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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여행 — ‘조죠지(増上寺)’, 2025년에 다시 찾은 조죠지

연말이나 연초처럼 특별한 시기는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다시 찾은 조죠지였기에 자연스럽게 본관 앞에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관광객처럼 사진만 몇 장 찍고 지나치기보다는, 잠시라도 이 공간에 머물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본관 앞에 놓인 함을 바라보다가, 주머니 속에 있던 동전을 하나 꺼내 조심스럽게 던졌다.

도쿄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반나절 남짓이었기에, 이동 거리가 길지 않은 장소를 중심으로 일정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선택한 곳이 바로 조죠지와 도쿄타워였다. 필자에게는 이미 한 차례 방문했던 장소였지만, 이번에 함께한 동행은 아직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었기에, 다시 한 번 함께 걸어보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

이미 알고 있는 장소를 다시 찾는다는 건, 단순한 반복이라기보다는 비교에 가깝다. 그때는 보지 못했던 것, 지나쳤던 것, 혹은 그때와는 다른 감정으로 마주하게 되는 장면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번 조죠지 방문 역시 그런 성격에 가까웠다.


2025년에 다시 방문한 조죠지

조죠지는 사실 2018년 첫 도쿄 여행 때는 제대로 방문하지 못했던 장소다. 도쿄타워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일정이 늦어지면서, 이미 사찰의 문이 닫힌 상태였고, 그저 멀리서 바라보고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른 뒤, 2024년에 도쿄와 간사이 지역을 함께 여행하면서 비로소 제대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던 곳이 바로 조죠지였다.

그렇게 한 번 방문하고 나서 반 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찾게 된 셈인데, 이번 방문은 또 다른 이유로 기억에 남는다. 조죠지의 상징과도 같은 정문, 산계다츠몬문(三解脱門)이 공사 중이었기 때문이다. 정문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옆문을 통해 경내로 들어서야 했지만, 그마저도 이번 방문을 ‘다시 찾았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만드는 장면처럼 느껴졌다. 같은 장소라도 늘 같은 모습으로 맞아주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말이다.


2024년보다 더 선명했던 풍경

이번 방문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날씨와 시간대였다. 2024년에 방문했을 때는 흐린 날씨 탓에 사진을 찍어도 전체적으로 어둡고 탁한 인상이 강했다. 그때는 그저 ‘와봤다’는 기억 정도로만 남아 있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낮 시간대에 방문했고, 하늘은 맑았으며 햇빛도 충분했다. 그 덕분에 경내의 구조, 건물의 선, 마당의 여백까지 훨씬 또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같은 장소라도 빛과 시간에 따라 이렇게 다른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이번에는 사진을 찍는 손에도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갔다.


도쿄 한복판에 자리한 630년의 시간

조죠지는 1393년에 창건된 일본 정토종 불교의 총본산으로 알려진 사찰이다. 단순히 오래된 절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할 만큼, 이곳은 오랜 시간 동안 도쿄라는 도시의 중심에서 신앙과 역사, 일상의 흐름을 함께 품어온 공간이다.

지금도 조죠지에는 관광객뿐 아니라 참배를 위해 찾는 현지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새해가 되면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려들어 타종식에 참여하고, 봄이 오기 전 입춘 무렵에는 세쓰분 행사가 열린다. “복은 안으로, 귀신은 밖으로”라는 구호와 함께 콩을 뿌리는 이 전통 행사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의식으로 남아 있다.

경내에는 도쿠가와 가문의 묘소와 다양한 불교 유물을 보관한 전시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일본의 역사와 종교 문화를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장소로 기능하고 있다.


바람개비에 담긴 가슴 아픈 이야기

조죠지에서 가장 오래 발길을 멈추게 되는 곳은 아동 지조상(地蔵像)이 모여 있는 공간이다. 작은 석불들이 줄지어 서 있고, 그 앞에는 빨간 모자와 바람개비가 놓여 있다. 이곳은 세상에 태어나지 못하고 떠난 아이들의 영혼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장소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어머니가 석상에 모자를 씌우고 바람개비를 꽂아두면, 바람이 부는 날 아이가 와서 그 바람개비를 돌린다고 한다. 실제로 바람이 불 때면 작은 바람개비들이 돌아가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조용해진다.

