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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여행 ― 신오쿠보에서 후지사와로, 다시 이어진 여정의 시작

그런 시나가와역에서, 이번에는 여행지에서 새롭게 맺어진 인연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 플랫폼에서 일행을 발견하고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다음 이동을 준비했다. 목적지는 후지사와역, 그리고 그곳에서 에노덴으로 갈아타 에노시마로 향하는 일정이었다.

신오쿠보역 · 시나가와역 · 후지사와역 이동기

신주쿠 교엔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제는 슬슬 다음 장소로 이동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번 일정의 다음 목적지는 에노시마였다. 도쿄 도심에서 벗어나 조금은 다른 공기를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시점이기도 했다. 공원을 나서며 숙소로 돌아가 짐을 챙긴 뒤 이동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전날 함께 공연을 보았던 분에게서 연락이 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오늘 일정으로 한국으로 귀국하는 상황이었지만, 그 분과 나만큼은 10일까지 일본에 남아 여행을 이어가기로 되어 있었다. 자연스럽게 다음 목적지를 이야기하게 되었고, 내가 에노시마로 이동할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하자, 본인도 한 번쯤은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며 괜찮다면 함께 이동하자는 제안을 해주었다. 혼자서 여행을 이어가는 것도 좋지만, 여행지에서 맺어진 인연과 하루쯤은 동선을 공유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시나가와역에서 합류하기로 약속했다.


고 이수현 씨의 이야기가 남아 있는 곳, 신오쿠보역

연락을 받았을 당시 나는 신주쿠 교엔에 있었기에, 다시 숙소로 돌아가 짐을 챙기고 이동해야 했다. 시간 계산을 해보니 신오쿠보역에서 출발해 시나가와역으로 바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동선이었다. 야마노테선을 타면 환승 없이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신주쿠를 거쳐 신오쿠보로 돌아와 숙소에서 짐을 정리한 뒤, 이번에는 신주쿠역이 아닌 신오쿠보역으로 향했다. 사실 신오쿠보역은 이번 여행에서 처음 제대로 이용해보는 역이었는데, 이 역에는 개인적으로 오래 기억에 남아 있던 사건이 하나 있다. 바로 2001년,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고 이수현 씨의 사고가 있었던 장소다.

그의 희생은 한일 양국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수현 신드롬’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오랫동안 회자되었다. 역 안에는 지금도 이를 기리는 흔적이 남아 있고, 신오쿠보라는 지역이 단순한 한인타운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여행 중 우연히 지나치는 장소 하나에도 이렇게 무거운 역사와 기억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이, 일본 여행을 할 때마다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신오쿠보역에서 시나가와역으로, 야마노테선을 타고

플랫폼에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초록색 노선의 전철이 들어왔다. 야마노테선은 도쿄를 한 바퀴 도는 순환선이기에, 어느 역에서 타더라도 ‘도쿄의 현재’를 그대로 관통하는 느낌을 준다. 신오쿠보에서 출발해 신주쿠, 시부야, 그리고 시나가와로 이어지는 구간은 특히나 도쿄의 밀도를 그대로 체감할 수 있는 동선이기도 하다.

열차에 몸을 싣고 창밖을 바라보며 달리는 동안, 문득 ‘이제 도쿄를 떠나는구나’라는 실감이 서서히 들기 시작했다.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신주쿠와 신오쿠보 일대에서 공연과 사람들 사이를 오가고 있었는데, 이제는 도시를 벗어나 바다 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첫 도쿄의 기억이 남아 있는 곳, 시나가와역

시나가와역은 나에게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장소다. 2018년, 처음 일본을 여행했을 때 나리타 공항에서 처음으로 도쿄 도심에 발을 디딘 역이 바로 이곳이었기 때문이다. 낯선 일본의 대도시를 처음 마주했던 장소이자, 모든 것이 새롭고 긴장되던 기억이 아직도 희미하게 남아 있다.

그런 시나가와역에서, 이번에는 여행지에서 새롭게 맺어진 인연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 플랫폼에서 일행을 발견하고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다음 이동을 준비했다. 목적지는 후지사와역, 그리고 그곳에서 에노덴으로 갈아타 에노시마로 향하는 일정이었다.


시나가와역에서 후지사와역까지, 도카이도선을 따라

시나가와역에서 후지사와역까지는 JR 도카이도선을 이용하면 환승 없이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다. 도쿄 도심을 벗어나 가나가와현 쪽으로 내려가는 노선으로, 창밖 풍경도 점점 빌딩 숲에서 주택가, 그리고 한층 여유 있는 풍경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이 구간은 약 40분 정도가 소요되었고, 요금은 770엔. 이동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일본의 교통비는 확실히 우리나라보다 비싼 편이다. 이 정도 거리라면 한국에서는 훨씬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을 텐데, 여행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대중교통의 효율성과 가격 정책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열차 안에서는 에노시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 여행 스타일도, 일본을 찾게 된 이유도 달랐지만, ‘지금 이 순간을 함께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의 일부가 되는 느낌이었다. 여행지에서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아니라, 다음 목적지까지 이어지는 인연이 되었다는 점에서 이 이동 시간은 더욱 의미 있게 느껴졌다.


후지사와역에 도착하자, 이제 정말 도쿄를 벗어났다는 실감이 들기 시작했다. 다음은 에노덴, 그리고 에노시마. 도시의 밀도를 지나 바다로 향하는 이 여정은, 이번 여행에서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제부터의 풍경은, 또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을 것이다.


📍 도쿄 신오쿠보역 (Shin-Okubo Station)

📍후지사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