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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타마 여행 — 공연 뒤에 남은 시간, 저녁식사 ‘가이잔테이잇쵸 구키텐’

공연이 끝난 뒤, 자연스럽게 이어진 이동

미니 라이브가 마무리되고 나니 어느새 해가 기울기 시작하고 있었다. 공연장을 빠져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이제 밥을 먹으러 가야겠지”라는 말이 나왔고, 그 말에 누구 하나 반대하지 않았다. 공연 전부터 이미 점심다운 식사를 하지 못한 상태였고, 생각보다 이동도 많았던 하루였기에 다들 허기가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도, 오늘은 공연만 보고 각자 흩어지기에는 아쉬운 날이었다.

사이타마 구키라는 지역 특성상 대중교통만으로 단체 이동을 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 다행히도 일본 현지 팬들이 차량 두 대를 가져왔고, 자연스럽게 “같이 타고 가자”는 이야기가 오갔다. 그렇게 한국과 일본에서 모인 사람들이 몇 대의 차에 나뉘어 타고, 미리 예약해두었던 식당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도쿄 도심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차창 밖으로 이어졌고, 이 날의 분위기는 그 순간부터 이미 ‘여행’보다는 ‘하루를 함께 보낸 사람들의 시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가이잔테이잇쵸 구키점, 도로변에 자리한 대형 식당

우리가 도착한 곳은 가이잔테이잇쵸 구키텐이었다. 한자로는 “海山亭いっちょう”라고 쓰는데, 굳이 우리식으로 옮기자면 ‘해산정’ 정도의 느낌이 나는 이름이었다. 도쿄에서 상상하는 아기자기한 식당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넓은 주차장과 단독 건물 형태를 갖춘 전형적인 교외형 대형 식당이었다. 한국으로 치면 고속도로 진입로 근처나 외곽 도로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가족 단위 식당과 비슷한 인상이었다.

실제로도 식당 안을 둘러보니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았고, 단체석이 잘 마련되어 있는 구조였다. 우리가 예약해두었던 자리 역시 넉넉한 공간이 확보된 테이블이었고, 여러 명이 둘러앉아도 전혀 불편함이 없는 구조였다. 일본에서 이런 규모의 식당을 접하는 경험은 흔치 않았기에, ‘아, 여기는 확실히 도쿄가 아니구나’라는 느낌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차가 없으면 오기 힘든 곳이라는 점에서도, 이 식당 자체가 이미 사이타마라는 지역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한국과 일본 팬들이 한 자리에 모인 식탁

자리에 앉고 나니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되었다. 한국에서 온 사람들, 일본 현지에서 활동하는 팬들, 그리고 오늘 처음 얼굴을 트고 인사를 나눈 사람들까지 한 테이블에 섞여 앉아 있었다. 메뉴판은 전부 일본어였고, 익숙하지 않은 메뉴들이 많았기에 주문은 자연스럽게 일본인들이 맡게 되었다. 오히려 그 편이 더 편했고, “이건 어떤 요리야?”라며 설명을 듣는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대화 소재가 되었다.

음식은 하나둘씩 테이블 위를 채워갔다. 가라아게, 회, 초밥, 각종 안주류까지 메뉴 구성이 상당히 다양했다. 낮 동안 거의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기에 무엇을 먹어도 맛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식사라기보다는 ‘공연 이후의 여운을 정리하는 시간’에 더 가까웠다. 공연 이야기를 다시 꺼내기도 하고, 각자 어떤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는지를 이야기하다 보니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작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풍경

문득 이런 장면이 참 낯설면서도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말, 긴시초에서 처음으로 미니 라이브를 보러 갔을 때만 해도 이런 식으로 한국과 일본 팬들이 함께 식사를 하며 시간을 보내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그때는 그저 ‘공연을 보고 돌아오는 여행’에 가까웠는데, 어느 순간부터 공연은 사람을 만나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 만남이 또 다른 일상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날의 식사는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었기 때문이 아니라, 같은 공연을 보고 같은 순간에 웃고 환호했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한 자리에 모여 하루를 정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어가 완전히 같지 않아도, 좋아하는 대상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대화가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이 자리에서는 너무도 당연하게 느껴졌다.


식당을 나설 즈음, 내리기 시작한 비

몇 시간을 그렇게 보내고 나니 어느새 창밖으로 비가 내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비는 아니었지만, 조용히 바닥을 적시는 비였다. 이전 여행에서도 비와 눈을 동시에 경험했던 기억이 떠올라 잠시 긴장이 되기도 했지만, 다행히 우리가 식당을 나설 무렵에는 비가 잦아들었다. 오히려 식당 안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낸 덕분에, 서두르지 않고 상황을 지켜볼 수 있었던 것도 다행이었다.

밖으로 나와보니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골든위크 기간이라는 점, 그리고 가족 단위 손님이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풍경이었다. 차가 없었다면 오기 힘든 장소였지만, 그래서 더 ‘현지의 일상’에 가까운 공간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차에 나누어 타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이동했다. 이날의 저녁은 공연 못지않게 오래 남을 한 장면으로 기억될 것 같았다.


📌 가이잔테이잇쵸 구키텐 (海山亭いっちょう 久喜店)

  • 📍 주소: 218-1 Ezura, Kuki, Saitama 346-0029, Japan
  • 📞 전화번호: +81-50-1722-5707
  • 🌐 홈페이지: https://www.icho.co.jp/
  • 🕒 영업시간: (일–목) 11:00–22:00 / (금–토) 11:00–2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