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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여행 — 시부야에서 우연히 마주친 금왕하치만구 예대제(金王八幡宮例大祭)

당시에는 정확히 어떤 행사인지 몰랐지만, 나중에 확인해 보니 금왕하치만구 예대제의 행렬이었다. 금왕하치만구는 지금의 대형 상업시설과 빌딩 사이에 자리하고 있지만, 시부야가 번화가가 되기 이전부터 존재해 온 신사라고 한다. 매년 9월 중순 주말을 중심으로 열리는 이 축제는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행사로 이어져 오고 있으며, 시부야에서 오래된 전통 행사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시부야에 있는 GR 스페이스를 방문하고

시부야에 있는 GR 스페이스를 둘러본 뒤, 우리는 다시 자연스럽게 시부야역 방향으로 이동했다. 다음으로 가보려고 했던 장소는 애플스토어였다. 당시 막 공개된 아이폰17이 전시되고 있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실물을 한 번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정식으로 들어오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불과 1주일 정도 후면 한국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이었기에 반드시 들러야 할 장소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시부야까지 온 김에 한 번 들러보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고, 여행에서는 이렇게 특별할 것 없는 이유로 이동 방향이 정해지는 순간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GR 스페이스를 나와 번화가로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매장 안에서는 셔터 소리와 직원의 설명 정도만 들리던 공간이었는데, 문을 나서자마자 거리의 소음이 그대로 밀려왔다. 전광판 광고 음악과 버스킹 공연의 스피커 소리, 횡단보도 안내 방송, 그리고 한국어·중국어·영어가 뒤섞인 대화가 한꺼번에 귀에 들어왔다. 시부야는 사람이 많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했고, 공간 자체가 압축되어 있는 느낌에 가까웠다. 같은 인원이 있어도 다른 지역에서는 이렇게까지 소리가 겹치지 않는데,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다.


9월 한여름과 같은 도쿄의 날씨

리코 GR 스페이스에서 시부야역 방향으로 잠깐 걸었을 뿐인데 9월의 도쿄 날씨는 거의 여름과 같았다. 달력만 보면 가을의 초입이지만 체감은 여전히 8월이었다. 공기에는 습기가 가득했고, 몇 분 걷지 않았는데도 등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건물 사이로 바람이 잘 통하지 않아 열기가 빠져나가지 않는 느낌이었고, 그늘에 들어가도 시원해지지 않았다. 한국의 더위가 햇빛 때문에 덥게 느껴진다면, 도쿄의 더위는 공기 자체가 무겁게 달라붙는 종류에 가까웠다.

게다가 시부야는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스크램블 교차로 앞에 도착하자 그 사실을 바로 체감하게 된다. 신호가 바뀌는 순간 사방에서 동시에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잠시 멈춰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흐름에 섞여 걸어야 했고, 내가 걷는 속도라기보다 군중의 속도로 이동하게 된다.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 지도 앱을 보며 방향을 확인하는 관광객, 빠르게 건너는 직장인들이 뒤섞이며 교차로 전체가 하나의 파도처럼 움직였다. 발걸음을 멈추면 뒤에서 바로 사람이 닿을 정도의 밀도였고, 신호가 끝날 무렵에는 마치 물살이 빠지듯 한 번에 길이 비워졌다.

사람이 많은 공간이 언제나 편안한 것은 아니지만, 시부야에 온 이상 피할 수 없는 장면이기도 했다. 오히려 이 교차로를 직접 건너지 않았다면 시부야에 왔다고 말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화면이나 사진으로 보던 장면이 실제 공간과 정확히 겹쳐지는 순간이었고, 그만큼 현실감이 강하게 남았다.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던 시부야 거리

스크램블 교차로를 지나 애플스토어 방향으로 이동하던 중 거리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사람이 더 많아진 정도라고 생각했지만, 곧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부 도로에는 차량 진입이 통제되어 있었고, 경찰과 안전요원들이 교차로 모서리에 서 있었다. 평소라면 차량이 지나가야 할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 서 있었고,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더 가까이 가자 일본 전통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피(はっぴ)를 입은 참가자들이 줄지어 이동하고 있었고, 어깨에는 수건을 두른 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길가에서는 스마트폰을 들고 촬영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이미 자리를 잡고 서 있는 지역 주민들이 보였다. 상점 앞에 서서 구경하는 사람들, 어린아이 손을 잡고 기다리는 가족들까지 자연스럽게 모여들면서 거리가 하나의 행사 공간으로 바뀌어 있었다. 관광객만 모인 분위기가 아니라, 평소 생활하던 사람들이 그대로 참여하고 있는 장면에 가까웠다.


