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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여행 — 긴시초 파르코 타워레코드 ‘시스(SIS/T) 미니 라이브’

그리고 오늘의 핵심은 1:1 사진 촬영이었다. 나는 미유로 선택했다. 2월 요코하마 이후 오랜만의 투샷이었고, 어제도 기회는 있었지만 오늘을 위해 일부러 아껴두었다. 내 차례가 되어 무대로 올라가려는 순간, 미유가 먼저 내 이름을 불렀다. 그 짧은 순간이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여러 번 공연을 보러 와도, “알아봐 주는 순간”은 매번 새롭다. 내가 여기까지 온 시간이, 적어도 나 혼자만의 시간이 아니었다는 느낌. 공연을 꾸준히 보러 온다는 게 결국 이렇게 작은 장면으로 보상받는 것 아닐까 싶었다. 사진은 찰나였지만, 그 찰나가 오늘 하루의 피로를 정리해주는 느낌이었다.

긴시초로 이동하는 과정부터가 이미 ‘오늘은 체력전’이라는 신호였다. 미나미센쥬에서 긴시초까지는 전철로도 갈 수 있지만, 이상하리만치 동선이 빙 돌아가는 느낌이 강했고, 그날은 무엇보다 짐이 무거웠다. 한국에서 들고 온 쌀을 포함해서 짐의 총량이 체감상 평소의 두 배였고, 그 무게는 이동할수록 ‘괜히 욕심냈나’ 싶은 생각을 끌어올렸다. 그래서 결국 택시를 탔다. 돈은 들었지만 시간을 샀고, 체력을 샀고, 무엇보다 ‘공연 전에 마음이 무너지는 일’만은 피할 수 있었다.

파르코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타워레코드가 있는 5층으로 올라가는 동안, 내 머릿속은 이상하게도 작년 12월 9일의 기억을 자동 재생하고 있었다. 그날, 입장 시간이 갑자기 앞당겨지는 바람에 입장번호보다 늦게 들어가 버렸던 씁쓸함. “번호가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날은 분명 억울했다”는 감정이 아직 어딘가 남아 있었고, 그래서 오늘은 그 억울함을 미리 차단해두고 싶었다.

그 마음이 만든 행동이 ‘10분 일찍 대기’였다. 1시 30분 입장이라면 1시 20분에는 이미 그 근처 공기를 맡고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타입이 되어버린 것이다. 도쿄를 자주 오다 보니 동선은 익숙해졌지만, 라이브 입장만큼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특히 타워레코드 같은 공간은 무대가 작고, 관객과의 거리가 짧고, 그만큼 앞자리를 잡는 쾌감이 크다. 작은 무대일수록 숫자 하나가 체감상 더 크게 작동하고, 그 숫자 앞에서 사람은 생각보다 솔직해진다. ‘오늘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같은 기대가 슬쩍 고개를 들고, ‘또 무슨 변수가 생기면 어떡하지’ 같은 불안이 그 뒤를 따라온다. 그래서 숨을 한번 고르고, 어깨끈을 고쳐 매고, 표정은 최대한 무심한 척하면서도 귀는 스태프의 안내를 잡아먹을 듯이 세운 채로 그 시간을 기다렸다.


오후 1시 30분, 이번엔 예정대로 입장이 시작되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시간에 맞춰 입장이 진행됐다. ‘이번에는’이라는 말이 여기서 중요하다. 이미 한 번 당한 기억이 있으면,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아도 사람은 같은 공포를 한 번 더 꺼내 본다. 하지만 이번엔 스태프가 번호대로 차근차근 안내했고, 줄도 생각보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내 번호는 11번. 11번은 참 애매한 숫자다. 운이 아주 좋으면 1열을 노려볼 수도 있지만, 그 ‘아주 좋음’에는 늘 조건이 붙는다. 앞번호 사람들이 어디를 선택하느냐, 공연장 구조가 어떤 날이냐,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그 공간에서 ‘무리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느냐. 나는 무리해서 앞을 파고드는 방식으로 오늘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공연은 짧고, 기분은 길게 남는다. 그래서 오늘은 좌측 2열을 목표로 했다. 무대가 조금 더 잘 보이는 각도,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 끼어 숨이 막히지 않는 거리. 무엇보다 내 체력과 내 기분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자리. 그렇게 한 발 뒤에서, 대신 조금 더 편하게 즐기는 선택을 했다.

