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WL Magzine Korea

교토 여행 — 산을 내려온 뒤의 시간, 후시미이나리 카페 ‘버밀리언’

이 카페의 특징은 야외 좌석이다. 건물 안도 괜찮지만, 진짜 분위기는 바깥 공간에서 만들어진다. 나무 데크와 작은 연못, 그리고 자연스럽게 놓여 있는 테이블들이 신사 근처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만든다.

후시미이나리 신사를 모두 돌아보고 내려왔을 때는 생각보다 훨씬 시간이 지나 있었다. 처음에는 가볍게 들러보는 일정 정도로 생각했지만, 이나리 산을 따라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데에는 거의 반나절이 소요되었다.

도리이의 터널을 지나 산길을 계속 걷다 보면 체력보다 먼저 집중력이 떨어진다. 내려오고 나서야 다리가 무겁다는 감각이 돌아온다. 관광지를 둘러봤다기보다는 하나의 긴 산책을 끝낸 느낌에 가까웠다.

신사 입구 쪽으로 다시 걸어 나오던 중, 길가에 분위기가 전혀 다른 공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관광지의 기념품 가게나 음식점들과는 조금 떨어져 있는, 조용한 느낌의 카페였다. 이름은 ‘버밀리언(Vermillion)’이었다.


신사 바로 옆, 그러나 전혀 다른 공간

후시미이나리 신사 주변은 전형적인 관광지의 구조를 갖고 있다. 기념품 가게, 간식 가게, 사람들로 붐비는 골목이 이어진다. 그런데 버밀리언은 그런 흐름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신사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지만, 바로 옆이라고 하기에도 묘하게 분위기가 다르다. 길 하나를 건넌 것뿐인데 소음이 확 줄어든다. 사람들이 이동하는 공간이 아니라 머무르는 공간이라는 인상이 강해진다.

산을 내려오고 나면 자연스럽게 어디 앉고 싶어진다. 후시미이나리는 생각보다 오래 걷게 되는 장소라서, 식사보다 먼저 휴식이 필요해지는 시점이 생긴다. 그래서인지 이 카페의 존재가 더 크게 느껴졌다.

결국 잠시 쉬어가기로 하고 들어가게 되었다.


브런치 카페의 분위기

버밀리언은 단순히 커피만 파는 카페라기보다 브런치 카페에 가까운 공간이었다. 토스트와 샌드위치, 간단한 식사 메뉴들이 함께 준비되어 있었고, 여행객뿐 아니라 현지인으로 보이는 손님들도 보였다.

등산을 한 뒤라 음식도 끌렸지만, 곧 식사를 할 예정이었기에 커피만 주문했다. 여행 중에는 이런 선택을 자주 하게 된다. 배는 고프지만, 다음 일정 때문에 제대로 먹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 자체가 식사 이상의 휴식처럼 느껴졌다.


야외 좌석이 만드는 분위기

이 카페의 특징은 야외 좌석이다. 건물 안도 괜찮지만, 진짜 분위기는 바깥 공간에서 만들어진다. 나무 데크와 작은 연못, 그리고 자연스럽게 놓여 있는 테이블들이 신사 근처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만든다.

실제로는 후시미이나리 입구에서 몇 분 거리밖에 되지 않는데, 공간의 결이 완전히 다르다. 신사가 ‘이동하는 공간’이라면, 이곳은 ‘멈추는 공간’이다.

다만 방문했을 때는 야외 좌석이 모두 차 있었다. 이미 꽤 알려진 장소였고, 한국인 여행객도 보였다. 결국 실내 좌석에 앉게 되었지만, 내부 역시 조용하고 안정적인 분위기라 충분히 괜찮았다.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방금 전까지 산을 걷고 있었다는 사실이 서서히 현실감으로 돌아왔다.


여행 중 드물게 생기는 ‘멈춤’

여행에서는 이상하게도 계속 움직이게 된다. 특히 교토는 볼 곳이 많아서 더 그렇다. 신사 하나를 보고 나오면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하고, 일정이 비어 있으면 손해 보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후시미이나리는 예외였다. 올라갔다 내려오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일정이기 때문에, 끝나고 나면 자연스럽게 멈추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 타이밍에 이런 카페가 있다.

버밀리언은 특별한 관광지가 아니다. 유명한 명소도 아니고, 반드시 들러야 하는 장소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는 이유는, 여행 중 거의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은 다음 장소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앉아서 쉬는 시간에 가까웠다.

후시미이나리 신사를 ‘걷는 장소’라고 한다면, 이 카페는 그 경험을 마무리하는 장소였다. 산을 내려와서 호흡을 정리하는 시간 같은 공간이었다.


📌 버밀리언 카페 (Vermillion Cafe)

  • 📍 주소 : 5-31 Fukakusa Kaidoguchicho, Fushimi-ku, Kyoto, 612-0805, Japan
  • 📞 전화번호 : +81 75-644-7989
  • 🌐 홈페이지 : http://www.vermillioncafe.com/
  • 🕒 영업시간 : 09:00 –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