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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로시쿠 오네가이시마스(よろしくお願いします) — 부탁의 말 같지만, 실제로는 관계를 시작하는 말

처음 만나면 거의 반드시 등장한다

일본에서 누군가를 처음 소개받으면 대화가 길지 않아도 이 말은 빠지지 않는다. 이름을 말하고, 가볍게 인사를 하고, 마지막에 자연스럽게 붙는다.

よろしくお願いします(요로시쿠 오네가이시마스).

보통은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이해한다. 틀린 번역은 아니다. 다만 이상한 점이 있다. 아직 아무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부탁을 하고 있다. 부탁할 내용이 없는 상황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 말은 부탁 자체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부탁’이라기보다 앞으로의 관계에 대한 말

よろしく는 형용사 よろしい(좋다, 괜찮다)에서 온 말이다. 그리고 お願いします는 “부탁합니다”라는 뜻이다. 그래서 직역하면 “좋게 부탁드립니다” 정도가 된다. 하지만 실제 쓰임은 조금 다르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 말을 할 때 상대에게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건 아니다. 대신 앞으로의 관계가 원만하게 이어지길 바란다는 의미가 더 가깝다. 즉 부탁의 내용이 있는 말이 아니라, 관계의 방향을 미리 정리하는 말처럼 쓰인다.

그래서 자기소개가 이렇게 끝난다.

  • はじめまして、田中(たなか)です。よろしくお願いします。
  • 처음 뵙겠습니다, 다나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여기서 부탁하는 건 일이 아니라 관계다.


왜 이메일 끝에도 붙는가

이 표현은 대면 상황뿐 아니라 문자나 메일에서도 거의 항상 등장한다. 일을 부탁할 때뿐 아니라 단순히 자료를 전달할 때도 붙는다.

  • 資料(しりょう)を送(おく)りました。よろしくお願いします。
  • 자료 보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여기서도 상대에게 특별히 해야 할 행동을 강하게 요구하는 건 아니다. 확인해달라는 의미가 포함되기도 하고, 단순히 전달했다는 마무리 인사로 쓰이기도 한다. 즉 부탁의 강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관계의 톤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부탁을 할 때와 느낌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실제로 부탁할 때도 같은 표현을 쓴다.

  • 明日(あした)までにお願(ねが)いできますか。よろしくお願いします。
  • 내일까지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잘 부탁드립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표현이 있을 때 부탁이 부드럽게 들린다는 것이다. 내용은 요청이지만, 표현은 관계 유지에 가깝다. 그래서 이 말은 요청의 강도를 낮추는 완충 장치처럼 작용한다.


왜 ‘감사합니다’로 대체되지 않는가

한국어에서는 부탁 후에 “감사합니다”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일본어에서는 그 자리에 よろしくお願いします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차이는 시점에 있다.

ありがとう(감사합니다)는 이미 행동이 끝난 뒤에 쓰기 자연스럽다.
よろしくお願いします는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쓰인다.

즉 결과에 대한 말이 아니라, 앞으로 이어질 과정에 대한 말이다. 그래서 처음 만났을 때도, 일을 맡길 때도, 메일을 보낼 때도 자연스럽게 들어간다.


결국 남는 의미

이 표현을 “잘 부탁드립니다”로 외우면 맞긴 맞지만, 상황마다 의미가 달라져 헷갈린다. 대신 “앞으로 잘 이어가고 싶습니다”라는 느낌으로 이해하면 대부분 설명이 된다.

그래서 일본어 대화를 듣다 보면 이 말이 자주 등장한다. 부탁의 내용이 있어서가 아니라, 관계를 정리하고 시작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결국 よろしくお願いします는 요청의 표현이라기보다, 상대와 같은 방향을 보겠다는 표시에 가까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