어제 사이타마 공연과 달랐던 건, 오늘은 다시 스탠딩이라는 점이었다. 스탠딩은 재미있지만, 동시에 사람을 좀 잔인하게 만든다. 모두가 ‘조금만 더 앞’으로 가고 싶어서 몸이 미세하게 앞으로 기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공간에서, 아주 가끔 사람을 다시 사람답게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오늘 그 장면이 있었다. 먼저 들어온 팬이 아이와 함께 온 다른 팬에게 앞자리를 양보해 준 것이다. 아이는 키가 작고, 뒤쪽에 서면 무대가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걸 보고 그냥 자신과 자리를 바꾸면서 앞자리를 내어주는 모습이 참 조용히 멋있었다. 공연장이라는 곳이 늘 경쟁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다들 같은 마음으로 같은 무대를 보러 왔다는 사실이 이런 순간에 드러난다.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오늘 이 공연이 ‘좋은 날’이 될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오후 2시, 타워레코드 특유의 ‘자유로운 공기’ 속에서 공연이 시작되었다

입장하고 나서 약 30분 정도 대기 시간이 있었다. 스탠딩으로 30분은 생각보다 길다. 다리는 서서히 무거워지고, 사람들의 어깨가 가까워지며, 나도 모르게 무게중심을 이리저리 옮기게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타워레코드의 미니 라이브는 그런 피로를 상쇄시키는 다른 장점이 있다. 어제 쇼핑몰 이벤트존에서 느꼈던 ‘과하게 조심해야 하는 공기’가 여기에는 덜하다.

타워레코드 공연은 매장 안의 작은 무대에서 진행되고, 공간이 ‘라이브를 보라고 만들어진 곳’에 가깝다. 점프 같은 과격한 동작은 제한될 수 있지만, 박수나 호응, 멤버 이름을 부르는 정도의 반응은 비교적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제약이 덜하다는 건 단순히 “더 크게 소리 낼 수 있다”의 문제가 아니라, 관객이 공연에 몰입하는 방식 자체가 더 편안해진다는 의미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2시가 되자 멤버들이 등장했고, 반가움이 먼저 올라왔다. 한 달 전에도 봤고, 어제도 봤는데, 또 반갑다. 이 감정은 설명이 어렵다. ‘새로움’이 아니라 ‘확인’에 가깝다. 내가 좋아하는 팀이 오늘도 무대 위에 있고, 그걸 나는 또 보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 그 사실 자체가 어떤 안정감을 준다. 오늘 세트리스트는 어제와 동일했다.

시작은 “う、ふ、う、ふ”. 이어서 “愛のバッテリー”, 그리고 어제 처음 공개했던 “I Can’t Stop the Loneliness”, 마지막은 “Ding Dong ください。” 흐름도 같고, 순서도 같았다. 그런데 같은 곡을 들어도 현장은 달라진다. 오늘은 도쿄 도심, 골든위크, 그리고 타워레코드라는 공간이 더해지면서 관객의 밀도가 확실히 달랐다. 뒤를 슬쩍 돌아보니, 작년 12월과 올해 2월의 긴시초 행사 때보다 더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공간이 꽉 찬 느낌은 멤버들에게도 전달됐는지, 무대 위 반응이 더 활기찼고, 그 에너지가 그대로 관객에게 되돌아왔다.

오늘의 또 다른 차이점은 의상이었다. 어제는 백색 의상이었다면, 오늘은 1집 앨범 자켓 촬영에 사용되었던 컬러감 있는 의상이 나왔다. 미유는 오렌지색, 마코토는 와인색. 이 의상은 개인적으로도 ‘오랜만’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3월 2일 KIWA 라이브 이후, 오프라인 미니 라이브에서는 처음 보는 것 같아 더 반가웠다. 의상은 공연의 분위기를 바꾸는 가장 즉각적인 장치다. 같은 노래를 같은 순서로 불러도, 색이 바뀌면 기억의 질감이 달라진다. 오늘 공연은 그 색감 덕분에, 어제와 분명히 구분되는 ‘긴시초의 하루’로 남게 될 것 같았다.


