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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0월 후쿠오카 & 오무타 여행 ‘프롤로그’

이번 후쿠오카 원정은 목적이 분명했다. 베스트 덴키 스타디움에서의 공연을 중심에 두고, 최대한 무리 없이 그 일정에 맞추는 것. 그래서 숙소도 도심이 아닌 공항 국내선 근처로 정했고, 이동 동선 역시 공연 시간에 맞춰 단순하게 구성했다. 이동으로 체력을 소모하기보다는, 공연을 제대로 보고 돌아오는 데 집중하는 방식이었다.

정신없이 흘러가버린 10월이라는 시간

10월은 유난히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 달이었다. 달력을 넘겨보면 분명 추석 연휴도 있었고,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구간이 있어 보이기도 했지만, 막상 돌아보면 ‘쉰다’는 감각과는 거리가 먼 시간들이 이어졌다. 연휴를 연휴답게 보내기보다는 개인적인 일정과 가족 행사, 이런저런 약속들이 겹치면서 하루하루를 소화하듯 지나보냈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달의 절반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그 와중에 공연 일정과 이동 계획, 항공권과 숙소를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겹치면서 10월은 유독 더 정신없게 느껴졌다. 일정이 많다는 건 단순히 바쁘다는 의미가 아니라, 매번 선택을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붙잡을 것인지,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것과 나중으로 미뤄도 되는 것을 계속해서 구분해야 했다. 이번 후쿠오카 원정 역시 그런 선택의 연장선 위에 놓여 있었다.


‘갈 수밖에 없는’ 일정이 만들어진 배경

이번 후쿠오카 일정이 더 촉박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공연 날짜가 유독 애매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미유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던 10월 26일 하루 전날, 서울에서는 트롯 걸즈 재팬 릴레이 콘서트가 열렸고, 그 무대를 직접 보고 나서 바로 일본으로 이동해야 하는 일정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하루만 어긋나도 전체 일정이 무너질 수 있는 구조였다.

항공권을 알아보는 과정에서도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일정이 촉박하다 보니 비교적 저렴한 항공권을 찾으려면, 공연 종료 시간과 공항 도착 시간이 아슬아슬하게 맞물리는 구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여유를 두고 이동하는 방식보다는, ‘맞춰서 움직이는’ 일정에 가까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전날 후쿠오카에 먼저 도착해 있는 방식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전 원정에서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공연장으로 달려갔던 경험이 있었고, 그때 느꼈던 촉박함과 아쉬움이 이번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개인 일정과 선택의 무게

사실 10월 중순에는 다른 선택지도 분명히 존재했다. 10월 18일, 고베에서 예정되어 있던 공연이었다. 일정만 놓고 보면 충분히 움직일 수 있는 구조였고, 마음만 먹으면 짧게라도 다녀올 수 있는 원정이었다. 고베는 예전에 아주 짧게 스쳐 지나간 기억만 남아 있는 도시였고, 언젠가 다시 한 번 천천히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던 곳이기도 했다. 거기에 미유의 공연까지 겹치니,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시기에는 개인 일정이 겹쳐 있었다. 시간을 쪼개서 움직이기에는 마음이 편치 않은 상황이었고, 무리해서 떠났다가 돌아와서 후회하는 선택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고베 원정은 포기하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짧게라도 다녀올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은 꽤 오래 마음에 남았다. 공연 하나만 보고 돌아오는 일정이었더라도, 잠깐이라도 미유를 직접 보고 오면 그 아쉬움이 조금은 채워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는, 그 선택이 완전히 헛된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 무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후 일정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마음을 졸이던 개인 일정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뒤에야 비로소 후쿠오카 원정을 준비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모든 여행 일정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질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번 후쿠오카 원정은 ‘지금 떠나도 괜찮다’는 확신을 가지고 출발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고베에 가지 못한 아쉬움은 남았지만, 그 아쉬움이 오히려 이번 여행을 더 소중하게 바라보게 만든 계기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원정의 방향, 그리고 동선

이번 후쿠오카 원정은 목적이 분명했다. 베스트 덴키 스타디움에서의 공연을 중심에 두고, 최대한 무리 없이 그 일정에 맞추는 것. 그래서 숙소도 도심이 아닌 공항 국내선 근처로 정했고, 이동 동선 역시 공연 시간에 맞춰 단순하게 구성했다. 이동으로 체력을 소모하기보다는, 공연을 제대로 보고 돌아오는 데 집중하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계획을 세우다 보니, 그대로 돌아오기에는 마음 한쪽에 여백이 남았다. 후쿠오카까지 와서, 미유의 고향인 오무타를 전혀 들르지 않고 돌아간다는 선택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정상 여유가 많지는 않았지만, 반나절이라도 시간을 내어 그 도시를 직접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만 보고 돌아오는 원정이 아니라, 이번에는 조금 더 ‘맥락’을 남기고 싶었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후쿠오카와 오무타를 함께 묶은 이번 일정이 완성되었다.


카메라가 바뀌었다는 것의 의미

이번 여행에는 이전과 분명히 다른 지점이 하나 있었다. 촬영 장비였다. 그동안은 휴대폰으로 촬영하거나, 캐논 R3를 빌려 사용하는 방식이었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내 카메라를 가지고 움직이게 되었다. 캐논 R6 Mark 2. 쉽게 결정한 선택은 아니었다. 예전에는 디지털카메라로 여행 사진을 찍다가, 한동안은 스마트폰 RAW 촬영으로 버텨왔고, 그 사이에도 계속해서 아쉬움은 남아 있었다.

결국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다시 카메라를 들기로 했다. 이번 원정이 특별해서라기보다는, 이제는 기록하는 방식 자체를 다시 정리해야 할 시점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공연도, 이동도, 도시의 풍경도 ‘남긴다’는 감각으로 바라보고 싶었다. 이 여행은 그 첫 시험대에 가까웠다. 결과가 어떻든, 적어도 이번 기록들은 이전과는 다른 밀도로 남게 될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다.


그래서, 이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번 후쿠오카 & 오무타 여행은 여유로운 휴가도, 즉흥적인 여행도 아니었다. 여러 일정과 선택이 겹친 끝에 만들어진, 꽤 현실적인 원정이었다. 촉박한 출발, 제한된 동선, 그리고 분명한 목적.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행을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그 안에 단순한 ‘이동’ 이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공연을 중심으로 움직였고, 그 공연을 가능하게 만든 선택들과 포기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 위에서, 이번 여행은 조용히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