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가 신오쿠보에 자리하고 있다 보니, 도쿄에 머무는 동안 가부키초는 자연스럽게 여러 번 지나치게 되는 동선에 포함되어 있었다. 이번에도 특별히 목적지를 정해 두고 방문한 것은 아니었지만, 숙소에서 나와 이동하다 보니 어느새 신주쿠 가부키초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이곳은 늘 저녁이나 밤에만 스쳐 지나가던 장소였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북적이는 인파, 밤이 되면 본색을 드러내는 거리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곳이었기에, 아침 시간대의 가부키초는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발걸음을 조금 늦추고, 평소와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한 가부키초를 사진으로 남겨 보기로 했다.



“도쿄 최대의 환락가, 가부키초”
가부키초는 도쿄 최대의 환락가로 알려진 곳이다. 일본 안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고, 아시아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손에 꼽히는 환락가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이곳은 밤문화의 중심지로 기능해 왔다. 자연스럽게 이곳은 낮보다는 저녁이나 밤이 훨씬 더 어울리는 장소로 인식된다.
하지만 이곳에는 꽤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이름은 분명 ‘가부키초’이지만, 정작 지금의 가부키초는 가부키와는 아무런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점이다. 가부키초라는 이름은 1948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도시 재건 과정에서 붙여진 것이다. 당시 이 일대에 가부키 극장을 중심으로 한 문화 지구를 조성하려는 계획이 있었고, 그 계획의 이름이 바로 ‘가부키초’였다.
그러나 계획은 끝내 실현되지 못했고, 가부키 극장은 들어서지 않았다. 대신 이 지역은 점차 식당과 술집, 가라오케, 클럽, 호스트바 등이 밀집한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고, 그렇게 오늘날의 가부키초가 형성되었다. 문화 지구로 시작하려던 공간이, 결과적으로는 도쿄의 밤을 대표하는 환락가로 자리 잡게 된 셈이다.


“고질라 헤드의 조성으로 밝아진 가부키초”
2015년은 가부키초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는 전환점이 된 해였다. 일본 최대 영화사인 도호(TOHO)가 이 지역에 도호 시네마와 호텔을 포함한 복합 건물을 세우면서, 건물 외벽에 고질라 헤드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이 상징적인 조형물은 단순한 관광 포인트를 넘어, 가부키초 전체의 이미지를 바꾸는 역할을 했다.
고질라 헤드가 등장한 이후, 이 일대에는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어났고, 가족 단위 방문객이나 외국인 여행자들도 비교적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실제로 과거에 비해 거리 전체가 훨씬 밝아졌고, 치안 역시 일정 부분 개선되었다는 평가가 많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가부키초의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전히 저녁이나 밤이 되면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고, 골목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특유의 분위기는 남아 있다. 지금도 이곳을 지나치다 보면 한국어로 “위험하니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지 마시오”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곤 한다. 여행자라면 여전히 조심할 필요가 있는 공간임은 분명하다.


“신주쿠 가부키초의 아침 풍경”
아침의 가부키초는 확실히 밤과는 전혀 다른 인상을 준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꺼진 거리에는 간판만이 남아 있고, 밤새 이어졌을 소음 대신 비교적 차분한 공기가 감돈다. 같은 거리, 같은 건물인데도 조명 하나가 사라졌을 뿐인데 분위기가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거리가 완전히 비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출근길로 보이는 사람들, 청소를 하는 직원들, 그리고 이미 카메라를 들고 이곳저곳을 찍고 있는 관광객들까지 섞여 있었다. 밤의 가부키초가 ‘소비의 공간’이라면, 아침의 가부키초는 하루를 정리하고 다시 준비하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평일 아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점도 눈에 띄었다. 확실히 도쿄라는 도시의 중심부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서울과 비교해도 체감되는 유동 인구의 규모가 상당했고, ‘수도 한복판’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목적지를 정하며”
가부키초의 아침 풍경을 천천히 둘러보며 걷다 보니, 다음에 어디로 가볼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바로 근처에는 드라마 심야식당의 배경으로 잘 알려진 ‘골든가이’가 자리하고 있었다. 밤에만 의미가 있을 것 같던 공간들이, 이렇게 아침에 차분한 모습으로 이어져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결국 다음 목적지는 골든가이로 정했다. 가부키초의 낮과 밤을 나눠서 바라본 것처럼, 골든가이 역시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들었다. 그렇게, 신주쿠의 아침 산책은 다음 장면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 도쿄 신주쿠 가부키초 (Kabukicho)
- 주소 : Kabukicho, Shinjuku City, Tokyo 160-0021, Japan
- 전화번호 : +81-3-3209-1111 (신주쿠 관광안내소)
- 홈페이지 : https://www.kabukicho.or.jp/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