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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쿠라 여행 ― 에노시마 참배길, 벤자이텐 나카미세 거리

이 언덕길 상점가의 이름은 ‘벤자이텐 나카미세 거리’다. 에노시마 신사로 향하는 참배길을 따라 형성된 이 거리는, 완만하지만 분명한 경사를 가진 좁은 골목 양옆으로 작은 가게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일본 각지의 신사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카미세 거리와 유사한 구조이지만, 바다와 맞닿은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인지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산속의 신사 앞 상점가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바닷바람과 함께 관광지 특유의 활기가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간다.

에노시마 섬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청동 토리이(青銅の鳥居)’다. 에노시마 신사의 입구를 알리는 이 토리이는 이름 그대로 청동 재질로 만들어져 있어 특유의 푸른빛을 띠고 있는데, 햇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색감이 미묘하게 달라 보이는 것이 인상적이다. 섬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체감하게 되는 상징적인 구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토리이를 지나치는 순간, 단순한 관광지를 걷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하나의 ‘길’에 들어섰다는 감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토리이 이전에도 이미 몇몇 상점들이 눈에 들어오기는 했지만, 아침 이른 시간에 도착한 탓에 대부분의 가게들은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상태였다. 바닷가에서 섬으로 이어지는 길목 특유의 한산함이 남아 있었고, 관광지 특유의 분주함보다는 하루가 막 시작되기 직전의 고요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토리이를 지나자 본격적인 상점가의 형태가 드러났지만, 이곳 역시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가게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관광지의 ‘무대 뒤편’을 엿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에노시마 섬 입구에서 시작되는 참배길, 벤자이텐 나카미세 거리”

이 언덕길 상점가의 이름은 ‘벤자이텐 나카미세 거리’다. 에노시마 신사로 향하는 참배길을 따라 형성된 이 거리는, 완만하지만 분명한 경사를 가진 좁은 골목 양옆으로 작은 가게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일본 각지의 신사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카미세 거리와 유사한 구조이지만, 바다와 맞닿은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인지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산속의 신사 앞 상점가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바닷바람과 함께 관광지 특유의 활기가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간다.

벤자이텐 나카미세 거리는 단순히 관광객을 위한 상업 공간이라기보다는, 오랜 시간 동안 신앙의 길로 기능해 온 장소다. 에노시마에 모셔진 벤자이텐은 일본 3대 벤자이텐 중 하나로 꼽히며, 음악과 예술, 학문, 재물과 복덕을 관장하는 여신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에노시마에는 ‘천녀와 오두룡’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데, 하늘에서 내려온 천녀가 다섯 머리를 가진 용을 교화했다는 이야기는 이 섬의 기원과 깊게 연결되어 있다. 가마쿠라 시대에는 미나모토노 요리토모를 비롯한 무사 계층이 전쟁의 승리를 기원하며 이곳을 찾았고, 이후에는 예술가와 상인, 학자들의 신앙 대상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어 왔다.

거리 양옆으로 늘어선 가게들은 대부분 기념품점이나 간단한 먹거리를 판매하는 곳들이다. 낮 시간이 되면 이곳은 금세 활기를 띠는데, 특히 문어를 통째로 눌러 구워내는 타코센베이를 파는 가게 앞에는 항상 긴 줄이 늘어선다. 고소한 냄새와 함께 시각적인 임팩트가 강한 음식이다 보니, 지나치기 힘든 명물로 자리 잡은 느낌이다. 이외에도 시라스를 활용한 소프트아이스크림이나 고로케, 지역 특산물을 응용한 간식들이 곳곳에서 여행자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다만, 이 지역에서는 ‘걸으면서 먹기’가 권장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게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음식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직은 조용했던 아침의 벤자이텐 나카미세 거리”

이날 방문한 시간대는 이른 아침이었기에, 상점가의 본래 모습보다는 하루를 준비하는 과정에 가까운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셔터를 반쯤 올린 가게, 내부를 정리하며 하루를 준비하는 상인의 모습, 아직 손님이 없는 가게 앞에 놓인 의자들까지, 모두가 분주해지기 직전의 정적을 품고 있었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낮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지만, 오히려 이런 시간대이기에 이 거리의 구조와 흐름을 더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중 눈길을 끈 곳은 ‘Chirimen Fuyusha(創作ちりめん 布遊舎 江ノ島店)’라는 기념품 가게였다. 전통적인 치리멘 원단을 활용한 소품들을 판매하는 곳으로, 화려하지 않지만 일본 특유의 소박한 미감이 잘 살아 있는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그 순간에는 크게 필요하지 않아 보여도, 돌아와서 꺼내보았을 때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작은 물건 하나가 꽤 큰 의미로 남는 경우가 많다. 이곳에서도 그런 기념품을 하나쯤 고를까 고민했지만, 아직 섬 초입이었고 앞으로 더 많은 길을 걸어야 했기에 일단은 눈에만 담고 발걸음을 옮기기로 했다.

벤자이텐 나카미세 거리는 첫 번째 관문인 에노시마 신사 대토리이가 나오기 전까지 이어진다. 상점가의 끝자락에 다다르자, 관광지의 분위기보다는 다시 한 번 ‘참배의 길’로 접어든다는 느낌이 자연스럽게 들기 시작했다. 상업과 신앙, 관광과 일상이 겹쳐져 있는 이 거리야말로, 에노시마라는 공간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구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에노시마 벤자이텐 나카미세 거리

주소 : 4 Enoshima, Fujisawa, Kanagawa 251-0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