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 아트코트에서 보낸 하루
드디어 이번 여행의 메인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공연 시간이 다가왔다. 이번 공연은 도쿄 신오쿠보에 자리하고 있는 공연장, R’s 아트코트(アールズアートコート)에서 열렸다. 11월 6일은 카노우 미유의 생일이기도 했는데, 생일 날짜에 맞춰 소속사에서 단독 콘서트를 기획한 일정이었다.
여행 일정 자체도 이 공연을 중심으로 짜여 있었기에, 이 날의 공연은 단순한 일정 중 하나가 아니라 이번 도쿄 여행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생일이라는 개인적인 날에 공연을 연다는 것은, 가수에게도 팬에게도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쉬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을 텐데, 무대 위에서 팬들과 시간을 보내는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이 공연은 단순한 ‘이벤트’라기보다는 하나의 메시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현실적인 생각도 들었다. 평일 저녁이라는 점, 그리고 주말에는 이미 사카이에서 다른 공연 일정이 잡혀 있었던 점까지 감안하면, 일정이 빠듯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날을 선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번 공연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였던 것 같다.

도쿄 신오쿠보 중심에 자리한 공연장, R’s 아트코트
R’s 아트코트는 신오쿠보 중심부, 골목 안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대로변에서 바로 보이는 위치는 아니어서 지도를 잘 확인하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곳이기도 했다. 실제로 공연장 근처에 도착했을 때도, “정말 이런 곳에 공연장이 있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공연장 입구 맞은편에는 실제 주거 공간이 있었고, 골목 안쪽에 공연장이 조용히 자리 잡고 있는 구조였다. 화려한 간판이나 번쩍이는 외관보다는, 동네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느낌에 가까웠다. 그래서 더더욱 이 공간에서 공연이 열린다는 사실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이런 위치 덕분인지 공연장 주변 분위기는 생각보다 차분했다.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동네 골목을 걷는 느낌이 강했고, 그래서인지 공연이 시작되기 전의 긴장감과 설렘이 더 또렷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카노우 미유 팬카페의 단체 생일 선물, 롤링페이퍼
공연 시작 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도착하니, 이미 팬카페에서 온 몇몇 사람들이 공연장 앞에 모여 있었다. 출국 전부터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소통하던 사람들이었기에, 온라인에서만 보던 이름들이 실제 얼굴과 연결되는 순간이 묘하게 낯설면서도 반가웠다.
이번 생일을 맞아 팬카페에서는 단체 선물로 롤링페이퍼를 준비하고 있었다. 큰 판 위에 각자의 메시지를 붙이는 방식이었는데, 공연 전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합류하게 되었다. 단순히 이름만 적는 메시지보다는, 각자 나름의 진심을 담아 글을 남기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예정된 인원보다 도착이 늦어지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빈 공간이 조금 남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추가로 메시지를 작성해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어, 영어, 일본어로 총 세 개의 메시지를 남기게 되었다. 같은 내용을 다른 언어로 적으면서, 이 공연이 여러 언어와 문화가 섞인 자리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었다.

