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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무타 여행 — 쿠마노 신사(導きの神大牟田熊野神社)

에마를 걸고 나오는 과정에서, 신사 관계자들이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는 사실에 꽤 흥미를 보였다. 이곳은 유명 관광지처럼 외국인이 자주 드나드는 장소도 아니고, 평소에는 대부분 지역 사람들만 찾는 신사다 보니, 외국인이 일부러 에마를 구입해 소원을 적고 걸어두는 장면 자체가 낯설게 느껴졌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어디에서 왔느냐”는 질문이 이어졌고, 그렇게 대화가 시작되었다.

사람 없는 거리, 걸어서 이어진 두 신사

오무타 신사를 나와 쿠마노 신사까지는 따로 이동 수단을 쓰지 않고, 그대로 걸어서 이동했다. 지도상으로 보면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고, 실제로도 천천히 걸어도 부담 없는 정도였다. 다만 인상적이었던 건, 그 짧은 거리 동안 정말 사람을 거의 마주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평일 낮 시간이기도 했고, 관광지로 붐비는 동선이 아니다 보니 거리 전체가 조용했다.

차가 간간이 지나갈 뿐, 보행자는 거의 없었고, 가게 문도 대부분 닫혀 있었다. 누군가의 일상 위를 살짝 스쳐 지나가는 외국인이 된 기분. 오히려 그 적막함 덕분에, ‘지금 내가 정말 미유의 고향을 걷고 있구나’라는 실감이 더 또렷하게 들었다.

쿠마노 신사는 생각보다 제법 언덕 위에 자리한 신사였다. 평지에서 갑자기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따라, 숨을 고르며 천천히 걸어 올라가야 했다. 길을 따라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 순간 주변의 소음도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시선이 위로 향했다. 단순히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는 길이라기보다는, 마음을 정리하며 올라가는 과정처럼 느껴졌던 구간이었다.

그래서인지 쿠마노 신사의 도리이가 눈앞에 나타났을 때, 단순히 ‘도착했다’는 느낌보다는, 하나의 흐름이 이어졌다는 기분이 더 강하게 남았다. 오무타 신사에서의 아쉬움이, 이 언덕길을 지나며 조금씩 가라앉고 있었던 것 같다.


쿠마노 신사에서의 에마

오무타 신사에서 에마를 걸지 못한 채 나와, 다음으로 향한 곳이 바로 쿠마노 신사였다. 미리 찾아둔 곳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곳은 ‘길을 인도하는 신’, 즉 미치비키의 신(導きの神)을 모시는 신사로 알려져 있었다. 여행의 방향, 인연의 흐름, 선택의 갈림길 같은 것들을 관장하는 신이라는 설명이, 지금 이 타이밍에 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경내는 잘 정돈되어 있었고 공기가 맑았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신사가 아니라서인지, 발걸음을 옮길수록 마음이 자연스럽게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오무타에서의 반나절이라는 짧은 시간이 이곳에서는 조금 느리게 흘러가는 듯했다.


에마를 고르며, 의미를 묻다

쿠마노 신사에서는 다행히 에마를 구입할 수 있었다. 에마를 고르기 전에, 신사에 있던 분에게 각각의 에마가 지닌 의미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게 됐다. 설명을 들으니 에마의 종류는 생각보다 명확했다. 하나는 인연을 연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고, 또 다른 하나는 성공과 성취를 기원하는 의미를 가진 에마였다.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개인적으로는 미유와의 인연을 이어간다는 의미를 담은 에마에도 소원을 적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그 마음을 다른 방향으로 정리하게 되었다. 이 자리는 누군가와의 거리를 좁히기보다, 멀리서 응원하는 마음을 담는 편이 더 어울린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미유의 성공과 앞으로의 무대를 응원하는 내용을 담은 에마를 고르기로 했다.


혼자 쓰고 싶었던 소원, 그리고 함께 걸린 에마

원래는 에마에 적는 소원만큼은 혼자 조용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일부러 이렇게 멀리까지 찾아온 만큼, 오무타라는 도시에서 느낀 감정들을 차분하게 정리해 담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만 여행이라는 건 늘 혼자만의 리듬으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함께 이동하던 동행도 자연스럽게 같은 자리에서 소원을 적게 되었고, 그렇게 하나의 에마에 마음을 나누어 담게 되었다.

