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흔히 미식의 도시라고 불린다. 화려한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부터 동네 골목의 작은 국수집, 새벽까지 불을 밝히는 차찬탱, 오래된 광둥식 식당까지 음식의 스펙트럼이 넓다. 그래서 홍콩 여행에서는 관광지만큼이나 “어디서 무엇을 먹을까”가 중요한 고민이 된다.
셋째 날 저녁 역시 마찬가지였다. 원래는 코즈웨이베이에서 유명한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호흥키(Ho Hung Kee)를 방문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그날 직원 회식으로 조기 마감을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한참을 찾아 올라갔는데 문이 닫혀 있으니 허탈함이 컸다.
그렇게 계획이 틀어진 저녁, 다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선택하게 된 곳이 바로 타이우 레스토랑(Tai Woo Restaurant) 이었다.


계획이 틀어져서 만난 식당
여행에서는 종종 이런 순간이 있다. 미리 정해둔 목적지가 무산되었을 때, 오히려 예상하지 못한 장소를 만나게 되는 일이다. 타이우 레스토랑도 그런 식당이었다.
처음부터 꼭 가야겠다고 정한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코즈웨이베이 일대에서 저녁 식사를 해결해야 했고, 주변 정보를 다시 찾아보니 이곳 역시 꽤 이름이 알려진 식당이었다. 단순한 대체 식당이라기보다는, 홍콩 현지 분위기를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전통 광둥식 레스토랑에 가까웠다.
결과적으로는 호흥키를 못 간 아쉬움과는 별개로, 또 다른 홍콩의 식문화를 경험하게 된 저녁이었다.


미슐랭 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레스토랑
타이우 레스토랑은 한때 미슐랭 가이드 1스타를 받았던 식당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에는 빕 구르망(Bib Gourmand)으로 소개되며 보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미슐랭 별이 없어졌다고 해서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빕 구르망은 “부담 없이 좋은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가 있어 여행자에게는 더 현실적인 기준이 되기도 한다.
특히 홍콩처럼 외식 문화가 발달한 도시에서는 오래 살아남은 대형 광둥식 식당 자체가 이미 경쟁력을 증명하는 셈이다. 타이우 역시 그런 곳이었다.

