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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여행 ― 신오쿠보, 익숙해서 더 낯설었던 거리

신오쿠보의 첫인상을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서울의 연남동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지형이 평탄하고, 골목을 따라 작은 가게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으며,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분위기까지 닮아 있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곳에서는 일본어보다 한글이 더 눈에 띈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도쿄에 자리하고 있는 신오쿠보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여러 번 이야기를 들어왔지만, 실제로 이곳을 방문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본 여행을 하면서 굳이 한인타운을 찾아갈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일본에 오는 이유는 대체로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거리의 풍경이나 문화, 분위기를 직접 경험하기 위함이었고, 그런 관점에서 보면 신오쿠보는 우선순위에서 자연스럽게 밀려나 있던 장소였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사정이 조금 달랐다. 저녁에 예정된 공연장이 신오쿠보 인근에 자리하고 있었고, 이동 동선상 자연스럽게 이 지역을 지나게 되었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방문한 것은 아니었지만, 공연장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신오쿠보의 거리를 걷게 되면서, 생각보다 많은 인상을 남기는 장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본 도쿄 속의 작은 한국 마을, 신오쿠보”

신오쿠보에 들어서는 순간, 이곳이 도쿄의 다른 지역과는 전혀 다른 결을 가진 공간이라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일본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만들 정도로 거리 곳곳에 한글 간판이 즐비했고, 한국어가 적힌 메뉴판과 광고 문구들이 자연스럽게 시야에 들어왔다. 일부 간판은 일본어보다 한글이 더 크게 적혀 있을 정도로, 이 지역이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일본을 방문한 상황이었기에, 일본 특유의 거리 풍경을 다시 마주하고 싶다는 기대가 컸다. 그런데 여행의 첫 번째 동선이 신오쿠보가 되다 보니, 솔직히 말하면 약간 김이 빠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 있었고, 동네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질감보다는 묘한 흥미가 더 크게 다가왔다. 한국이 아닌 공간에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한국의 흔적이 드러나는 거리라는 점 자체가 신기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연남동의 분위기와 닮아있는 신오쿠보”

신오쿠보의 첫인상을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서울의 연남동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지형이 평탄하고, 골목을 따라 작은 가게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으며,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분위기까지 닮아 있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곳에서는 일본어보다 한글이 더 눈에 띈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평일 저녁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생각보다 활기가 넘쳤다. 일본 현지인으로 보이는 젊은 층뿐 아니라,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섞여 있었고, 길거리 음식이나 카페 앞에서 줄을 서 있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K-POP과 한국 드라마의 영향으로 신오쿠보가 일본 내에서 하나의 문화 소비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었지만, 직접 와서 보니 그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거리 곳곳에서 보이는 전봇대 광고나 장식물 중에는, 의미가 다소 어색한 한글 문구도 적지 않았는데, 그마저도 이곳이 신오쿠보라는 공간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처럼 느껴졌다.


“일본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한식집”

신오쿠보의 중심을 이루는 것은 단연 한식당이었다. 삼겹살, 치킨, 떡볶이, 김밥까지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메뉴들이 일본어 설명과 함께 진열되어 있었다. 굳이 일본까지 와서 한국 음식을 먹을 필요가 있을까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일본 현지인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공간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해외 이동이 자유롭지 않았던 시기를 떠올리면, 일본에 거주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신오쿠보가 일종의 ‘해외 체험 공간’처럼 기능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직접 한국에 가지 않더라도, 음식과 음악, 분위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한국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신오쿠보는,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일본풍 테마 공간이나 국내에 조성된 해외 문화 거리들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한국인이 모여 살았다는 마을, 신오쿠보”

신오쿠보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자리 잡게 된 배경에는 비교적 긴 역사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에 정착한 한국인들이 이 지역에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한인 커뮤니티가 형성되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생활권 단위의 한인타운으로 발전해왔다.

1980년대 이후에는 한국 음식점들이 하나둘 생겨났고, 2000년대 초반 한일 월드컵과 드라마 「겨울연가」의 인기를 계기로 신오쿠보는 지금과 같은 문화 소비 공간으로 급격히 변화하게 된다. 단순히 거주 공간을 넘어,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거리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고 이수현 신드롬”

신오쿠보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건도 있다. 2001년 1월, 신오쿠보역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고 이수현 씨의 희생은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인에 대한 일본 사회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당시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는 대규모 추모 움직임이 이어졌고, ‘이수현 신드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지금도 신오쿠보역 인근에는 그를 기리는 공간이 남아 있어, 이 지역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역사적 의미를 함께 지닌 장소임을 상기시켜준다.


“일본 도쿄 신오쿠보”

신오쿠보의 거리를 천천히 걸으며 느낀 감정은 묘하게 복합적이었다. 낯선 나라에서 익숙한 풍경을 마주하는 기분, 그리고 한국이라는 문화가 일본 사회 안에서 하나의 일상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에 대한 새삼스러운 인식이 동시에 밀려왔다.

비록 일본 여행의 첫 장면으로 보기에는 다소 어색한 선택일 수도 있지만, 신오쿠보는 도쿄라는 도시가 얼마나 다층적인 공간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처럼 느껴졌다. 여행의 시작부터 예상과는 다른 장면을 마주하게 되었고, 그 덕분에 이번 도쿄 여행이 조금은 다른 결로 흘러갈 것이라는 예감도 들었다.

📍 도쿄 신오쿠보역 (Shin-Okubo St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