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탄의 개척자(The Settlers of Catan)〉는 보드게임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 번쯤은 거쳐가는 이름이다. 1995년에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도 여전히 ‘입문과 기준점’이라는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임. 주사위, 자원, 교역, 그리고 미묘한 테이블 정치까지. 카탄은 너무 많은 게임의 출발점이 되었고,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이렇게 묻게 된다.
“카탄이랑 비슷한데, 조금 다른 게임은 없을까?”
그 질문에 꽤 흥미로운 답이 되는 게임이 바로 〈The Settlers of the Stone Age〉다. 이름에서부터 눈치챌 수 있듯, 이 게임은 카탄의 구조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배경은 훨씬 더 오래전, 석기시대다. 섬 하나를 두고 경쟁하는 대신, 무대는 세계 지도 전체로 확장된다. 출발지는 모두 동일하다. 인류의 시작점, 아프리카다.
제2회 보드게임 나잇, 선택된 게임은 ‘석기시대’
보드게임 나잇은 2월 28일을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 저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이번이 두 번째 모임이었고, 멤버는 나와 게임회사 취업을 준비 중인 친구, 그리고 이른바 ‘천재소녀’라 불리는 과 동생까지 총 세 명이었다. 지난주 워해머가 둘이서 하기에 최적화된 게임이었다면, 이번 주는 세 명이 함께할 수 있으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은 게임이 필요했다.
그렇게 선택된 장소는 익숙한 다이브다이스 대학로점, 그리고 테이블 위에 올라간 게임이 바로 The Settlers of the Stone Age였다. 카탄 시리즈라는 점에서 설명 부담도 적었고, 동시에 “카탄이랑은 좀 다르다”는 포인트가 분명한 게임이었다.
아프리카에서 시작해, 세계로 퍼져 나가는 방식
게임의 기본 구조는 카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사위를 굴려 자원을 얻고, 그 자원을 사용해 이동하고, 건설하고, 업그레이드를 한다. 하지만 이 게임이 카탄과 갈라지는 지점은 ‘정착’과 ‘이동’의 감각이다. 섬 안에서 자리를 차지하는 대신, 이 게임에서는 탐험가를 보내고 캠프를 세워 새로운 지역을 개척한다.
시작은 모두 아프리카. 거기서 유럽으로 갈지, 아시아로 갈지, 혹은 다른 대륙으로 뻗어나갈지는 전적으로 플레이어의 선택이다. 맵이 고정된 카탄과 달리, 이 게임에서는 이동 경로 자체가 전략이 된다. 어디로 먼저 나가느냐에 따라 얻는 점수, 자원, 그리고 이후의 선택지가 달라진다.
운보다 선택이 쌓이는 게임
카탄이 주사위 운과 교역의 심리전에 무게를 둔다면, 스톤 에이지는 업그레이드와 누적 선택에 조금 더 방점이 찍혀 있다. 기술 업그레이드는 단순한 보너스가 아니라, 게임 후반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어떤 업그레이드를 먼저 찍느냐에 따라 플레이 스타일이 확연히 갈린다.
실제로 그날의 게임에서도 초반 판세만 보면 승부는 이미 정해진 것처럼 보였다. 나는 파란색 말이었고, 세력 확장 면에서는 가장 뒤처져 있었다. 대신 선택한 전략은 업그레이드 중심 플레이. 당장 눈에 보이는 점수보다는, 후반에 한 번에 점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루트를 노렸다.

8:8:8, 손에 땀을 쥐는 후반전
중반을 지나면서 게임은 묘한 균형 상태에 들어갔다. 천재소녀가 먼저 앞서 나가며 승기를 잡는 듯했지만, 둘이서 은근히 견제하며 흐름을 끊어냈고, 어느 순간 점수는 8:8:8. 누구 하나 확실하게 앞서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 이어졌다.
이 게임의 재미는 바로 이 지점에서 살아난다. 마지막 몇 턴은 거의 계산 싸움이다. 이번 턴에 이걸 하면 다음 턴에 저 사람이 끝낼 수 있는가, 한 칸을 더 가는 게 이득인가, 아니면 지금 정착하는 게 맞는가. 결국 승부는 한 턴 차이로 갈렸고, 운 좋게도 마지막에 웃은 쪽은 나였다. 초반의 열세를 업그레이드로 버텨낸 선택이, 결국 후반에 큰 힘을 발휘했다.
카탄이 지루해졌다면, 충분히 한 번쯤
〈The Settlers of the Stone Age〉는 카탄을 대체하는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카탄을 충분히 즐긴 사람에게는, 분명히 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더 넓은 맵, 더 많은 이동, 그리고 조금 더 전략적인 선택. 운이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지만, 선택의 누적이 훨씬 또렷하게 결과로 돌아온다.
보드게임 나잇 2회차에 이 게임을 꺼낸 건 꽤 좋은 선택이었다.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으면서, “아, 이건 카탄이랑은 다르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게임. 다음 주에는 또 어떤 게임을 테이블 위에 올리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 날의 기억은 분명 오래 남을 것 같다.
🚩 보드게임 〈The Settlers of the Stone Age〉
- 플레이 인원 : 3~4인
- 플레이 타임 : 약 60~90분
- 장르 : 전략 / 자원 관리 / 확장형 개척 게임
- 특징 : 카탄 기반 구조 + 세계 지도 + 업그레이드 중심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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