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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여행 — 아키하바라 피규어샵 코토부키야 ‘아무것도 사지 않았지만 기억은 남았다’

처음에는 그냥 슬쩍 보고 지나칠까도 했지만, 그때까지도 공연의 여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였고, 좋은 의미에서의 ‘광기’ 같은 것이 남아 있던 순간이었다. 누군가가 캐릭터 이름 옆에 “大好き!”라고 적어둔 것을 보고, 장난스러운 마음으로 그 아래에 “かのうみゆ大好き!”라고 적어 내려갔다.

아키하바라를 떠나기 직전, 예전에 한 번 들러본 적이 있었던 코토부키야에 다시 한 번 들러보기로 했다. 굳이 목적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냥 한 번 더 가보고 싶다”는 마음에 가까웠다. 아키하바라에는 수많은 피규어샵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코토부키야는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조금 높은 대신, 제품의 완성도와 전시의 밀도가 인상적인 곳으로 기억에 남아 있던 매장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시 찾게 된 곳이었지만, 사실 그 순간에는 무엇을 꼭 사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예전에 이 공간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감정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었던 것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다시 찾은 코토부키야, 변하지 않은 풍경

다시 들어선 코토부키야의 모습은 기억 속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매장은 여전히 1층부터 3층까지 층층이 구성되어 있었고, 각 층마다 장르별로 정리된 피규어와 굿즈들이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조명, 동선, 진열 방식까지도 예전의 기억과 크게 어긋나지 않아서, 괜히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 방문했을 때는 꼭대기 층에서 판매용이 아닌 전시용 피규어들을 보며 감탄했던 기억이 남아 있었다. 실제로 판매되는 제품과는 또 다른 차원의 퀄리티를 보여주던 전시 피규어들이 인상 깊었는데, 이번에도 그런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매장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아, 이 공간이었지”라는 생각을 몇 번이나 하게 되었고, 그때의 도쿄 여행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이번에는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당시에는 이곳에서 슈퍼마리오 시리즈에 등장하는 버섯 모양 쿠션을 하나 구입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필요했던 물건은 아니었지만, 그 순간에는 여행의 기념품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었던 물건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마음에 딱 들어오는 물건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물건이 없는 것이 아니라 “굳이 가져가고 싶은 물건”이 없었던 것 같다. 이미 충분히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한 상태였기 때문에, 굿즈를 하나 더 손에 쥐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방문에서는 결국 아무것도 사지 않고 매장을 둘러보기만 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허전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게임 캐릭터에게 남기는 메모, 그리고 엉뚱한 이름 하나

몇 층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2층이나 3층 한쪽 벽에는 게임 캐릭터에게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보드가 마련되어 있었다. 캐릭터 이름 옆에 간단한 메모를 남길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벽에는 이미 수많은 메시지가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슬쩍 보고 지나칠까도 했지만, 그때까지도 공연의 여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였고, 좋은 의미에서의 ‘광기’ 같은 것이 남아 있던 순간이었다. 누군가가 캐릭터 이름 옆에 “大好き!”라고 적어둔 것을 보고, 장난스러운 마음으로 그 아래에 “かのうみゆ大好き!” (카노우 미유 다이스키!)라고 적어 내려갔다.

그렇게 시작된 장난은 곧 전염처럼 번졌다. 같이 온 지인들도 하나둘씩 메모를 남기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이 보드가 게임 캐릭터가 아닌, 전혀 다른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는 공간처럼 변해버렸다.

물론, 이 메시지가 그 당사자에게 전달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 공간에서 우리가 공유하고 있던 감정이 아주 솔직하게 남아 있었다.


아무것도 사지 않았지만, 추억은 하나 더 늘었다

그냥 지나쳤다면, 그저 “예전에 가봤던 피규어샵” 정도로만 남았을 장소였다. 하지만 이렇게 엉뚱한 메모 하나를 남기고 나니, 코토부키야는 이번 여행에서도 또 하나의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여행에서 꼭 무언가를 사야만 기억이 남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이렇게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장난 하나가,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방문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코토부키야를 나섰고, 아키하바라에서의 마지막 장면을 마음속에 하나 더 추가한 채 다음 목적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 코토부키야 (Kotobukiya Akihaba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