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끝나고 나면 늘 비슷한 감정이 찾아온다. 방금 전까지는 무대 위의 음악과 조명, 관객의 함성 속에 있었는데, 막상 공연장이 문을 닫고 나면 그 열기가 한순간에 빠져나간 듯한 공허함이 남는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시나가와의 밤공기는 아직 따뜻했지만, 마음 한쪽은 이미 공연이 끝났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었다.
공연을 함께 관람했던 팬들과 자연스럽게 “뭐라도 먹고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전날에는 한국과 일본에서 온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제법 긴 시간을 보냈기에, 이날은 조금 더 가볍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분위기였다. 그렇게 해서, 공연이 끝난 뒤에는 근처에서 간단히 라멘 한 그릇을 먹고 각자의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시나가와역 동쪽, 늦은 밤에도 불이 켜진 곳
다른 일본 팬들은 하나둘 먼저 돌아갔고, 딱 한 명의 일본 팬만 남아 한국 팬들을 이끌었다. 처음에는 시나가와역 서쪽 방향으로 이동했지만, 예상보다 가게들이 일찍 문을 닫은 상태였다. 공연이 끝난 시간이 늦은 편이었기에, 다시 방향을 틀어 시나가와역 동쪽, 코난구치(港南口) 쪽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바로 이치카쿠야였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요코하마 계열의 ‘이에케(家系) 라멘’을 내세우는 체인점인데, 위치를 자세히 보니 묘하게 익숙한 장소였다. 저번 3월 2일 공연이 끝난 뒤, 다 같이 들렀던 이자카야 바로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나가와에서는 이상하게 이런 동선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엔 낯설지만, 몇 번 오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억 속에 자리를 잡게 된다.


조촐하지만 부담 없는, 밤의 라멘집
매장은 화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일본 라멘집의 전형적인 모습에 가까웠다. 테이블 좌석도 있었지만, 중앙에는 혼자서 빠르게 식사를 할 수 있는 카운터형 좌석이 길게 놓여 있었다. 혼자 와서 라멘 한 그릇을 먹고 조용히 나가기에도, 여럿이 잠깐 들러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무난한 구조였다.
가격대 역시 부담스럽지 않았다. 라멘 한 그릇이 대략 1,000엔에서 1,500엔 사이였는데, 시나가와라는 위치를 생각하면 오히려 무난한 수준이라고 느껴졌다. 공연이 끝난 뒤 허기를 달래기에는 딱 적당한 선택지였다.

라멘 한 그릇 위에 얹힌 공연의 여운
라멘이 나오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방금 끝난 공연 이야기를 다시 꺼내기 시작했다. 인상 깊었던 무대, 아쉬웠던 순간, 특전 행사에서 있었던 짧은 대화들까지. 공연장 안에서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지만, 이렇게 식탁 앞에 앉아 있으니 그 장면들이 하나씩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시간은 공연이 있기에 가능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일본에 올 이유도 없었을 것이고,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시나가와의 작은 라멘집에 모여 같은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이 여행의 중심에는 공연이 있었고, 그 공연이 사람을 이어주고, 또 이런 사소한 추억을 남기고 있었다.
라멘 한 그릇을 비우는 동안, 공연이 끝났다는 공허함도 조금은 누그러졌다. 아주 크지는 않지만, 확실히 위로가 되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저물어간,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섰을 때는 이미 밤이 깊어 있었다. 시나가와역 주변은 여전히 밝았지만, 각자의 하루는 조금씩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우리는 짧게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숙소로 향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화려한 무대가 아닌 라멘집의 따뜻한 국물과 조용한 대화 속에서 마무리되었다. 공연의 여운을 가장 현실적인 방식으로 정리한 밤이었다.
📌 도쿄 시나가와 라멘집 | 이치카쿠야(横浜家系ラーメン 壱角家 品川港南口店)
- 📍 주소 : 〒108-0075 Tokyo, Minato City, Konan, 2 Chome−6−7 品川ビル 1F
- 📞 전화번호 : +81-3-5495-7550
- 🌐 홈페이지 : https://gardengroup.co.jp/brand/ichikakuya/
- 🕒 영업시간 :
- (월–토) 10:00 – 03:00
- (일) 10:00 –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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