화려한 도쿄타워를 바로 뒤에 두고 있음에도, 이 공간에서는 도시의 소음이나 번잡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깊은 고요와 애잔한 감정이 공존하는 장소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는다.


도쿄타워와 조죠지를 한 프레임에 담다

조죠지의 뒤편에는 도쿄를 상징하는 도쿄타워가 우뚝 서 있다. 현대적인 철 구조물과 전통 사찰이 한 화면 안에 들어오는 구도는, 이곳이 아니면 쉽게 만날 수 없는 장면이다.

과거와 현재가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나란히 공존하는 모습. 조죠지를 걷다 보면 일본이라는 도시가 어떤 방식으로 시간을 쌓아왔는지를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된다. 오랜만에 다시 이곳에 서서 두 건축물을 함께 바라보니,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하나의 상징적인 풍경으로 다가왔다.


동전을 던지고, 잠시 소원을 빌다

연말이나 연초처럼 특별한 시기는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다시 찾은 조죠지였기에 자연스럽게 본관 앞에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관광객처럼 사진만 몇 장 찍고 지나치기보다는, 잠시라도 이 공간에 머물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본관 앞에 놓인 함을 바라보다가, 주머니 속에 있던 동전을 하나 꺼내 조심스럽게 던졌다.

손을 모으고 눈을 감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평소처럼 여러 가지를 빌지도 않았다. 마음속에 오래 담아두고 있던 바람 하나만을 떠올리고, 그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특별한 문장을 떠올리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많은 것들이 정리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순간은 늘 짧다. 몇 초에 불과한 시간이지만, 여행 중에 이렇게 걸음을 멈추고 마음을 정리하는 경험은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다. 분주하게 이동하던 흐름 속에서 잠시 빠져나와, 스스로에게 숨을 고를 시간을 허락하는 순간. 조죠지 앞에서의 이 짧은 정적은, 이번 도쿄 일정 전체에서 꽤 중요한 장면으로 남았다.


나무판 위에 적어 내려간 마음, 에마

조죠지 경내에는 에마가 걸려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전 방문 때는 다른 사람들이 남겨둔 문구들을 잠시 훑어보는 정도로 지나쳤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저 ‘이런 것도 있구나’ 하는 정도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런 공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게 되었다. 아사쿠사 신사에서 처음으로 직접 에마를 걸어본 이후로, 소원을 적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조죠지 본관 우측에 자리한 작은 건물에서는 에마를 비롯해 다양한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조용하고 정돈된 분위기였다. 정확한 가격은 기억나지 않지만, 에마는 약 800엔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신사나 사찰마다 가격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500엔에서 1,000엔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편이다. 금액의 크고 작음보다는, 그 나무판에 무엇을 적어 내려갈지에 더 신경이 쓰였다.

건물 안쪽에는 에마에 글을 쓸 수 있도록 작은 책상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었고, 펜도 비치되어 있었다. 잠시 자리에 앉아 숨을 고르고, 어떤 말을 남길지 천천히 생각해보았다. 단순한 바람인지, 구체적인 소원인지, 아니면 스스로에게 남기는 약속 같은 문장이 좋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결국에는 길게 쓰지 않았다. 꼭 필요한 말만, 나중에 다시 떠올려도 부끄럽지 않을 문장 하나를 적어 내려갔다.

에마를 걸고 난 뒤에야 비로소 조죠지를 나설 준비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단순히 한 장소를 ‘보고 나왔다’기보다는, 이 공간에 잠시 마음을 두고 왔다는 감각에 가까웠다. 그렇게 각자의 마음을 나무판 위에 남긴 뒤, 우리는 자연스럽게 다음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조죠지 바로 뒤편에 자리한, 또 하나의 상징적인 장소인 도쿄타워를 향해서.

조죠지를 나서며 자연스럽게 다음 목적지가 떠올랐다. 바로 사찰 바로 뒤편에 자리한 도쿄타워였다. 과거와 현재를 함께 바라본 뒤, 이번에는 도쿄의 또 다른 얼굴을 향해 발걸음을 옮길 차례였다.


📌 도쿄 조죠지(増上寺)

  • 📍 주소 : 4 Chome-7-35 Shibakoen, Minato City, Tokyo 105-0011, Japan
  • 📞 전화번호 : +81-3-3432-1431
  • 🌐 홈페이지 : https://www.zojoji.or.jp/
  • 🕒 운영시간 : 09:00 –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