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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여행 — 클락키 ‘아자부 사보’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웃긴 장면이기도 하다. 싱가포르에 도착해서 처음 먹은 음식이, 싱가포르 음식도 아니고 일본 홋카이도 아이스크림이었다는 사실. 하지만 여행이라는 게 늘 그렇게 흘러간다. 의도하지 않았던 선택이, 오히려 그 도시의 성격을 더 정확하게 보여주는 순간이 되기도 한다.

뜬금없는 선택이 여행의 온도를 맞춰주던 순간

싱가포르는 분명 동남아시아의 도시지만, 이곳을 걷다 보면 ‘현지 음식만 존재하는 도시’라는 생각은 금세 사라진다. 중국계, 말레이계, 인도계 문화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고, 여기에 일본과 서구의 요소까지 더해지면서, 이 도시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식문화를 품고 있다. 그런 싱가포르의 성격은, 여행 첫날 밤 클락키에서 아주 사소한 형태로 체감되었다. 바로 일본식 홋카이도 아이스크림이었다.

클락키의 밤은 생각보다 덥고 습했다. 기온 자체가 견디기 힘들 정도는 아니었지만, 강을 따라 모여든 사람들과 조명, 그리고 습기가 뒤섞이면서 몸이 서서히 열을 머금는 느낌이었다. 강변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언가 시원한 것이 떠올랐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싱가포르의 번화한 강변 한복판에서 일본식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는 작은 매장이었다.


클락키 센트럴 앞, 작지만 눈에 띄는 매장

아자부 사보(Azabu Sabo)는 클락키 중심부에 있는 Clarke Quay Central 건물과 맞닿아 있는 야외 매장이다. 건물 안쪽에 숨겨진 공간이 아니라, 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야에 들어오는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러 찾지 않아도, 클락키를 걷다 보면 한 번쯤은 눈길이 가게 되는 곳이다.

매장은 크지 않았지만, 그만큼 간결했다. 불필요한 장식 없이, 아이스크림이라는 목적에만 집중한 모습이었다. 가격은 가장 작은 사이즈 기준으로 SGD 4.2.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면 저렴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관광지 한복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과하다고 느껴지지도 않는 수준이었다.

이날은 싱가포르 관광청 지원으로 함께 여행을 온 다른 블로거 한 분과 함께였고,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서 나눠 먹기로 했다. 본격적인 저녁 식사 전이기도 했고, 그저 맛만 한 번 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싱가포르에서 처음 먹은 음식이 일본 아이스크림이라는 것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웃긴 장면이기도 하다. 싱가포르에 도착해서 처음 먹은 음식이, 싱가포르 음식도 아니고 일본 홋카이도 아이스크림이었다는 사실. 하지만 여행이라는 게 늘 그렇게 흘러간다. 의도하지 않았던 선택이, 오히려 그 도시의 성격을 더 정확하게 보여주는 순간이 되기도 한다.

여러 가지 맛 중에서 고른 것은 녹차 맛이었다. 특별히 튀는 맛은 아니었지만, 지나치게 달지 않았고, 질감도 깔끔했다. 괜히 이름이 알려진 브랜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본에 충실한 맛이었다. 무엇보다 그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장소가 좋았다.

강을 따라 불어오는 바람, 물 위로 반사되는 조명, 맞은편 강둑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멀리서는 클락키의 놀이기구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까지. 아이스크림 하나를 들고 서 있었을 뿐인데, 싱가포르의 밤 풍경이 그대로 그 위에 얹혀 있었다.


‘클락키다운’ 간식이라는 생각

아자부 사보는 싱가포르의 로컬 브랜드는 아니다. 일본에서 시작된 아이스크림 가게이고, 이 자체만 놓고 보면 싱가포르다움을 논하기엔 애매한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가게는 클락키라는 공간과 꽤 잘 어울렸다.

클락키는 원래부터 한 가지 문화만으로 설명되는 장소가 아니었다. 싱가포르 강을 따라 형성된 무역의 흔적 위에, 지금은 세계 각국의 음식과 사람들이 겹겹이 쌓여 있는 공간이다. 그런 곳에서 일본 아이스크림을 먹는 경험은, 오히려 이 도시의 성격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장면처럼 느껴졌다.

무언가를 ‘현지답게’ 먹어야만 여행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도시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풍경 속에 스며드는 것, 그 자체가 여행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클락키의 아자부 사보는, 그런 방식으로 기억에 남았다.


잠깐 멈춰 서기 좋은 이유

이날 우리는 점보 씨푸드 예약 시간을 기다리며, 클락키 주변을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래서 이 아이스크림은 목적지가 아니라, 하나의 쉼표에 가까웠다. 하지만 여행에서는 이런 쉼표가 오히려 오래 기억에 남는다. 서둘러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아무 계획 없이 잠시 머물러도 되는 순간.

강가에 서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괜히 마음이 느슨해졌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인상적인 대화가 오간 것도 아니었지만, 그저 ‘지금 이 시간’이 고맙게 느껴졌다. 평소라면 쉽게 지나쳤을 장면이, 여행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 싱가포르 클락키 : 아자부 사보 (Azabu Sabo)

  • 📍 주소 : 6 Eu Tong Sen Street, #01-46, Singapore 059817
  • 📞 전화번호 : +65 6534 7178
  • 🌐 홈페이지 : http://www.azabusabo.com.sg
  • 🕒 영업시간 :
    • (토–수) 11:00 – 21:45
    • (목–금) 11:00 – 2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