팬카페에서 준비한 작은 기념품
공연장 앞에서 대기하는 동안, 팬카페에서 준비한 작은 선물도 나눠주었다. 카노우 미유의 얼굴이 인쇄된 안경닦이였는데, 디자인 자체는 깔끔하고 예뻤다. 다만 누군가의 얼굴이 인쇄된 안경닦이로 실제로 안경을 닦는다는 것이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져서, 결국 기념품으로만 간직하게 되었다.
이런 소소한 굿즈 하나에도 팬들의 정성과 애정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어, 사용 여부와는 별개로 의미 있게 느껴졌다. 공연장 앞에서 이런 물건을 손에 쥐고 있으니, 이제 정말 공연이 시작된다는 실감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일본 공연 문화 속 선물 전달 방식
공연이 가까워질수록, 선물 전달 방식에 대한 안내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일본에서는 한국과 달리 팬이 직접 아티스트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대신 관계자 측에서 준비한 선물 박스에 넣는 방식으로 전달된다.
이 방식에서 중요한 점은 선물에 반드시 받는 사람의 이름을 명확하게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여러 출연진이 있는 공연이나 그룹 공연의 경우, 이름이 적혀 있지 않으면 선물이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런 문화적 차이를 직접 경험해보니, 일본 공연 특유의 질서와 시스템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도 이번 공연을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해 갔다. 과거에 학생들과 작업했던 경험을 떠올려, 미유의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간단한 콘텐츠를 제작해 봉투에 담아 전달했다. 크거나 비싼 선물은 아니었지만, 직접 만든 무언가를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생일 콘서트의 시작, 그리고 무대 위의 카노우 미유
티켓은 사전에 티켓보(TICKET BOARD)를 통해 예매했다. 일본 공연 특유의 랜덤 좌석 배정 시스템 덕분에, 공연 당일이 되어서야 자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2열 중앙에 가까운 자리가 배정되었고, 무대를 정면으로 볼 수 있는 위치였다.
공연장은 약 150~200석 규모로 크지 않았지만, 그만큼 무대와 관객의 거리가 가까웠다. 공연 시작 전부터 이미 매진 상태였고, 객석은 빠짐없이 채워져 있었다. 음향 역시 기대 이상으로 좋았는데, 보컬의 울림과 반주 밸런스가 안정적이어서 공연에 몰입하기에 충분했다.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공연에서는 솔로 무대뿐만 아니라, 그룹 SIS/T 멤버들과 함께하는 무대도 이어졌다. 생일 케이크와 함께한 축하 장면은 특히 인상 깊었고, 그 순간만큼은 사진과 영상 촬영이 허용되어 관객 모두가 그 장면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었다.
세트 리스트
이날 공연에서는 총 11곡이 불렸다.
- OVER DRIVE
- 비밀번호 486
- 내가 아줌마가 되어도
- ONEWAY GENERATION
- 사랑을 전하고 싶다든가
- HELLO, TOKYO
- RE:ROAD
- DANCING QUEEN (with SIS/T)
- STAY WITH ME (with SIS/T)
- 愛のバッテリ(사랑의 배터리) (with SIS/T)
- 유리색의 지구
이날의 세트 리스트는 카노우 미유의 현재 위치를 비교적 고르게 보여주는 구성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초반에는 비교적 에너지가 있는 곡들로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중반부로 갈수록 미유 특유의 서정적인 결이 살아 있는 곡들로 호흡을 조절하는 흐름이었다. 특히 HELLO, TOKYO는 음원으로 들을 때보다 라이브에서 훨씬 감정의 결이 또렷하게 전해졌는데, 작은 공연장이라는 공간 덕분에 보컬의 미세한 흔들림이나 호흡까지 그대로 느낄 수 있었던 점이 인상적이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부분은, 이미 익숙하게 알고 있던 곡들도 라이브에서는 전혀 다른 곡처럼 들렸다는 점이다. 음원에서는 지나치기 쉬웠던 가사의 뉘앙스나 감정선이 무대 위에서 직접 전달되면서, “이 노래가 이런 감정이었구나” 하고 새삼 다시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특히 사랑을 전하고 싶다든가, 유리색의 지구 같은 곡은 공연장의 조용한 분위기와 잘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집중해서 듣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시스(SIS/T) 멤버들과 함께한 곡들 역시 공연의 흐름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했다. DANCING QUEEN, STAY WITH ME, 그리고 일본어 버전으로 처음 공개된 사랑의 배터리는 혼자 서는 무대와는 또 다른 에너지를 만들어냈고, 생일 콘서트라는 성격에 걸맞게 무대 분위기를 한층 밝게 만들어주었다. 무엇보다도, 이 곡들을 “처음 공개되는 순간”에 현장에서 직접 들을 수 있었다는 점 자체가, 이번 공연을 하나의 기록으로 남길 만한 이유가 되었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 날의 세트 리스트는 화려한 이벤트보다는 ‘지금의 카노우 미유가 어떤 노래를, 어떤 온도로 부르고 있는지’를 차분하게 확인할 수 있는 구성이었다. 음원으로 알고 있던 노래들을 라이브로 직접 듣고, 그 자리의 공기 속에서 다시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고, 그래서 이 세트 리스트는 공연이 끝난 뒤에도 오래 기억에 남게 되었다.


조용하지만 집중된 일본 공연장의 분위기
한국 공연에 익숙한 입장에서, 일본 공연장의 분위기는 확실히 달랐다. 함성과 떼창보다는, 노래 하나하나를 조용히 듣고 박수로 반응하는 분위기에 가까웠다. 처음에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조금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곡이 진행될수록 이 분위기 나름의 집중력이 느껴졌다.
미유 본인은 더 큰 환호를 바랐을지도 모르지만, 그날의 공연장은 일본 공연 문화 속에서 가능한 최대한의 열기를 보여주고 있었던 것 같았다. 한국 팬들 입장에서는 다소 얌전하게 느껴졌을 수 있지만, 그 차이 자체가 또 하나의 경험으로 남았다.


공연이 끝난 뒤, 남은 여운
이 날의 공연은 단순히 ‘노래를 들었다’는 기억보다, 해외에서 공연을 직접 보고, 그 공간 안에 함께 있었다는 경험으로 남았다. 언젠가 막연히 적어두었던 ‘해외 공연 관람’이라는 버킷 리스트를 이렇게 이루게 될 줄은 몰랐다.
무도관이나 도쿄돔 같은 대형 공연장이 아닌, 작은 공연장에서 무대와 가까운 거리로 마주한 공연이었기에 오히려 더 깊이 남았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한국에서 일본까지 날아온 다른 팬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여운을 나눌 수 있었고, 그 시간까지 포함해 이번 여행의 첫 번째 하이라이트는 완성되었다.
📍 R’s 아트코트 (R’s アートコート)
- 주소 : 1 Chome-9-10 Okubo, Shinjuku City, Tokyo 169-0072
- 전화번호 : +81 3-5273-0806
- 홈페이지 : https://ro-on.tokyo/rsartcou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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