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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끝나버린 선택에서 시작되는 기록 이번 기록은 공연장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오히려 공연을 보기 위해 이미 모든 선택이 끝나버린 상태에서 시작된다. 올패스를 끊었고, 이틀을 비워두었고, 마지막 무대가 어디에 놓일지도 이미 알고 있었다. 선택지는 많지 않았고, 선택 이후에 남은 것은 기다림뿐이었다. 이 프롤로그는 그래서 설렘보다는 긴장에 가깝고, 기대보다는 각오에 가까운 상태에서 시작된다. 공연 일정은 이미 오래전에 확정되어 있었다. 날짜가 달력 위에 찍혀 ...

카노우 미유(SIS/T) 미니 라이브, 여행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비가 내리는 토도로키 녹지의 풍경은 생각보다 훨씬 차분했고, 동시에 묘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는 힘이 있었다.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도쿄의 날씨는 맑고 따뜻했는데, 정작 공연이 예정된 날이 되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야외 행사, 그것도 녹지 한가운데에서 열리는 공연이었기에 날씨의 영향은 클 수밖에 없었고, 행사장을 둘러보며 ‘사람이 더 많았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

택시를 타고 도착한 곳은 긴시초 파르코였다. 이번 여행에서도 이곳에 다시 오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시스(SIS/T)의 미니 라이브가 또다시 이곳에서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한동안은 같은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행사가 열리면 ‘또 여기인가’ 하는 아쉬움이 먼저 들기도 했지만, 어제 사이타마까지 다녀온 뒤에는 그런 생각이 말끔히 사라졌다. 솔직히 말하면, 이제는 같은 장소라도 이동이 편한 곳이 훨씬 낫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 있었다. 사이타마에서의 하루를 떠올려보면, ...

준비를 끝내고, 무대가 열리기 직전의 공기 아리오 와시노미야 쇼핑몰에 도착해 이벤트존에서 굿즈를 구입하고, 쇼핑몰 안에서 꽃다발을 맞추고, 직원에게 선물 전달까지 마치고 나니 그제서야 아주 짧은 ‘빈 시간’이 생겼다. 사실 여행 중에 남는 시간이란 게 늘 그렇듯, 완벽하게 비는 시간이라기보다는 숨을 한 번 고르는 정도에 가까웠다. 우리는 쇼핑몰 바깥쪽으로 잠깐 빠져나가 벽에 기대어 물 한 모금 마시고, 손에 쥔 영수증과 특전권을 ...

전철을 몇 번이나 잘못 탑승한 끝에 우리는 결국 이날의 목적지인 아리오 와시노미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이타마의 주택가를 한참 지나 도착한 이 쇼핑몰은, 도쿄 도심에서 흔히 보던 복합몰과는 결이 조금 달랐다. 주변은 한적했고, 유동 인구도 비교적 차분한 편이었으며, ‘공연이 있는 날’이 아니라면 주말에도 크게 붐비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조금 일찍 도착해 쇼핑몰 내부를 여유 있게 둘러볼 수 있었겠지만, ...

1부 공연이 끝난 뒤, 잠시의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무대에서 내려온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관객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졌다. 필자 역시 이 시간을 이용해 단체 선물과 꽃다발에 적을 메시지를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공연장이 위치한 시나가와 프린스 호텔 단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잠시 앉아 펜을 들 수 있을 만한 카페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호텔 내부에 카페가 있기는 ...

시나가와역에서 공연장까지, 익숙했던 장소가 다시 열리는 순간 시나가와역에서 공연장까지의 거리는 생각보다 훨씬 짧았다. 도보로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고, 복잡한 동선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큰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목적지에 도착하는 구조였고, 공연을 보러 가는 길치고는 꽤나 친절한 동선이었다. 공연 전 이동에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더 흥미로웠던 건, 공연장이 위치한 장소가 전혀 낯설지 않았다는 점이다. ...

1부와 2부 사이, 공연 사이의 숨 고르기, 스타벅스에서 머문 시간 KIWA에서의 1부 공연이 끝나자마자 맞닥뜨린 문제는 아주 현실적인 것이었다. “이 애매한 시간을 어디에서 보낼 것인가.” 공연의 열기는 아직 몸에 남아 있었고, 그렇다고 바로 저녁을 먹기에는 너무 이른 시각이었다. 배는 살짝 고팠지만, 무언가를 제대로 먹기보다는 잠시 앉아서 숨을 고르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다. 결국 선택지는 자연스럽게 카페였다. 텐노즈 아일에서 찾은 익숙한 ...

시나가와역에서 출발해 텐노즈 아일 방향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다리를 하나 건너자 풍경이 바뀌고, 그 사이로 오늘의 목적지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감각이 또렷해졌다. 공연장으로 보이는 건물 앞에 도착했을 때, 이미 줄을 서 있는 낯익은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몇 번의 공연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안면을 튼 일본 팬들이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공연을 따라 이동하다 보니 “팬”이라는 단어보다 “아는 사람”에 가까운 사이가 되어버린 셈이다. 텐노즈 아일 ...

요코하마 비브레 타워레코드, 카노우 미유(SIS/T) & 마코토 미니 라이브 현장 공연 전, 다시 시작되는 준비의 시간 꽃다발을 준비하고 나서, 우리는 다시 요코하마 비브레 쇼핑몰 안으로 돌아왔다. 스타벅스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꽃다발에 적을 메시지를 마지막까지 다듬는 동안에도, 머릿속은 이미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이제 곧 다시 굿즈 판매가 시작되고, 입장 번호를 받기 위한 작은 전쟁이 시작될 터였다. 전날 긴시초에서 한 차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