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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 여행 — 사쿠라기초역 앞에서 마주친 버스킹 가수 ‘마유라(まゆら)’

노래가 끝날 즈음, 함께 동행한 지인이 장난스럽게 “마유라짱!” 하고 외쳤다. 과하지 않은, 그렇다고 무례하지도 않은 짧은 호응이었다. 마유라는 잠시 놀란 듯하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옆에 있던 일본인 친구가 “한국에서 온 여행자들”이라고 짧게 설명을 덧붙였다. 그 설명 하나로 분위기는 금세 부드러워졌다.

카페에서 나와 다시 걸음을 옮겼을 때, 자연스럽게 향한 곳은 사쿠라기초역이었다. 미나토미라이 일대를 돌아본 뒤라 그런지 다리는 제법 무거웠지만, 역 앞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사쿠라기초역 앞에는 넓은 광장이 하나 펼쳐져 있는데, 낮에도 몇 번 지나치며 느꼈듯이 이 공간은 단순한 역 앞 공터라기보다는 사람들이 잠시 머물고, 멈추고,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여백 같은 장소에 가까웠다.

낮 시간에도 누군가 기타를 치고 있었던 기억이 났는데, 해가 내려앉은 뒤에도 그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퇴근길 사람들과 관광객이 섞여 오가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여전히 누군가 노래를 하고 있었다. 일정이 빠듯했던 탓에 오래 머물 수는 없었지만, 발걸음이 완전히 지나쳐지지는 않았다. 자연스럽게, 아주 자연스럽게 멈춰 서게 되는 힘이 그 노래에는 있었다.


사쿠라기초역 버스킹, 그리고 마유라

무대라고 부르기엔 소박한 자리였다. 간단한 음향 장비와 마이크, 그리고 작은 입간판 하나. 입간판에는 ‘마유라(まゆら)’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일본에서도, 그리고 이 여행 내내 처음 마주하는 이름이었다. 그래서인지 더 집중하게 됐다. 이미 알고 있는 노래가 아니라, 누군가의 지금을 우연히 지나치다 듣게 된다는 감각은 여행에서만 가능한 경험이기도 하니까.

우리나라에서도 버스킹은 흔한 풍경이 되었지만, 해외에서 만나는 무명 가수의 노래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언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발음과 멜로디, 숨을 고르는 방식 같은 것들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한 곡을 다 듣지는 못했고, 아마도 절반쯤에서 발걸음을 옮겨야 했을 것이다. 그래도 그 짧은 시간만으로도, ‘아, 지금 요코하마에 있구나’라는 감각은 충분히 남았다.


아주 짧았던 교차, 그리고 인사

노래가 끝날 즈음, 함께 동행한 지인이 장난스럽게 “마유라짱!” 하고 외쳤다. 과하지 않은, 그렇다고 무례하지도 않은 짧은 호응이었다. 마유라는 잠시 놀란 듯하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옆에 있던 일본인 친구가 “한국에서 온 여행자들”이라고 짧게 설명을 덧붙였다. 그 설명 하나로 분위기는 금세 부드러워졌다.

길게 말을 섞을 상황은 아니었고, 사인을 받거나 사진을 찍을 만큼의 여유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짧음이 오히려 이 만남을 더 여행답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이름만 스치듯 남기고, 다시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지는 것. 그게 버스킹이라는 문화의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일지도 모른다.


스쳐 지나갔기에 더 또렷했던 장면

그렇게 우리는 다시 역 안으로 들어갔다. 전철을 타기 위해서였고, 다음 일정으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면서도, 방금 들었던 노래의 멜로디는 머릿속 어딘가에 계속 남아 있었다. 사진으로 남기지 않았고, 영상도 찍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오래 기억될 것 같은 순간이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유명한 장소보다도, 이런 이름 없는 순간들이 더 또렷하게 남는 경우가 있다. 사쿠라기초역 앞에서 잠시 멈춰 섰던 그 몇 분, 그리고 ‘마유라’라는 이름. 요코하마의 저녁은 그렇게, 예상하지 못한 방향에서 조용히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 사쿠라기초역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