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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여행 ― 로버슨 키의 아침 ‘Beast & Butterflies’

엠 소셜 호텔의 조식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단순히 음식의 종류 때문은 아니었다. 호텔 내부의 연회장이나 별도의 조식 공간이 아니라, 실제 레스토랑이 아침 시간대에 조식 공간으로 전환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밤에는 일반 손님을 받는 레스토랑이지만, 아침에는 투숙객을 위한 공간이 되는 구조다.

강가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방법 ― Beast & Butterflies

싱가포르에서의 둘째 날 아침은, 특별한 계획으로 시작된 시간은 아니었다. 전날 밤 늦게까지 클락키와 마리나 베이를 돌아다녔고, 막차를 놓쳐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던 탓에 몸에는 피로가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이 되자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여행지에서의 아침은 늘 그렇다. 알람이 없어도, 어제와는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는 감각이 몸을 먼저 깨운다.

이번 여행에서 머물렀던 숙소는 로버슨 키(Robertson Quay)에 위치한 M Social Singapore였다. 그리고 이 호텔의 조식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레스토랑, Beast & Butterflies에서 제공된다. 덕분에 둘째 날부터는 별다른 이동 없이, 강가를 바라보며 아침을 시작할 수 있었다.


호텔 조식이 ‘호텔 안’이 아니라 ‘강가 레스토랑’이라는 점

엠 소셜 호텔의 조식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단순히 음식의 종류 때문은 아니었다. 호텔 내부의 연회장이나 별도의 조식 공간이 아니라, 실제 레스토랑이 아침 시간대에 조식 공간으로 전환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밤에는 일반 손님을 받는 레스토랑이지만, 아침에는 투숙객을 위한 공간이 되는 구조다.

이 레스토랑은 싱가포르 강을 바로 끼고 있다. 자리에 앉으면 통유리 너머로 강이 보이고, 강변 산책로를 따라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시야에 들어온다. 아직 도시가 완전히 깨어나기 전의 시간대라, 전날 밤의 소란스러움은 사라지고 비교적 차분한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아침 식사라는 행위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하루의 속도를 정하는 시간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조식 시간과 구성 ― 과하지 않아서 좋았던 선택지들

Beast & Butterflies에서 제공되는 조식 시간은 오전 7시부터 10시 30분까지다. 여행 일정이 빡빡하지 않은 편이라면, 이 시간대는 꽤 여유롭게 느껴진다. 서둘러 내려갈 필요도 없고, 조금 늦잠을 자더라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조식은 뷔페 형식으로 제공되며, 전반적으로는 서양식 메뉴가 중심이다.

  • 소시지와 베이컨
  • 스크램블 에그, 오믈렛
  • 시리얼과 우유
  • 토스트와 잼
  • 간단한 샐러드
  • 열대 과일과 주스

메뉴 자체가 화려하거나 압도적으로 많지는 않다. 하지만 아침 식사로는 오히려 이 정도 구성이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치게 선택지가 많으면 괜히 접시만 커지고, 정작 아침을 먹고 나서도 몸이 무거워지기 마련이니까.

특히 좋았던 점은 즉석에서 주문할 수 있는 계란 요리였다. 매일 아침 오믈렛을 하나씩 주문해 먹는 것이 어느새 자연스러운 루틴이 되었고, 덕분에 아침을 대충 때우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열대 지역의 아침, 과일이 만들어주는 리듬

싱가포르가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나라라는 사실은, 아침 식탁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열대 과일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는 점 때문이다. 파인애플, 파파야, 수박 등은 매일 조금씩 구성이 바뀌며 제공되었고, 차갑게 식혀져 있어 아침에 먹기에도 부담이 없었다.

전날 밤의 더위와 습도를 떠올리면, 이 과일 한 접시가 주는 상쾌함은 꽤 컸다. 여행 중에는 자연스럽게 고기와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게 되는데, 아침만큼은 이렇게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너무 잘 나오는 조식’의 역설

한 가지 솔직한 감상도 있다. 조식이 생각보다 만족스러웠던 탓에, 싱가포르 현지 음식을 아침에 따로 먹을 기회를 몇 번 놓쳤다는 점이다. 여행지에서는 일부러라도 로컬 카야 토스트나 현지식 아침을 먹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인데, 숙소 조식이 편하고 맛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선택지를 미뤄두게 된다.

이건 분명 단점이라기보다는, 여행자라면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다. “지금 이 편안함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밖으로 나가 새로운 경험을 할 것인가.” 둘 중 무엇을 선택하든 틀린 답은 없지만, 이곳의 조식은 적어도 ‘남아서 먹고 싶다’는 쪽에 가까운 선택지였다.


반복되는 아침이 만들어내는 정서

4일이라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매일 같은 시간대에 같은 공간에서 아침을 먹다 보니 묘한 정이 생겼다. 늘 같은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 비슷한 시간에 커피를 따르던 직원들, 강변을 걷는 익숙한 얼굴들.

여행이라는 것이 늘 새로운 장소만을 소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렇게 반복되는 장면이 쌓일 때 비로소 ‘머물렀다’는 감각이 생긴다. 귀국을 앞두고 이 공간을 마지막으로 바라볼 때, 괜히 아쉬움이 남았던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2일차의 시작으로서, 충분했던 아침

Beast & Butterflies의 조식은 ‘와, 대단하다’라고 말할 정도의 경험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루를 시작하기에 충분히 안정적이었고, 여행의 리듬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공간이었다. 과하지 않고, 불필요하게 화려하지 않으며, 대신 매일 같은 자리에서 같은 풍경을 보여주는 곳.

싱가포르 여행 2일차는 이렇게, 강가에서 조용히 시작되었다. 이제 아침을 마쳤으니, 다시 도시 안으로 들어갈 차례다.


📌 Beast & Butterflies

  • 📍 주소 : 90 Robertson Quay, Level 1, Singapore 238259
  • 📞 전화번호 : +65 6657 0018
  • 🕒 영업시간 : 07:00 – 2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