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구룡반도 남쪽의 침사추이에서 조금만 북쪽으로 올라가면 조던(Jordan) 지역에 들어서게 된다. 침사추이가 관광객 중심의 화려한 거리라면, 조던은 조금 더 생활감이 짙게 느껴지는 동네다. 큰 도로를 따라 식당과 상점이 이어지고, 골목 안쪽으로는 오래된 간판과 현지 식당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관광지와 일상 사이의 경계 같은 분위기를 가진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오전에는 카오룽 공원을 천천히 둘러보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나무가 많은 공원에서 산책을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슬슬 배가 고파졌고, 미리 찾아두었던 식당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목적지는 완탕면으로 유명한 막만키 누들이었다.

원래 목적지는 다른 식당이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계획대로 움직이는 순간도 있지만, 현장에서 계획이 바뀌는 경우도 많다. 이날이 딱 그런 날이었다. 막만키 누들에 도착해보니, 생각했던 분위기와 조금 달랐다. 물론 식당은 그대로 있었지만, 예상보다 줄이 길지 않았고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바로 옆 식당은 전혀 달랐다. 좁은 입구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끊임없이 손님이 드나들고 있었다. 밖에서 보기만 해도 “여기가 오늘 더 인기 있는 곳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식당이 바로 호주 우유 공사(Australia Dairy Company)였다.
홍콩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름은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그 순간까지도 이곳이 어떤 메뉴로 유명한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다만 현장의 분위기가 이미 답을 말해주고 있었다. 결국 막만키 누들을 뒤로하고,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바꾸어 호주 우유 공사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름부터 강렬한 식당, 호주 우유 공사
처음 이름을 들으면 식당이라기보다 회사나 공기업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호주 우유 공사”라는 이름은 여행자들에게도 꽤 강한 인상을 남긴다. 영어 이름은 Australia Dairy Company인데, 오래된 홍콩식 다이너 문화의 대표적인 식당으로 알려져 있다.
홍콩식 차찬탱(茶餐廳) 문화와도 닿아 있는 공간으로, 빠른 회전율, 간결한 서비스, 실용적인 메뉴 구성으로 유명하다. 관광객들에게는 우유 푸딩 맛집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현지인들에게는 아침 식사와 간단한 한 끼를 해결하는 생활형 식당에 더 가깝다.
실제로 내부에 들어가 보면 화려한 인테리어나 감성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다. 테이블은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고, 직원들은 매우 빠르게 움직인다. 손님이 많기 때문에 모든 것이 효율 중심으로 돌아간다. 처음 방문한 사람은 조금 놀랄 수도 있지만, 이것 역시 홍콩의 한 단면처럼 느껴진다.

메뉴를 몰라서 주문한 아침 세트
방문 당시에는 우유 푸딩이 대표 메뉴라는 정보도 제대로 모른 채 들어간 상태였다. 직원이 건네준 영어 메뉴판을 보고 가장 앞쪽에 있던 세트 메뉴를 골랐다. 여행 초반에는 이런 식으로 메뉴를 잘 모르고 주문하는 순간조차도 하나의 경험이 된다.
그날 내가 받은 메뉴는 꽤 독특했다. 바로 마카로니 & 햄 치킨 스프, 그리고 토스트였다. 이름만 들으면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 조합이다. 마카로니와 국물 스프, 거기에 햄까지 들어간 아침 메뉴라니 처음에는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한입 먹어보니 의외로 괜찮았다. 부드러운 국물에 마카로니가 들어 있어 든든했고, 짭짤한 햄이 전체 맛을 잡아주었다. 토스트까지 곁들이니 생각보다 균형이 좋았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구성이라 더욱 기억에 남았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커피나 밀크티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이런 세트 문화 역시 홍콩식 식당의 매력 중 하나였다. 빠르게 먹고 나가야 하는 구조 속에서도 한 끼의 완성도는 갖추고 있었다.


합석 문화가 자연스러운 홍콩 식당
홍콩의 식당에서 자주 경험하게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합석 문화다. 좌석이 넉넉하지 않은 도심 식당이 많다 보니,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한 테이블에 앉는 일이 자연스럽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할 수 있지만, 혼자 여행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편한 구조이기도 하다.
이날도 낯선 사람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같은 자리에 있던 한 아주머니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영어가 꽤 능숙한 편이었고,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반가워하시며, 자신의 딸도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낯선 도시의 식당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이런 대화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여행의 묘미였다. 관광지만 돌아다녔다면 절대 경험하지 못했을 순간이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한마디
그 아주머니는 내게 한 문장을 말해주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말이다.
“Eat the Food, Not the Service.”
홍콩에서는 서비스를 먹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먹는다는 뜻이었다. 처음에는 웃음이 났지만, 곱씹어볼수록 정확한 말이었다.
실제로 홍콩 여행 초반에는 식당 직원들의 빠르고 무뚝뚝한 태도에 조금 당황하기도 했다. 음식이 툭 놓이고, 말투도 친절하다고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었다. 혹시 여행자인 나에게만 그런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 말 한마디를 듣고 나니 시선이 달라졌다. 그것은 차별이 아니라, 홍콩 식당 문화의 기본적인 스타일이었던 것이다. 감정보다 효율, 친절함보다 속도. 그렇게 이해하고 나니 이후 식당에서는 괜한 오해 없이 훨씬 편하게 식사할 수 있었다.
우유 푸딩을 못 먹고도 기억에 남은 이유
아이러니하게도, 이 식당의 대표 메뉴로 유명한 우유 푸딩은 그날 먹지 못했다. 정보가 부족했던 탓도 있고, 이미 세트 메뉴를 주문한 뒤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곳은 홍콩 여행에서 꽤 특별한 장소로 남았다.
단순히 유명 맛집이어서가 아니었다. 예상하지 못한 메뉴를 먹어본 경험, 합석 문화 속에서 나눈 대화, 그리고 여행 내내 도움이 되었던 한마디까지. 식당 한 곳에서 음식 이상의 기억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젠가 다시 홍콩을 방문하게 된다면, 그때는 우유 푸딩을 제대로 맛보고 싶다. 하지만 설령 다시 가서 푸딩을 먹지 못하더라도, 이곳은 이미 충분히 기억에 남을 장소다.
📌 홍콩 조던 호주 우유 공사 (Australia Dairy Company)
- 📍 주소 : 47 Parkes St, Jordan, Hong Kong
- 📞 전화번호 : +852 2730 1356
- 🌐 홈페이지 : –
- 🕒 운영시간 : 07:30 – 23:00 (목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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