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찾은 장소, 신오쿠보역의 추모벽
하루의 마지막 이동을 앞두고, 우리는 곧바로 전철을 타러 가지 않았다. 신오쿠보역에 들어서자마자,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한 장소를 먼저 찾았다. 바로 신오쿠보역 안에 마련된 이수현 씨 추모벽이었다.
이수현 씨는 2001년 1월 26일, 이 신오쿠보역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한국인 유학생이다. 위험한 상황임을 알면서도 망설이지 않고 선로로 내려갔고, 그 선택은 끝내 되돌릴 수 없는 희생으로 이어졌다. 이 사건은 당시 일본 사회에도 큰 울림을 주었고, 그의 용기와 행동은 지금까지도 한·일 양국에서 기억되고 있다.


크지 않기에 더 또렷했던 기억의 공간
역 내부 한쪽에 조용히 자리 잡은 추모벽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화려한 장식이나 눈에 띄는 연출도 없었다. 대신 사건의 경위와 그의 행동이 간결한 문장으로 기록되어 있었고, 그 앞에 서자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느려졌다.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 공간만은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한 느낌을 주었다.
우리는 우연히 이곳을 지나친 것이 아니라, 일부러 이 장소를 찾았다. 여행의 동선 속에 끼워 넣은 방문이 아니라,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에 꼭 한 번은 마주하고 싶었던 공간이었다. 신오쿠보라는 동네가 한식당과 문화, 사람들로 늘 활기찬 곳이기에, 그 중심에 이렇게 조용한 기억의 장소가 있다는 점이 더욱 깊게 다가왔다.




활기찬 밤거리와 조용한 기억의 대비
추모벽을 보고 역 밖으로 나오자,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네온사인과 가게 불빛, 사람들의 발걸음이 뒤섞인 신오쿠보의 밤 풍경이었다. 낮보다 더 생동감 있는 거리였고, 하루의 피로가 서서히 내려앉는 시간대이기도 했다. 조금 전까지 보고 있던 추모벽의 정적과, 눈앞의 분주한 거리 사이의 대비가 오히려 이 장소의 의미를 더 또렷하게 만들어주었다.
신오쿠보역에서 닛포리역으로 향하는 전철에 몸을 싣고 나서야, 비로소 하루가 끝났다는 실감이 들었다. 공연의 여운, 도쿄돔에서의 풍경, 이케부쿠로의 밤, 그리고 신오쿠보에서의 저녁까지. 그 모든 장면의 끝에 남은 것은 화려함보다는 사람의 선택과 용기, 그리고 그것을 기억하는 일의 무게였다.
여행은 새로운 것을 보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를 다시 마주하게 만드는 시간이기도 하다. 신오쿠보역의 이수현 추모벽은, 이번 도쿄 여행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오래 남을 장면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
📌 신오쿠보역 ― 이수현 추모벽 (JR 신오쿠보역)
- 📍 주소 : 1 Chome-7 Hyakunincho, Shinjuku City, Tokyo 169-0073, Japan (JR 야마노테선 신오쿠보역)
- 📞 전화번호 : +81-50-2016-1600 (JR 동일본 고객센터)
- 🌐 홈페이지 : https://www.jreast.co.jp/estation/stations/839.html
- 🕒 이용시간 : 역 운영시간 내 자유 관람 (추모벽은 개찰구 내부에 위치 / 열차 운행 시간대 상시 접근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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