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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여행 — 연말 아사쿠사의 밤, 노래방 ‘BIG ECHO’

흥미로웠던 점은 한국 노래가 생각보다 많이 수록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최신곡보다는 비교적 오래된 곡 위주였고, 가사는 대부분 일본어 표기였다. 특히 당황스러웠던 건, 노래가 시작된 이후에는 키 조절이 되지 않는 구조였다. 한국 노래방에서는 노래 도중에도 키를 바꿀 수 있는 데 익숙해 있다 보니, 이 차이는 꽤 크게 다가왔다.

새해를 몇 시간 앞둔 시각, 센소지 근처 포장마차에서 소바로 연말의 의미를 한 번 정리하고 나니, 다시 현실적인 문제가 남았다. 이제 어디에서 시간을 보낼 것인가.

밤을 새울 각오로 떠나온 여행이었지만, 연말의 도쿄는 생각보다 훨씬 일찍 조용해졌다. 문을 연 가게는 드물었고, 그마저도 이미 만석이거나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관광지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갈 곳이 없다는 이 묘한 상황은, 연말 도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닐까 싶다.

이때 함께한 일본인 친구의 한마디가 상황을 정리해주었다. “지금 시간대에는, 제대로 앉아서 있을 수 있는 곳을 찾기 어렵다.” 그 말 한마디에, 우리는 더 이상 방황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선택한 곳이 바로 노래방이었다.


“연말 밤의 대안, 아사쿠사 노래방 BIG ECHO”

사실 일본 여행을 여러 번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노래방에 들어갈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앉을 수 있고, 따뜻하고, 무엇보다 시간을 확실하게 보낼 수 있는 공간.

우리가 들어간 곳은 아사쿠사에 위치한 BIG ECHO 아사쿠사였다.

들어갈 당시에는 몰랐지만, 나중에 보니 BIG ECHO는 일본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노래방이었다. 붉은색 간판에 큼직하게 적힌 이름, 번화가라면 어디서든 한 번쯤 마주치게 되는 존재감. 일본의 노래방 문화에서 꽤 중심적인 브랜드라는 것을, 그제서야 실감하게 되었다.

아사쿠사점은 특히 규모가 컸다. 관광객과 현지인이 섞이는 지역 특성 때문인지,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넓었고, 방의 종류도 다양했다. 연말 밤이라는 특수한 시간대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우리는 바로 방을 배정받을 수 있었다.


“한국과 닮았지만, 미묘하게 다른 일본의 노래방”

문을 열고 들어간 방의 구조는 익숙했다. 개별 룸, 소파, 테이블, 대형 모니터. 한국의 노래방과 큰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점이 조금씩 드러났다.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가격이었다. 한국의 노래방에 익숙한 감각으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일본 노래방의 요금은 확실히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그리고 또 하나, 일본 노래방에서는 여전히 음식과 술을 주문해 함께 즐기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유지되고 있었다.

노래를 부르다 지치면 잠시 쉬고, 그 사이에 간단한 안주와 음료를 주문해 테이블을 채운다. 맛 자체는 솔직히 큰 기대를 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이 밤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타협이었다.


“DAM, 일본 노래방의 표준”

기기를 켜자 익숙하지 않은 인터페이스가 눈에 들어왔다. 일본 노래방의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DAM 시스템이었다. 한국에서는 금영이나 태진 기기에 익숙하다 보니, DAM의 조작 방식은 처음엔 꽤 낯설게 느껴졌다.

흥미로웠던 점은 한국 노래가 생각보다 많이 수록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최신곡보다는 비교적 오래된 곡 위주였고, 가사는 대부분 일본어 표기였다. 특히 당황스러웠던 건, 노래가 시작된 이후에는 키 조절이 되지 않는 구조였다. 한국 노래방에서는 노래 도중에도 키를 바꿀 수 있는 데 익숙해 있다 보니, 이 차이는 꽤 크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경험은 나중에 의외의 곳에서 도움이 되었다. 이후 참여하게 된 일본 가요 관련 행사에서, 일본식 노래방 시스템에 대한 사전 경험이 큰 차이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이 날의 노래방은 단순한 시간 때우기가 아니라 또 하나의 예행연습이었던 셈이다.


“새해 직전, 가장 비싼 노래방 계산서”

노래를 부르다 쉬고, 쉬다 다시 노래를 부르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3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체력적으로도 슬슬 한계가 느껴졌고, 이제는 밖으로 나와야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계산서를 받아들고 잠시 말문이 막혔다.

총 금액 약 34만 원.

1인당으로 나누면 11~12만 원 정도였다. 분명 부담스러운 금액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비싸다”는 말만 나오지는 않았다. 이 날, 이 시간, 이 장소에서만 가능한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이었다면 아마 집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연말 밤. 도쿄의 아사쿠사, 연말의 노래방이라는 이 다소 엉뚱한 선택은, 결과적으로 이번 여행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가 되었다.


📍 도쿄 아사쿠사 노래방 BIG ECHO

  • 주소 : 1 Chome-1-13 Asakusa, Taito City, Tokyo 111-0032, Japan
  • 전화번호 : +81 3-5806-3558
  • 영업시간 : 10:00 – 05:00
  • 홈페이지 : https://big-echo.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