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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편의점의 숨은 강자, 이카소우멘(いかそうめん)

편의점 이카소우멘은 말린 오징어를 기반으로 한 완전히 다른 카테고리의 음식이다. 식감은 쫀득하고 탄탄하며, 씹는 행위 자체가 중심이 된다. 조리된 요리라기보다는, 오래 보관하며 조금씩 먹는 간식에 가깝다. 같은 이름을 쓰고 있지만, 조리 방식도, 먹는 맥락도, 소비되는 장소도 다르다.

— 식당의 요리와 편의점 간식, 같은 이름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소비되는 음식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편의점 음식의 수준에 놀라게 된다.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용도가 아니라, ‘이 나라 사람들은 평소에 이런 걸 먹는구나’라는 감각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바로 편의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 여행에서 편의점은 더 이상 대안이 아니라, 하나의 목적지가 된다.

계란 샌드위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배틀트립에서 성시경이 도쿄에 도착하자마자 계란 샌드위치를 집어 들었던 장면은 많은 여행자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방송 이후 실제로 판매량이 늘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일본 편의점 음식은 대중문화와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하지만 계란 샌드위치만큼이나 일본적인 간식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이카소우멘(いかそうめん)이다.


오징어를 ‘소면’처럼 먹는 일본식 발상

이카소우멘은 말린 오징어를 아주 가늘게 찢어, 마치 소면처럼 만든 음식이다. 이름 그대로 ‘오징어(いか)’를 ‘소면(そうめん)’의 형태로 즐긴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일본 음식 특유의 미학, 즉 재료를 바꾸기보다 형태와 경험을 바꾸는 방식이 잘 드러나는 예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이카소우멘은 기본적으로 말린 오징어의 감칠맛을 그대로 살린 간식이다. 짭짤하면서도 씹을수록 단맛이 올라오고, 별다른 양념 없이도 충분히 맛이 완성된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맥주나 하이볼과 함께 먹는 술안주로도 많이 소비된다.


식당의 이카소우멘과는 전혀 다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편의점에서 파는 이카소우멘과 식당에서 먹는 이카소우멘은 사실상 다른 음식이라는 점이다.

이자카야나 해산물 전문점에서 나오는 이카소우멘은 대부분 생오징어를 사용한다. 신선한 오징어를 아주 가늘게 채 썰어, 차갑게 식혀 간장이나 와사비와 함께 먹는 요리다. 식감은 부드럽고 미끈하며, 회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여름철 메뉴로 특히 인기가 많고, 술자리에서 가볍게 시작하는 안주로 자주 등장한다.

반면, 편의점 이카소우멘은 말린 오징어를 기반으로 한 완전히 다른 카테고리의 음식이다. 식감은 쫀득하고 탄탄하며, 씹는 행위 자체가 중심이 된다. 조리된 요리라기보다는, 오래 보관하며 조금씩 먹는 간식에 가깝다. 같은 이름을 쓰고 있지만, 조리 방식도, 먹는 맥락도, 소비되는 장소도 다르다.

이 차이를 알고 먹으면, 편의점 이카소우멘이 가진 정체성이 훨씬 또렷해진다.

식당에서의 이카소우멘

술안주이자 간식이라는 이중성

편의점 이카소우멘은 분명 술안주로 분류되지만,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오히려 술 없이 먹을 때 오징어 자체의 맛이 더 잘 느껴진다. 그래서 일본에 갈 때마다 간식처럼 하나씩 사서 숙소에서 천천히 먹게 된다.

늦은 밤, 편의점 봉투를 열고 이카소우멘을 조금씩 집어 먹는 경험은 꽤 일본적인 순간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여행의 리듬을 느리게 만들어 주는 음식이다.


편의점마다 미묘하게 다른 선택지

이카소우멘은 일본 주요 편의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세븐일레븐과 패밀리마트에서 주로 판매되며, 포장 디자인이나 오징어의 굵기, 간의 세기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다. 가격은 대체로 130엔대 전후로 부담 없는 수준이다.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선호는 갈릴 수 있지만, 중요한 건 편의점 이카소우멘은 실패 확률이 거의 없는 선택지라는 점이다. 일본 편의점 간식 중에서도 유독 안정적인 맛을 유지한다.


일본에서 먹을 때 가장 일본다운 간식

이제는 한국에서도 이카소우멘을 구할 수 있다. 일본 식품을 취급하는 마트나 온라인몰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카소우멘은 여전히 일본에서 먹을 때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여행이라는 맥락, 편의점이라는 공간, 그리고 일본 특유의 ‘소소함을 즐기는 문화’가 겹쳐질 때, 이카소우멘은 단순한 말린 오징어를 넘어 하나의 경험이 된다.

식당에서 먹는 이카소우멘이 요리라면, 편의점 이카소우멘은 생활이다. 일본을 여행한다면, 그 생활의 한 조각을 맛보듯 이 간식을 한 번쯤 집어 들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