건물 9층 전체를 사용하는 대형 식당
타이우 레스토랑은 Causeway Bay Plaza 2 건물 9층에 자리하고 있다. 홍콩에서는 식당이 지상 1층이 아니라 빌딩 상층부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흔한데, 처음 여행하는 사람에게는 꽤 낯선 구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문이 열리자마자 바로 식당 내부가 펼쳐졌다. 층 전체를 사용하는 대형 레스토랑답게 규모가 상당했고, 직원들이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흔히 길가에 출입문이 보이는 식당에 익숙하다 보니,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바로 식당 한가운데 들어서는 경험 자체가 꽤 신선했다. 홍콩이라는 도시의 공간 활용 방식이 음식점에도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연회장 같은 활기찬 분위기
매장 안으로 들어서니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소리였다. 사람들의 대화, 접시 부딪히는 소리, 직원들의 빠른 움직임이 한데 섞여 상당히 활기찼다.
원형 테이블이 곳곳에 놓여 있었고, 가족 단위 손님이나 단체 모임이 많았다. 분위기는 조용한 파인다이닝보다는 대형 연회장에 가까웠다.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결혼식장 식당이나 큰 잔칫집 같은 느낌도 있었다.
이런 시끌벅적한 에너지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지 사람들이 실제로 이용하는 인기 식당”이라는 사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인상적이었던 매니저의 응대
혼자 방문한 여행자로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한 매니저의 응대였다. 한국 여행자들 사이에서도 이름이 알려져 있던 레이몬드 신(Raymond Sin)이라는 매니저였다.
그는 자연스럽게 자리를 안내해주었고, 메뉴를 고민하고 있으니 직접 추천도 해주었다. 단순히 주문만 받는 것이 아니라, 수조에 있는 해산물을 보여주며 어떤 재료가 좋은지 설명해주는 식이었다.
홍콩 여행 중 식당 서비스가 다소 거칠게 느껴졌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런 친절한 응대는 더욱 인상적으로 남았다. 혼자 식사하는 사람도 불편하지 않게 챙겨주는 태도 덕분에 훨씬 편안하게 식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날 주문한 메뉴
추천을 받아 이날은 랍스터 요리와 소고기 요리를 주문했다.
랍스터는 작은 사이즈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되었고, 소고기 요리는 Crispy Juicy Stewed Beef라는 이름의 메뉴였다. 여기에 홍콩 식당 특유의 차(tea charge), 봉사료 등이 더해지며 최종 금액은 예상보다 꽤 높아졌다.
간단히 한 끼를 먹는다는 느낌으로 들어왔지만, 결과적으로는 제법 제대로 된 저녁 식사가 되어버렸다. 홍콩에서는 메뉴 가격 외에 추가 비용이 붙는 경우가 많으니 이런 부분도 미리 알고 가면 좋다.
첫 랍스터 경험, 솔직한 감상
랍스터는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라 기대가 있었다. 흔히 고급 식재료로 알려져 있으니 얼마나 특별할까 싶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기대만큼 강한 인상은 아니었다. 새우보다 크고 단단한 식감이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처럼 압도적인 풍미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작은 새우를 더 쫄깃하게 만든 듯한 느낌에 가까웠다.
물론 조리 방식이나 재료 상태,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비싸다고 무조건 내 입맛에 맞는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다시 느끼게 한 메뉴였다.
소고기 요리와 광둥식 소스
소고기 요리는 비주얼은 훌륭했지만 역시 취향은 조금 갈렸다. 개인적으로는 담백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편인데, 광둥식 소스가 꽤 강하게 느껴졌다.
나중에 매니저의 안내대로 겨자 소스에 찍어 먹으니 조금 더 균형이 맞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강한 양념 자체는 쉽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이 역시 음식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취향의 문제였다. 현지식당을 여행하며 경험하는 재미 중 하나는, 맛있다와 별개로 “내 입맛과는 다르다”는 차이를 발견하는 데 있는 것 같다.


홍콩 식당 특유의 빠른 서비스
식사를 마친 뒤 간단한 후식이 나왔다. 다만 서빙 방식은 홍콩에서 자주 보았던 그 스타일 그대로였다. 접시를 조심스럽게 내려놓는다기보다는 빠르게 툭 놓고 지나가는 방식이다.
처음엔 다소 무뚝뚝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홍콩에서는 이것이 특별히 불친절하다기보다 빠른 회전율과 효율을 중시하는 문화에 가깝다. 예전에 현지인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Eat the food, not the service.”
서비스보다 음식 자체에 집중하라는 말이었다. 홍콩 식당을 이해하는 데 꽤 정확한 표현이었다.

결과적으로 기억에 남는 저녁
타이우 레스토랑은 모든 메뉴가 완벽하게 입맛에 맞았던 곳은 아니었다. 가격도 예상보다 높았고, 음식 역시 호불호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저녁이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는 단순히 맛 때문만은 아니다. 계획이 틀어진 뒤 우연히 들어간 식당, 대형 연회장 같은 분위기, 친절했던 매니저, 처음 먹어본 랍스터, 그리고 홍콩식 외식 문화까지 한 번에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행에서 좋은 식당은 꼭 “가장 맛있는 곳”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 도시의 공기와 사람, 분위기까지 함께 기억하게 만드는 곳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타이우 레스토랑이 그런 장소였다.
📌 홍콩 코즈웨이베이 타이우 레스토랑 (Tai Woo Restaurant)
- 📍 주소 : 9/F, Causeway Bay Plaza 2, 463-483 Lockhart Rd, Causeway Bay, Hong Kong
- 📞 전화번호 : +852 2893 0822
- 🌐 홈페이지 : http://www.taiwoorestaurant.com/en/
- 🕒 운영시간 : 10:30 – 03:00
- 🚇 MTR Causeway Bay Station 도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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