공연 후 특전 행사, 그리고 “알아봐 주는 순간”이 남긴 감정의 잔상

공연이 끝나고 특전 행사로 이어지자, 공간은 또 한 번 다른 표정으로 바뀌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한국에서 온 팬들이 더 보였고, 처음 보는 얼굴도 많았다. 그중에는 키도 크고, 분위기도 남달라서 “연예인인가?” 싶은 분도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멤버 중 한 명인 타라 리호코의 지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골든위크라는 시간대가 사람을 더 모이게 만드는 건지, 아니면 계속된 라이브가 팬층을 조금씩 넓히는 건지, 이유는 하나로 단정할 수 없지만 확실히 오늘은 ‘사람이 많았던 날’이었다. 오키나와에서 왔다는 일본 팬이 과자를 나눠주는 장면도 있었고, 그 팬이 “이케멘 어디 갔냐?” 하고 묻는 바람에, 잠깐의 소동 끝에 그분을 찾아 과자를 전달해 주는 작은 연결도 생겼다. 공연장이라는 곳이 이렇게 의외의 방식으로 사람을 묶어버린다.

특전은 순서대로 하이터치, 단체 사진 촬영, 사인회, 1:1 사진 촬영으로 진행됐다. 나는 오늘 CD를 총 4장 구입했기에 단체 사진과 1:1 사진 촬영에 참여할 수 있었다. 단체 사진 촬영에서는 멤버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특히 한국어가 되는 마코토에게 “늘 하시던 대로, 머리 때리는 포즈 부탁합니다” 같은 말을 던졌다. 그 말이 통한다는 게, 그리고 마코토가 그 맥락을 알아듣는다는 게 웃기면서도 신기했다. 작년 12월 9일 긴시초에서 단체 사진을 찍다가 우연히 이상한 자세가 찍혔고, 그게 밈처럼 굳어져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냥 한 번의 우연이, 반복되는 기억이 되고, 반복이 결국 관계의 형태가 된다. 팬활동이란 게 결국 이런 식으로 쌓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오늘의 핵심은 1:1 사진 촬영이었다. 나는 미유로 선택했다. 2월 요코하마 이후 오랜만의 투샷이었고, 어제도 기회는 있었지만 오늘을 위해 일부러 아껴두었다. 내 차례가 되어 무대로 올라가려는 순간, 미유가 먼저 내 이름을 불렀다. 그 짧은 순간이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여러 번 공연을 보러 와도, “알아봐 주는 순간”은 매번 새롭다. 내가 여기까지 온 시간이, 적어도 나 혼자만의 시간이 아니었다는 느낌. 공연을 꾸준히 보러 온다는 게 결국 이렇게 작은 장면으로 보상받는 것 아닐까 싶었다. 사진은 찰나였지만, 그 찰나가 오늘 하루의 피로를 정리해주는 느낌이었다.

이날은 아사히 아이의 생일이기도 했다. 팬들이 다 같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이 있었고, 그 열기가 오늘의 분위기와 맞물렸다. 사람도 많고, 생일도 겹치고, 무엇보다 골든위크라는 계절의 힘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준비된 300장의 CD가 완판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멤버들에게는 분명 더없이 좋은 신호였을 것이다. 짧지만 밀도가 높은 하루, 그리고 ‘한 번 더 보너스가 붙은’ 일정. 원래는 여기까지가 계획이었는데 내일 공연이 추가되면서, 오늘의 끝이 곧 내일의 시작이 되어버렸다. 그래서인지 공연이 끝난 뒤의 공기가 더 가벼웠다. “끝났지만 끝난 게 아닌 날” 특유의 가벼움. 두 번째 하이라이트는 그렇게 완성됐다.


📌 장소 정보 — 타워레코드 긴시초 파르코점

  • 📌 장소명: 타워레코드(TOWER RECORDS) 긴시초 파르코점
  • 📍 주소: 〒130-0022 Tokyo, Sumida City, Kotobashi, 4 Chome−27−14 錦糸町パルコ 5F
  • 📞 전화번호: +81-3-6659-9381
  • 🌐 홈페이지: https://tower.jp/store/kanto/KinshichoParco
  • 🕒 영업시간: 10:30 –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