시부야 금왕 신사 축제 (金王八幡宮例大祭)

당시에는 정확히 어떤 행사인지 몰랐지만, 나중에 확인해 보니 금왕하치만구 예대제의 행렬이었다. 금왕하치만구는 지금의 대형 상업시설과 빌딩 사이에 자리하고 있지만, 시부야가 번화가가 되기 이전부터 존재해 온 신사라고 한다. 매년 9월 중순 주말을 중심으로 열리는 이 축제는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행사로 이어져 오고 있으며, 시부야에서 오래된 전통 행사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잠시 후 미코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어깨에 메고 이동하는 신을 모신 가마였는데, 움직일 때마다 나무 구조물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동시에 “왓쇼이(わっしょい)”라는 구호가 반복되었다. 일정한 박자로 가마가 위아래로 흔들리며 앞으로 나아갔고, 그 진동이 아스팔트를 통해 발바닥으로 전달되는 것이 느껴졌다. 단순히 보는 행렬이 아니라 주변 공간 전체가 함께 움직이는 느낌에 가까웠다.

행렬이 가까워지자 공기 분위기도 달라졌다. 길가에서는 야키소바와 타코야키를 굽는 냄새가 섞여 올라왔고, 아이들이 작은 깃발을 흔들며 따라 걸었다. 안전요원이 손짓을 하면 사람들이 한 발짝씩 뒤로 물러났고, 미코시가 지나가면 다시 앞으로 모였다. 전광판 광고와 음악이 계속 흐르는 시부야 한복판에서 전통 구호 소리가 울려 퍼지는 장면은 묘하게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네온사인 아래를 지나가는 전통 가마의 모습은 사진보다 실제 장면이 훨씬 인상적으로 남았다.


우연히 지나치면서 볼 수 있었던 시부야의 거리 축제

처음에는 계획에 없던 상황이라 잠시 멈춰 서서 바라볼 뿐이었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이동을 서두르기보다 행렬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특정 행사장을 찾아간 것이 아니라 이동 중에 마주친 장면이었기에 더 기억에 남았다. 관광객을 위해 준비된 공연이라기보다, 원래 존재하던 지역 행사 속에 우리가 잠시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한국에서도 가을이면 축제가 많지만, 이곳에서는 생활 공간과 축제가 분리되어 있지 않았다. 상점은 평소처럼 영업을 하고 있었고, 길을 지나던 사람도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멈춰 행렬을 바라봤다. 시부야라는 도시를 떠올리면 대형 쇼핑몰과 전광판이 먼저 생각되지만, 그 중심에서 이런 전통 행사를 보게 되었다는 사실이 인상 깊게 남았다.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이 오히려 도시를 더 분명하게 이해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행렬이 지나간 뒤 다시 이동하면서 스크램블 교차로를 한 번 더 건너게 되었다. 같은 장소였지만 조금 전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여전히 사람은 많았고 전광판에서는 광고 영상이 반복되고 있었지만, 바로 전에 그 길을 지나갔던 미코시의 모습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시부야는 최신 유행과 소비의 중심지로만 인식되기 쉽지만, 그 아래에는 오래 이어져 온 지역 문화가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 순간이었다.

애플스토어로 향하던 단순한 이동이었지만, 결국 기억에 남은 것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거리의 소리와 움직임이었다. 여행이란 특정 장소를 확인하는 일이 아니라 그 공간이 살아 움직이는 방식을 잠시 체험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획하지 않았던 짧은 우회가 오히려 시부야를 가장 또렷하게 기억하게 만들어 준 시간이었다.


📌 금왕하치만구(金王八幡宮)

  • 📍 주소 : 3-5-12 Shibuya, Shibuya-ku, Tokyo, Japan
  • 📞 전화번호 : +81-3-3407-1811
  • 🌐 홈페이지 : https://play-shibuya.com/
  • 🕒 운영시간 : 경내 상시 개방 (예대제는 매년 9월 중순 주말 중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