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WL Magzine Korea

롯본기에서의 일정이 마무리되고 나니, 자연스럽게 발걸음은 다시 우에노로 향했다. 도쿄에 여러 번 와 보았지만, 이상하게도 우에노는 언제나 ‘돌아오는 장소’ 같은 느낌을 준다. 처음 도쿄에 왔을 때 가장 먼저 익숙해졌던 동네이기도 하고, 전철 노선도 복잡하지 않아 이동의 기준점처럼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롯본기 일대에서 그대로 저녁을 해결할 수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 지역 특유의 분위기와 가격대를 생각하니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루를 정리하는 ...

밥 앞에서만 생각나는 음식 멘타이코는 이상한 음식이다. 배가 고플 때 떠오르지도 않고, 밖에서 “오늘 뭐 먹지?”라고 고민할 때 선택지에 오르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집에 돌아와 밥솥을 열고, 갓 지은 밥이 남아 있는 걸 확인하는 순간, 아주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마치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어야 했던 것처럼, 밥이 멘타이코를 호출한다. 이 음식의 정체성은 철저하게 밥 이후에 시작된다는 데 있다. 멘타이코는 밥을 전제로 존재한다. 공복 ...

“이쿠라를 기대하면 바로 실망한다” 스지코를 처음 만나는 사람 대부분은 이쿠라를 떠올린다. 반짝반짝한 연어알, 숟가락으로 퍼먹는 이미지, 입 안에서 터지는 감각. 그런데 스지코 앞에 앉는 순간 그 기대는 바로 어긋난다. 알은 붙어 있고, 질감은 뻣뻣하며, 색은 화려하기보다 묘하게 어둡다. 무엇보다 친절하지 않다. 떠먹으라고 존재하는 음식이 아니라, 알아서 잘라 먹으라는 태도다. 그래서 스지코는 첫인상부터 호감형이 아니다. “이게 왜 맛있지?”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

공연 전 일정이 촘촘하게 짜여 있었기에, 식사는 ‘맛집 탐방’이 아니라 ‘빠른 해결’이 우선인 상황이었다. 굿즈 구매와 선물 전달까지 마친 뒤, 다시 공연장으로 돌아가야 했고, 남아 있는 시간은 넉넉하지 않았다. 결국 선택지는 하나였다. 멀리 이동하지 않고, 지금 있는 건물 안에서 해결하는 것. 그렇게 우리는 긴시초 파르코 안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긴시초 파르코는 층마다 상점 구성이 명확한 편인데, 식당가는 주로 중간층에 몰려 ...

“처음부터 부담스러운 비주얼” 이쿠라는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사람을 시험한다. 초밥 위에 잔뜩 올려진 주황색 알갱이들을 보고 있으면, 이게 과연 맛있을까 싶은 생각이 먼저 든다. 예쁘다기보다는 뭔가 과하고, 반짝거리는 것도 살짝 부담스럽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쿠라는 친절한 음식이 아니다. “한 번 먹어볼래?”라고 권하기도 애매하고, 누군가가 접시를 내밀면 잠깐 망설이게 되는 그런 음식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렇게 망설이던 사람도 한 번 ...

바다의 내장을 요리로 승화시키다 가니미소는 일본 요리의 깊이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존재다. 흔히 “게 미소”라고 번역되지만, 단순한 식재료의 차원을 넘어 일본 미식 문화가 지닌 철학과 태도를 응축해 보여주는 음식으로 평가받는다. 바다에서 얻은 재료를 끝까지 존중하고, 버려질 수 있는 부분까지도 요리로 승화시키는 일본 요리 특유의 미학이 가장 잘 드러나는 사례 중 하나다. 가니미소란 무엇인가 가니미소는 말 그대로 게의 내장을 뜻한다. ...

— 식당의 요리와 편의점 간식, 같은 이름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소비되는 음식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편의점 음식의 수준에 놀라게 된다.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용도가 아니라, ‘이 나라 사람들은 평소에 이런 걸 먹는구나’라는 감각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바로 편의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 여행에서 편의점은 더 이상 대안이 아니라, 하나의 목적지가 된다. 계란 샌드위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배틀트립에서 성시경이 도쿄에 도착하자마자 ...

스카이라이너를 타고 공항에 도착하니, 이제 정말 이번 여행의 끝자락에 들어왔다는 실감이 들었다. 나리타 국제공항 제3터미널에 도착한 시점은 아직 이른 오후였고, 비행기 출발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남아 있었다. 다만 제대로 된 아침 식사를 하지 못한 채 이동한 터라, 출국 수속에 들어가기 전에 공항에서 식사를 하기로 자연스럽게 의견이 모였다. 나리타 공항 제3터미널은 LCC 이용객이 많은 만큼, 동선이 단순하고 푸드코트도 비교적 직관적인 구조로 ...

— 왜 일본에 가면 모두가 이 샌드위치를 찾을까 일본 편의점 음식은 한국 여행객들 사이에서 늘 높은 평가를 받는다. 단순히 종류가 많아서가 아니라, 전체적인 완성도와 안정감이 다르다는 인상이 강하다. 도시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편의점이지만, 막상 들어가 보면 ‘급하게 때우는 음식’이 아니라 충분히 식사로 성립하는 메뉴들이 진열돼 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식당 대신 편의점에서 한 끼를 해결하는 풍경도 낯설지 않다. 그중에서도 유독 많은 ...

요시노야(Yoshinoya), 여행의 속도를 맞추다 숙소 체크인을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이번 여행의 첫 번째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섰다. 사실 체크인 이전부터 몇 군데 식당을 염두에 두고 있기는 했지만, 막상 시간이 이른 탓인지 문을 열지 않은 곳들이 제법 있었다. 간신히 문을 연 곳도 있었지만, 메뉴나 분위기 면에서 함께한 지인들이 선뜻 내키지 않아 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이런저런 이유로 다시 숙소 쪽으로 발길을 돌리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