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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여행 — 하카타역 라멘집 ‘하카타 잇코샤 하카타역 치쿠시 출구점’

솔직히 말하자면, 라멘의 세세한 맛은 또렷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국물이 진했는지, 면의 식감이 어땠는지보다 더 강하게 남아 있는 기억은 따로 있다. 그날 가장 맛있었던 것은 아마도 차가운 물이었을 것이다.

하카타 잇코샤 하카타역 치쿠시 출구점(博多一幸舎 博多駅筑紫口店)

후쿠오카의 중심이자 관문이라 할 수 있는 하카타역 일대에 도착했을 때, 우리에게 가장 절실했던 것은 관광도, 쇼핑도 아닌 오직 하나였다. 앉을 수 있는 자리, 그리고 바로 먹을 수 있는 식사.

베스트 덴키 스타디움에서의 긴 일정이 끝난 뒤, 체력은 이미 바닥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고, 후쿠오카 특유의 습하고 무거운 더위는 생각보다 훨씬 강하게 몸을 압박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우리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뒤늦게 떠올렸다. 이날이 토요일 저녁이라는 점이었다.


토요일 밤의 하카타, 그리고 비어 있지 않은 식당들

하카타역은 평일에도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지만, 토요일 저녁이 되면 그 밀도가 한 단계 더 올라간다. 관광객, 출장객, 현지 직장인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시간대다 보니, 어디를 가든 대기 줄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었다.

몇 군데 식당을 둘러보며 상황을 살폈지만, 자리가 있으면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고, 메뉴가 괜찮아 보이면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상황이 반복됐다. 무엇보다 문제는 컨디션이었다.

아침부터 이동과 일정이 이어졌고, 경기장에서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한 상태였다. 날씨는 덥고 습했으며, 체력 소모는 이미 한계를 넘어선 상황. 더 이상 “어디가 더 맛있을까”를 따질 여유는 없었다. 지금 당장 앉아서, 바로 먹을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그렇게 걷다 보니, 몇 번 지나쳤던 라멘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줄은 있었지만 길지 않았고, 회전도 빨라 보였다.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선택했다. 줄을 조금 서더라도, 이곳에서 먹자.


하카타 잇코샤 하카타역 치쿠시 출구점

우리가 들어간 곳은 하카타 잇코샤 하카타역 치쿠시 출구점이었다.

하카타 잇코샤는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돈코츠 라멘 체인으로, 일본 내 여러 지역은 물론 해외에도 지점을 두고 있는 브랜드다. 한국에는 아직 정식 진출을 하지 않았기에, 일본 여행 중에야 만날 수 있는 라멘집이기도 하다.

치쿠시 출구 바로 근처라는 입지 덕분에 접근성은 뛰어난 편이었고, 관광객과 현지 손님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분위기였다. 우리가 입장한 시간은 대략 오후 8시 전후. 다행히도 대기 시간이 길지 않아 거의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주문보다 먼저 필요했던 것, 물 한 컵

자리에 앉자마자 가장 먼저 한 행동은 메뉴를 보는 것이 아니었다.

물부터 연거푸 마셨다.

후쿠오카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1시 무렵이었는데, 그 이후로 제대로 수분 보충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 더위와 이동, 그리고 경기장 일정이 겹치면서 몸은 이미 탈수 직전까지 가 있었던 셈이다.

잠시 물을 마시며 숨을 고른 뒤에야, 비로소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내부는 비교적 깔끔했고, 좌석마다 태블릿 주문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어 언어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았다. 일본어를 잘 몰라도 사진과 메뉴 설명을 보며 충분히 주문할 수 있는 구조였다.


라멘과 교자, 그리고 솔직한 감상

우리는 각자 라멘 한 그릇씩, 그리고 나눠 먹기 위한 교자를 주문했다.

이날 주문한 라멘은 기본 메뉴보다는 조금 더 구성이 들어간 스페셜 쪽이었고, 가격은 라멘 1,580엔, 교자는 10개에 800엔 정도였다. 한화로 환산하면 결코 저렴하다고 할 수는 없는 가격이지만, 하카타역 한복판, 토요일 저녁이라는 조건을 감안하면 납득 가능한 수준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라멘의 세세한 맛은 또렷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국물이 진했는지, 면의 식감이 어땠는지보다 더 강하게 남아 있는 기억은 따로 있다. 그날 가장 맛있었던 것은 아마도 차가운 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식사가 의미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극도로 지친 상태에서,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에 앉아, 따뜻한 음식으로 배를 채울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했다. 이곳은 “맛집 탐방”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여행자의 체력을 회복시켜 준 공간으로 기억에 남았다.


하카타역에서의 첫 저녁, 그리고 다음을 위해

식사를 마치고 나니 조금은 사람다운 상태로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땀에 젖어 있던 몸도 어느 정도 식었고, 배가 채워지니 다시 생각할 여유도 생겼다. 그렇게 우리는 다음 일정, 그러니까 카페에서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 다시 하카타역 주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카타 잇코샤는 “인생 라멘”을 찾기 위해 일부러 찾아가야 할 곳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날의 우리에게는 딱 맞는 선택이었다는 점이다. 여행 중에는 이런 순간들이 있다. 최고의 맛보다, 지금의 상태에 가장 적합한 한 끼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순간 말이다.


📌 하카타 잇코샤 하카타역 치쿠시 출구점 (博多一幸舎 博多駅筑紫口店)

  • 📍 주소 : 1-1 Hakataekichuogai, Hakata Ward, Fukuoka, 812-0012
  • 📞 전화번호 : +81 92-292-5155
  • 🌐 홈페이지 : https://www.ikkousha.com/store-ikkosha
  • 🕒 영업시간 : (일–목) 11:00 – 01:00 (금–토) 11:00 –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