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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타마 여행 – 아리오 아게오 ‘카노우 미유(시스) 미니 라이브’

“핸드크림 고마워요.” 아침에 인스타그램에 올려준 그 게시물이 떠올랐다. 아무 반응이 없어 괜히 혼자 민망해했던 전날 밤이, 그 한마디로 모두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짧게 “오늘도 최고였어. 이따 또 보자.”라고 일본어로 인사를 건넸고, 미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전 입장을 위한 굿즈 구입, 다시 시작되는 하루의 리듬

꽃다발을 손에 든 채로 공연장으로 향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의 공연장 역시 야외 무대였다. 대형 쇼핑몰의 한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 수 있는 공간에 무대가 마련되어 있었고,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몇몇 팬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전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이었지만, 하루가 바뀌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분위기는 조금 달라 보였다. 어제는 ‘첫날’의 긴장과 설렘이 섞여 있었다면, 오늘은 그 위에 익숙함이 더해진 느낌이었다.

팬들과 다시 인사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굿즈 판매 부스로 향했다. 오늘도 사전 입장을 위해 굿즈 구입은 필수였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CD를 3장 선택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이번에도 미유와 투샷 촬영을 하기 위해서였다. 굿즈를 받아들고 입장 번호를 확인했는데, 결과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50번대, 사실상 야외가 아니라면 꽤 아쉬웠을 번호였다. 하지만 이곳은 실내 공연장이 아니었고, 공간도 넉넉했다. 마음을 조금 내려놓으니 오히려 선택지가 늘어났다. 여차하면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촬영에 집중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메라 가방 속에 있던 85mm 렌즈가 떠올랐다. 만약 2층에서 촬영한다면, 이 렌즈도 충분히 쓸 만하겠다는 계산이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굴러갔다. 물론 200mm가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없는 장비를 아쉬워해봐야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보다는 지금 가진 장비로 무엇을 어떻게 담을지가 더 중요했다.


남는 번호 하나, 그리고 다시 찾아온 1열의 기회

입장 전까지 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치카피상이 여분으로 가지고 있던 번호 하나를 건네주었다. 아마 18번 정도였을 것이다. 아주 좋은 번호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정도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곳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상대적으로 관객 수가 많지 않은 편이었다. 입장만 잘하면 충분히 앞자리를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입장이 시작되고, 흐름에 맞춰 안으로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선택한 자리는 1열 좌측 끝. 전날과 거의 비슷한 위치였다. 이 자리에 서니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오늘도 충분히, 아주 가까이에서 미유를 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무대 옆에서 마주친 리허설, 그리고 반가운 손짓

입장 시작 전, 공연장 쪽을 바라보다가 자연스럽게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을 때였다. 멀리서 멤버들과 함께 걸어오는 한 사람이 보였다. 실루엣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미유였다. 시력이 좋지 않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그 순간만큼은 확신이 들었다. 본능처럼 손을 들어 흔들었고, 잠시 후 미유도 우리를 알아보고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해주었다. 그 짧은 교감만으로도, 이곳까지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유는 곧바로 무대에 올라 리허설을 시작했다. 나는 잠시 시야를 확인해보고 싶어 2층으로 올라갔다. 중앙 쪽에 자리를 잡고 85mm 렌즈로 테스트 촬영을 해보니, 생각보다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 크롭을 감안해도 충분히 쓸 수 있는 구도였다. 무엇보다, 이 각도에서는 무대 전체의 동선과 분위기를 한 번에 담을 수 있었다.

리허설 중에도 미유는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다시 한 번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안무 중에 스쳐 지나가는 손짓이 우연인지 의도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 방향이 나를 향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예전에 아시아 인플루언서 페스티벌에서 카메라 가까이 다가와 특별한 동작을 해주던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이런 작은 기억들이 쌓여, 원정이라는 행위를 단순한 이동 이상의 것으로 만들어준다.

곧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올라와 리허설 중 촬영이 어렵다는 안내를 해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본 공연을 기다릴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빨간 의상, 그리고 익숙해진 셔터 소리

공연은 입장 후 약 30분 뒤에 시작되었다. 무대에 등장한 미유의 의상은 빨간색이었다. 리허설 때 이미 빨간 구두를 신고 있었기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으니 또 다른 인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여러 번 봤던 색감이라 다른 의상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의상이 무엇이든 중요한 건 그 자리에 함께 있다는 사실이었다.

초반 두 곡 정도는 35mm 렌즈로 촬영하다가, 손이 완전히 풀린 시점에서 85mm로 교체했다. 1열에서 85mm는 과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얼굴 표정 하나하나가 또렷하게 담겼고, 무엇보다 한 인물에 집중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초점도 빠르게 잡혔다. 어제 왜 이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잠깐의 아쉬움이 스쳤지만, 오늘이라도 이렇게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셔터를 누르는 손이 멈출 틈이 없었다. 정말 ‘원없이’ 찍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나중에 선별과 보정이라는 큰 숙제가 남아 있겠지만, 사진이 부족한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 덕분에 오늘의 미유를, 오늘의 공기를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었다.


공연 종료, 그리고 이어지는 특전의 시간

공연이 끝나자 자연스럽게 특전 행사가 이어졌다. 하이터치, 사인회, 그리고 단체 사진 촬영. 특히 이날의 단체 사진은 초창기 방식으로 돌아가, 의자 없이 멤버들 사이에 서서 촬영하는 형태였다. 그 장면을 보며 잠깐 망설였다. CD 한 장만 더 살 걸.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한 선택은, 늘 그렇듯 나중에 아쉬움으로 남았다.

투샷 순서가 되었고, 나는 미유 앞에 섰다. 별다른 소품 없이, 가볍게 따봉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그때 미유가 한국어로 말했다.

“핸드크림 고마워요.”

아침에 인스타그램에 올려준 그 게시물이 떠올랐다. 아무 반응이 없어 괜히 혼자 민망해했던 전날 밤이, 그 한마디로 모두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짧게 “오늘도 최고였어. 이따 또 보자.”라고 일본어로 인사를 건넸고, 미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손을 흔드는 마지막 순간, 그리고 다음 장소로

모든 일정이 끝나고, 미유는 우리가 준비한 꽃다발을 들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멀어지는 와중에도 계속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 장면을 사진으로 담으려 했지만, 결과는 모두 초점 실패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흐릿한 사진들이 오히려 더 마음에 남았다. 또렷하지 않아서, 그래서 더 아련하게 남는 순간도 있는 법이다.

공연장을 떠나며 우리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움직였다. 일부는 여기서 헤어졌고, 나는 치카피와 함께 고마자와 올림픽 공원으로 향했다. 아리오 아게오에서 아게오역까지는 버스를 이용했고, 역 근처에서 간단히 식사를 한 뒤 다시 도쿄로 이동했다. 그렇게, 이번 여행의 두 번째 하이라이트는 조용히 막을 내렸다.


📌 아리오 아게오

  • 📍 주소 : 일본 사이타마현 아게오시 아즈마초 2-5-1
  • 📞 전화번호 : +81-48-778-9111
  • 🌐 홈페이지 : https://ageo.ario.jp
  • 🕒 영업시간 :
    • 쇼핑몰 10:00 ~ 21:00
    • 레스토랑 매장별 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