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WL Magzine Korea

LG 그램은 숫자를 말하지 않았다, 대신 24시간을 보여줬다

이 광고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아티스트들이 사용하는 도구가 굉장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포토샵도 없고, 일러스트레이터도 없다. 심지어 프리미어 같은 영상 편집 프로그램도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사용되는 것은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주목하지 않는 프로그램들이다.

LG 그램 광고가 배터리를 설명하지 않은 방식

한동안 “제품은 잘 만드는데 광고는 못한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던 기업 중 하나가 LG였다. 기술력은 분명한데, 그걸 이야기로 풀어내는 데에는 늘 한 박자씩 늦는다는 인상이 강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LG의 광고를 보고 있으면, 이 말이 더 이상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공개된 LG 그램 광고 역시 그런 변화의 흐름 위에 놓여 있는 사례다.

‘24시간 동안 지속되는 노트북’이라는 문장은 자칫하면 굉장히 식상해질 수 있는 메시지인데, LG는 이 단순한 문장을 숫자나 스펙 표가 아니라 사람과 작업의 흐름으로 풀어냈다.


배터리를 말하지 않고, 시간을 보여주다

LG 그램 광고의 핵심은 단순하다. “정말 24시간을 버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말로가 아니라 하나의 실험으로 답하는 방식이다.

이 실험에 참여한 사람은 총 다섯 명의 아티스트다. 이들은 각자 다른 시간대에 노트북을 이어받아 작업을 계속 진행한다. 중요한 점은, 각자가 따로따로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프로젝트를 릴레이처럼 이어간다는 점이다. 즉, 노트북은 꺼지지 않고, 작업은 멈추지 않는다.

이 설정만으로도 이미 광고의 방향은 명확해진다.

배터리를 강조하기 위해 배터리를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작업이 어디까지 이어졌는지”를 보여준다.


일부러 ‘가벼운 도구’를 선택한 이유

이 광고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아티스트들이 사용하는 도구가 굉장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포토샵도 없고, 일러스트레이터도 없다. 심지어 프리미어 같은 영상 편집 프로그램도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사용되는 것은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주목하지 않는 프로그램들이다.

메모장, 엑셀, 그림판, 파워포인트.

처음에는 다소 장난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아니, 이런 프로그램으로 무슨 작업을 한다는 거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하지만 광고는 바로 그 지점에서 흥미를 만들어낸다. 이 평범한 도구들로도 하나의 애니메이션 프로젝트가 완성되어 간다는 사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하나의 충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자연스럽게 각인된다.


24시간이라는 숫자를 체감하게 만드는 구성

광고 속 설정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 24시간은 단순히 연속 작업 시간이 아니다. 초절전 모드로 실제 작업을 한 시간은 약 17시간 55분, 그리고 식사나 회의, 휴식 같은 대기 시간이 약 6시간 7분 정도 포함되어 있다.

이 수치를 굳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아, 이 노트북은 하루를 버틴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숫자는 뒤로 숨고, 경험이 앞으로 나오는 구조다. 이건 단순히 배터리가 오래 간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하루를 통째로 함께할 수 있는 도구’라는 메시지에 가깝다.


그래서 오히려 생기는 궁금증

이 광고를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하나의 질문이 떠오른다.

“그럼 포토샵이나 프리미어 같은 무거운 프로그램을 쓰면 어떨까?”

이 질문은 광고의 약점일 수도 있고, 동시에 장점일 수도 있다.

모든 상황을 다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의문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 광고는 스스로를 과장하지 않는다. “모든 상황에서도 24시간 간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이 정도의 작업 흐름이라면 충분히 하루를 버틴다”는 현실적인 선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 선을, 아티스트들의 실제 작업 과정이라는 구체적인 장면으로 설득한다.


기술보다 먼저 기억에 남는 것은 ‘방식’

이 광고가 인상적인 이유는, LG 그램의 배터리 성능이 뛰어나서라기보다 그걸 설명하는 방식 때문이다. 배터리를 강조하기 위해 배터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시간을 쓰는 사람들의 흐름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흐름이 자연스럽게 24시간을 채운다.

예전의 LG였다면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최대 24시간 사용 가능합니다.”

이번 LG는 대신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루를 통째로 써도, 아직 꺼지지 않았습니다.” 그 차이가, 이 광고를 기억에 남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