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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여행 — 비 오는 날, 가와사키 토도로키 녹지에서 만난 ‘니쿠 마츠리(肉祭)’

결과적으로 이번 니쿠 마츠리는 취지는 좋았지만, 날씨라는 변수 앞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행사로 기억에 남게 되었다. 다만, 비가 오는 와중에도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 부스를 지키고 있던 운영진들, 그리고 마지막 날까지 행사를 마무리하려는 분위기 속에서, 이 축제가 가진 잠재력만큼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 도쿄를 벗어나 가와사키까지 이동한 가장 큰 이유는 토도로키 녹지에서 열리는 니쿠 마츠리(肉祭), 말 그대로 ‘육제’라 불리는 고기 축제를 보기 위해서였다. 도쿄 시내에서 열리는 공연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지역 행사였고, 무엇보다도 야외 녹지에서 열리는 대규모 축제라는 점이 흥미를 끌었다. 토도로키 녹지는 생각보다 훨씬 넓은 규모를 자랑하는 곳으로,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실내 체육관과 각종 스포츠 시설, 그리고 대형 이벤트를 소화할 수 있는 광장까지 갖춘 복합 녹지 공간에 가까운 장소였다.

행사 정보만 놓고 보면 기대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일본 각지의 고기 전문점과 지역 맛집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대표 메뉴를 선보이고, 여기에 음악 공연과 다양한 이벤트가 결합된 축제라니, ‘비만 오지 않는다면’ 꽤 완성도가 높은 하루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이동을 시작할 때부터 이미 예고되어 있던 비와 함께 시작되고 있었다.


축제 마지막 날, 그리고 피할 수 없었던 비

이번 니쿠 마츠리는 5월 2일부터 6일까지 며칠에 걸쳐 진행된 행사였고, 우리가 방문한 날은 공교롭게도 축제의 마지막 날이었다. 보통 이런 지역 축제의 마지막 날은 가장 분위기가 무르익는 시점이기도 하고, 출연진 역시 비교적 탄탄하게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도 이날은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더불어, 카노우 미유가 소속된 그룹 시스(SIS/T)의 공연까지 예정되어 있는 ‘피날레 데이’에 해당했다.

문제는 날씨였다. 야외 녹지에서 진행되는 행사라는 특성상, 비가 오면 행사 자체의 체감 만족도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출발할 때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고, 행사장에 도착해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빗줄기가 아주 폭우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우산 없이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약해진 것도 아니었다. 이 정도 비라면 행사 운영 측 입장에서도, 방문객 입장에서도 모두 난처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녹지 전체에 설치된 부스들은 모두 비를 맞으며 운영 중이었고, 바닥은 점점 질척해지고 있었다. ‘날씨만 아니었어도’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반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고기라는 명확한 콘셉트, 니쿠 마츠리의 정체성

니쿠 마츠리는 이름 그대로 ‘고기’에 모든 초점을 맞춘 미식 축제였다. 일본 전국에서 모인 고기 전문점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개성을 담은 메뉴를 선보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행사다. 단순히 고기를 굽고 파는 수준을 넘어, 스테이크, 로스트 비프, 햄버거, 야키니쿠, 각종 육가공품 등 다양한 형태의 고기 요리를 맛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여기에 맥주와 같은 주류, 그리고 기타 음료가 자연스럽게 곁들여지며, ‘먹고 마시고 즐기는’ 전형적인 일본식 야외 페스티벌의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실제로 날씨가 좋았다면, 잔디 위에 앉아 고기와 맥주를 즐기며 공연을 관람하는, 꽤나 이상적인 풍경이 연출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는 이 모든 구상이 조금씩 어긋날 수밖에 없었다. 우산을 들고 고기를 먹는 것도 쉽지 않았고, 비를 피해 부스 안쪽으로 몰리다 보니 동선도 자연스럽게 꼬이게 된다. 고기 냄새와 비 냄새가 섞인 독특한 공기는, 축제의 분위기를 살리기에는 다소 애매한 조합이었다.


날짜별로 달라졌던 행사 콘셉트

이번 니쿠 마츠리는 단순히 먹는 행사에 그치지 않고, 날짜별로 콘셉트를 나누어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기획 자체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5월 2일은 DJ 데이로, DJ TARO와 DJ OKU 등 유명 DJ들이 참여해 EDM 중심의 분위기를 만들었고, 3일에는 아이돌 그룹 공연이 중심이 된 무대가 준비되었다. 4일은 싱어송라이터와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아티스트 데이’, 5일에는 댄스 콘테스트가 열리는 ‘댄스 데이’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방문한 6일, 마지막 날은 ‘히어로 쇼 데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함께 공연이 배치되어 있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겨냥한 구성이라는 점에서, 날씨만 받쳐주었다면 상당히 많은 인파가 몰렸을 법한 라인업이었다. 실제로 현장 구조나 무대 세팅을 보았을 때, 비가 오지 않았다면 꽤 활기찬 분위기가 연출되었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취지, 그러나 날씨 앞에서는 무력했다

일본에서 이런 형태의 지역 축제를 직접 체험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는데, 콘셉트만 놓고 보면 분명 매력적인 행사였다. 단일 주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그에 맞는 먹거리와 공연, 체험 요소를 결합한 방식은 일본 지역 축제 특유의 정교함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다만, 야외 행사라는 태생적 한계는 날씨 앞에서 너무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비가 오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좋은 기획도 그 매력을 온전히 전달하기 어렵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날 공연 일정이 없었다면 굳이 비를 맞아가며 이곳까지 찾아왔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만큼 날씨는 행사 경험 전체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공연이 취소되지 않고 예정대로 진행되었다는 점은 다행이라고 느껴졌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폭우나 태풍 수준이 아니라면 야외 공연을 강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이 날 역시 그런 문화적 차이를 체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무료로 제공되던 아사히 맥주, 그리고 축제의 한 장면

고기 축제답게, 현장에는 맥주 브랜드 부스도 마련되어 있었고, 특히 아사히 맥주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술을 즐기지 않는 입장에서는 크게 와닿는 요소는 아니었지만, 비 오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맥주를 들고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이게 바로 일본식 축제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마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축제는 꽤 매력적인 장소였을 것이다. 고기, 맥주, 음악이라는 조합은 언제나 실패 확률이 낮은 조합이니까. 다만, 그 모든 것이 제대로 빛나기 위해서는 역시 날씨라는 조건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함께 느끼게 되었다.


비 오는 날의 니쿠 마츠리, 그리고 다음을 기약하며

결과적으로 이번 니쿠 마츠리는 취지는 좋았지만, 날씨라는 변수 앞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행사로 기억에 남게 되었다. 다만, 비가 오는 와중에도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 부스를 지키고 있던 운영진들, 그리고 마지막 날까지 행사를 마무리하려는 분위기 속에서, 이 축제가 가진 잠재력만큼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만약 다음에 다시 니쿠 마츠리를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맑은 날씨 아래에서, 여유롭게 고기와 공연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비 오는 날의 기억도 여행의 일부이긴 하지만, 이 행사는 분명 햇살 아래에서 더 빛나는 축제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남는다.


📌 행사 장소 정보

📌 토도로키 녹지

📌 니쿠 마츠리 공식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