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고층 빌딩과 복잡한 도심의 이미지가 강한 도시이지만, 실제로 여행을 하다 보면 크고 작은 공원과 광장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센트럴에는 홍콩 공원이 있고, 침사추이에는 카오룽 공원이 있으며, 홍콩 섬 동쪽의 코즈웨이 베이 일대에는 또 하나의 대표 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빅토리아 공원(Victoria Park)이다.
도심 한가운데 자리하면서도 규모가 큰 편이고, 시민들의 일상과 홍콩의 역사, 그리고 휴식 공간의 역할까지 함께 담고 있는 장소다. 관광 명소처럼 화려하게 소개되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자연스러운 홍콩의 생활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계획이 틀어지며 만나게 된 공원
이날 원래 일정은 드래곤스백 트래킹을 마친 뒤 바닷가 풍경으로 유명한 스탠리베이까지 이동하는 것이었다. 자연 풍경을 본 뒤 해안 마을까지 이어서 둘러보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행에서는 늘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긴다. 버스를 잘못 타는 바람에 다시 토테이완(To Tei Wan) 쪽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순간 계획이 완전히 꼬여버렸다. 처음에는 조금 허무한 기분도 들었다. 어렵게 트래킹을 마쳤는데 동선까지 꼬여버리니 피로감도 밀려왔다.
그렇다고 하루를 망칠 필요는 없었다. 지도를 다시 보며 이동 가능한 곳을 찾다가 자연스럽게 코스를 수정하게 되었고, 그렇게 향하게 된 장소가 바로 빅토리아 공원이었다. 여행에서는 이런 우연한 변경이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경우가 많다.


빅토리아항을 메워 만든 공원
빅토리아 공원은 단순히 오래된 공원이 아니라, 홍콩 도시 개발의 역사와도 연결된 장소다. 현재의 공원 부지는 원래 바다였다. 1950년대 빅토리아 하버 매립 사업을 통해 새롭게 확보된 땅 위에 공원이 조성되었고, 이후 지금과 같은 대형 시민공원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바다를 메워 만든 땅 위에 공원이 들어섰다는 사실은 홍콩이라는 도시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좁은 땅과 높은 인구 밀도를 극복하기 위해 바다를 넓혀 도시를 확장해온 홍콩 특유의 방식이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은 단순히 나무와 잔디가 있는 공간이 아니라, 홍콩이 어떻게 성장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도시의 한 장면이라고도 볼 수 있다.
생각보다 훨씬 큰 규모의 시민 공원
실제로 방문해 보면 빅토리아 공원은 생각보다 훨씬 넓다. 단순히 벤치 몇 개 놓인 소규모 공원이 아니라, 운동장과 산책로, 테니스장, 농구장, 수영장, 잔디 공간 등이 함께 들어선 종합 공원에 가깝다.
도심 한가운데 이런 규모의 녹지가 있다는 점이 꽤 인상적이었다. 주변에는 높은 빌딩과 상업지구가 이어지는데, 공원 안으로 들어서면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진다. 차량 소음은 한층 멀어지고, 사람들의 움직임도 조금 느긋해진다.
운동을 하는 시민, 산책을 즐기는 노년층, 벤치에 앉아 쉬는 사람들, 그늘 아래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까지. 관광지의 긴장감보다는 생활 공간 특유의 편안함이 느껴지는 장소였다.


빅토리아 여왕의 동상이 있는 공원
이름처럼 이 공원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과도 연결되어 있다. 공원 안에는 빅토리아 여왕 동상이 자리하고 있다.
원래 이 동상은 센트럴의 황후상 광장(Statue Square)에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점령기를 거치며 철거되었고, 전후 복구 과정을 거쳐 현재의 빅토리아 공원으로 옮겨졌다.
즉, 이 공원은 단순히 이름만 빅토리아가 아니라, 실제 역사적 상징물까지 이어받은 공간이다. 홍콩이 영국 식민지였던 시절의 흔적이 오늘날 시민공원 안에 자연스럽게 남아 있는 셈이다.
여행 중 이런 배경을 알고 보면 단순한 동상 하나도 조금 다르게 보이게 된다.
주말을 준비하던 공원의 풍경
내가 방문했을 때는 주말 행사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공원 곳곳에서는 무대 설치나 행사 준비가 한창이었고,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평범한 공원 풍경 속에서도 무언가 큰 행사를 앞둔 활기가 느껴졌다.
홍콩의 공원은 단순한 녹지 공간이 아니라 시민 행사가 열리는 생활 무대 역할도 한다. 특히 빅토리아 공원은 규모가 커서 각종 전시, 문화 행사, 플라워 쇼, 명절 행사 등이 자주 열리는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그래서 시기에 따라 방문할 때마다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날 수도 있다. 어떤 날은 조용한 산책 공간이고, 어떤 날은 사람들로 가득한 축제 장소가 되는 셈이다.


홍콩의 또 다른 사회 풍경을 만나는 곳
주말의 빅토리아 공원은 또 다른 의미로도 유명하다. 홍콩에서 일하는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이 휴일에 모여 시간을 보내는 대표적인 장소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특히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이 친구들과 함께 모여 식사를 하거나 담소를 나누며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홍콩이라는 도시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이루어진 국제도시임을 보여주는 현실적인 풍경이기도 하다.
처음 보는 여행자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지만, 오히려 이런 장면이야말로 관광지 사진만으로는 알 수 없는 홍콩의 진짜 모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틴하우역에서 바로 닿는 접근성
빅토리아 공원은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가장 가까운 역은 틴하우(Tin Hau)역으로, 출구에서 길만 건너면 곧바로 공원으로 들어갈 수 있다. 코즈웨이 베이 중심가에서도 도보 이동이 가능해 쇼핑이나 도심 관광과 함께 묶어 들르기 좋다.
그래서 일정 중간에 잠시 쉬어가거나, 복잡한 도심 분위기에서 벗어나 숨을 고르고 싶을 때 들르기 좋은 장소다.
계획이 바뀌어도 괜찮았던 이유
처음에는 버스를 잘못 타서 하루 일정이 꼬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예상하지 못했던 빅토리아 공원에서 홍콩 시민들의 일상과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명한 전망대나 화려한 쇼핑몰만이 여행의 전부는 아니다. 때로는 이런 평범한 공원 하나가 그 도시를 더 깊게 이해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빅토리아 공원은 그런 장소였다.
📌 홍콩 코즈웨이 베이 빅토리아 공원 (Victoria Park)
- 📍 Victoria Park, Causeway Bay / Tin Hau, Hong Kong
- 📞 전화번호 : +852 2890 5824
- 🌐 홈페이지 : https://www.lcsd.gov.hk
- 🕒 운영시간 : 공원 상시 개방 (일부 시설 별도 운영)
- 🚇 MTR Tin Hau역 도보 바로 연결 / Causeway Bay에서도 도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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