- 🕒 영업시간 : 11:00 –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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