처음에는 ‘혼자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지만, 곧 그 생각은 크게 의미가 없어졌다. 어차피 그 안에 담긴 마음의 방향은 같았으니까. 미유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더 좋은 무대에 서기를 바라는 응원의 마음. 표현의 방식이 조금 달랐을 뿐, 담긴 진심은 하나였다.

돌이켜보면, 이 또한 여행다운 장면이었던 것 같다. 계획했던 모습과는 조금 달랐지만, 그래서 오히려 기억에 더 오래 남는 순간. 언젠가 다시 이곳을 찾게 된다면, 그때는 또 다른 방식으로 소원을 적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날 쿠마노 신사에 걸린 이 에마는, 그 시점의 마음을 그대로 담아낸 기록으로 충분했다.


외국인 방문객, 그리고 자연스럽게 꺼낸 이야기

에마를 걸고 나오는 과정에서, 신사 관계자들이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는 사실에 꽤 흥미를 보였다. 이곳은 유명 관광지처럼 외국인이 자주 드나드는 장소도 아니고, 평소에는 대부분 지역 사람들만 찾는 신사다 보니, 외국인이 일부러 에마를 구입해 소원을 적고 걸어두는 장면 자체가 낯설게 느껴졌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어디에서 왔느냐”는 질문이 이어졌고, 그렇게 대화가 시작되었다.

왜 오무타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다 보니, 결국 카노우 미유 이야기를 꺼내게 됐다. 단순히 좋아하는 가수라서가 아니라, 그녀의 고향이 바로 이곳이라는 점, 그래서 일부러 시간을 내어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말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휴대폰을 꺼내 사진과 영상을 보여주게 되었고, 한국에서도 팬이 많은 일본의 싱어송라이터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신사 관계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화면을 들여다봤고, 몇 번이나 “아, 그렇구나”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야기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금세 풀어졌다. 내가 먼저 말을 꺼내니, 옆에 있던 동행도 자연스럽게 대화에 합류했다. 처음에는 조용히 듣고만 있던 모습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자기도 사진과 영상을 보여주며 설명을 덧붙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는 각자 조용히 신사를 둘러보던 사람들이, 미유 이야기 앞에서는 모두가 조금 들뜬 얼굴이 된 셈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모습이 꽤 웃음이 나기도 한다.

굳이 뭔가를 과장하거나 특별한 표현을 쓰지 않아도, 좋아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는 순간에는 자연스럽게 온도가 생긴다. 이곳이 유명한 장소가 아니라는 점도, 오히려 그 대화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관광지에서 흔히 오가는 형식적인 대화가 아니라, 정말 ‘왜 여기에 왔는지’를 설명하게 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쿠마노 신사에서 나눈 이 짧지 않은 대화 역시, 오무타에서의 기억을 구성하는 하나의 장면으로 조용히 남게 되었다.


투명 부적, 손에 남은 작은 의미

쿠마노 신사가 또 하나 유명한 이유는 투명한 아크릴 부적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비교적 독특한 디자인의 부적을 판매하고 있었고, 하나 가격은 2,000엔 정도로 기억한다. 일반적인 부적에 비하면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의미를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손에 쥐었을 때 느껴지는 가벼움과 투명함이 인상적이었다. 눈에 띄지만 과하지 않고, 무언가를 강하게 주장하지도 않는다. 어쩌면 지금 내가 미유를 응원하는 방식과 닮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 오무타 쿠마노신사(大牟田熊野神社)

  • 📍 주소 : 福岡県大牟田市熊野町2-1
  • 📞 전화번호 : 0944-52-3900
  • 🌐 홈페이지 : https://kumanojinja-omuta.jp
  • 🕒 참배 가능 시간 : 
    • 경내 참배: 상시 가능
    • 사무소(에마·부적): 보통 09:00 ~ 17:00
    • ※ 부재 시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