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관동에서 관서까지 이어진 기록
이번 여행은 짧았지만 밀도가 높은 여행이었다. 무엇보다 ‘여행을 다녀온 뒤 바로 쓰지 못한 여행기’를 이렇게 뒤늦게 정리하고 있다는 점 자체가, 내 삶의 리듬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보통은 다녀오자마자 사진을 정리하고 동선을 복기하면서 글을 쓰는 편인데, 이번에는 2024년 11월의 여행을 2025년 12월에야 꺼내 들었다. 기록을 미루는 동안 시간이 통째로 증발한 느낌도 들고, 그 사이에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는 변명도 떠오르지만, 결국 중요한 건 하나였다. 더 늦으면 아예 못 쓸 것 같아서, 지금이라도 마침표를 찍어두자는 마음이다.
돌이켜보면, 이번 여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대로 굴러가지 않아서 더 기억에 남은’ 여행이었다. 관동에서 시작해 관서에서 끝내는 일정은 냉정하게 말하면 효율적이지 않다. 일본은 교통비가 확실히 비싼 나라이고, 특히 장거리 이동이 들어가면 체감이 더 크다. 차라리 도쿄 왕복으로 마무리하고, 관서는 관서대로 다음에 따로 오는 편이 비용만 보면 더 합리적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비효율을 감수하고서라도, 결과적으로는 ‘신칸센 첫 탑승’이라는 경험과 ‘사카이에서의 하루’라는 변수를 얻었다. 돈으로 환산하면 손해가 섞여 있을지 몰라도, 기억으로 환산하면 오히려 남는 장사였던 셈이다.
관동 파트에서도 의미가 분명했다. 도쿄는 예전에 4박 5일로 두 번이나 다녀온 적이 있어서, 유명 관광지는 대부분 경험한 상태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새로운 도쿄’를 억지로 만들기보다는, 도쿄 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쪽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고, 그 선택이 가마쿠라와 에노시마였다. 슬램덩크의 배경으로 익숙한 풍경을 실제로 걷고, 에노시마 섬을 하루 종일 ‘끝까지’ 밟아본 날은, 사진보다도 몸에 남는 기억이 더 컸다. 반대로 도쿄에서는 조죠지와 도쿄타워처럼 익숙한 명소를 “다시” 보는 방식으로, 과거의 여행 기억과 이번 여행의 시간을 이어 붙이게 됐다.
관서 파트는 더더욱 ‘변수의 힘’으로 완성됐다. 원래는 관동에서 끝낼 계획이었는데, 11월 9일 사카이에서 시스(SIS/T) 공연이 잡히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사실 공연을 포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일본에 와 있는 상태에서, 그것도 내 동선에서 ‘불가능하지 않은 거리’에 무대가 있는데 안 간다면, 나중에 후회가 더 클 것 같았다. 결국 항공권 변경 수수료를 내고, 동선을 갈아엎고, 도쿄에서 오사카로 건너가게 됐는데… 그 선택 덕분에 이번 여행이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내가 보고 싶은 장면을 직접 보러 가는 여행’이 됐다. 그게 이번 여행을 특별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다.
전체 일정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관동에서 시작해 관서에서 끝냈고, 도시는 익숙한 곳이었지만 하루하루의 내용은 전혀 익숙하지 않았다.


1. 일정 요약
- 1일차: 도쿄 입국, 카노우 미유 생일 콘서트(신오쿠보)
- 2일차: 도쿄(신주쿠 중심) → 가마쿠라 이동, 에노시마 숙박
- 3일차: 에노시마 섬 종일 일정 → 도쿄 복귀, 하마마스초 숙박(이슈 발생)
- 4일차: 도쿄역 출발 신칸센(첫 탑승) → 오사카/사카이(코프 페스타, 시스 공연) → 난바 귀환
- 5일차: 오사카 마지막 반나절(난바) → 간사이 국제공항 출국(진에어)
2. 여행의 ‘전환점’이 된 순간들
이번 여행을 돌아보면, 흐름이 바뀌었다고 느껴지는 순간은 네 번 정도 있었던 것 같다. 일정표로 보면 자연스럽게 이어진 4박 5일이었지만, 감정의 결은 그 지점들마다 분명하게 달라졌다.
첫 번째 전환점은 여행의 시작이자, 가장 감정적으로 강렬했던 1일차, 도쿄 신오쿠보에서의 카노우 미유 생일 콘서트였다.
사실 이 콘서트가 없었다면 이번 여행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공연을 중심으로 항공권을 잡았고, 일정이 만들어졌고, 이후의 모든 선택이 거기서부터 파생되었다. 여행 첫날부터 ‘관광’이 아니라 ‘사람을 보기 위해 이동하는 여행’이 되었고, 그 순간부터 이번 여행은 일반적인 일본 여행과는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다.
처음부터 감정의 온도가 높아진 상태에서 시작한 여행이었기에, 이후의 풍경과 이동 하나하나가 더 또렷하게 남았던 것 같다.

두 번째 전환점은 에노시마에서 도쿄로 돌아오던 날이었다.
에노시마는 하루가 꽉 차는 여행지였다. 섬이 크지 않다고 해서 만만하게 보면 안 되는 곳이었고, 특히 이와야 동굴을 끝으로 남쪽 바닷길까지 걸어 내려갔을 때는 “여기까지가 진짜 끝이구나” 하는 감각이 몸으로 먼저 들어왔다.
관광지의 끝자락에서 바다를 보고, 날씨가 좋아서 더 아쉬워하며 잠깐 멈춰 서 있던 그 시간은 일정표 어디에도 없는 순간이었지만, 오히려 그때가 가장 ‘여행 같았다’. 그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이후의 도쿄 일정이 더 ‘정리와 이동’처럼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세 번째이자 가장 결정적인 전환점은 도쿄 하마마스초 숙소에서의 사건 이후였다.
새벽에 울린 화재 경보는 단순 오보로 끝났지만, 여행 중에 ‘안전이 흔들리는 경험’은 생각보다 사람을 빨리 지치게 만든다. 결국 예정보다 이른 시간에 숙소를 나왔고, 도쿄역에서 몇 시간을 버텨야 했다. 맥도날드, 대합실, 플랫폼을 오가며 흘러간 그 시간은 원래 계획에 없던 공백이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그 공백 덕분에 도쿄역의 아침 풍경을 처음 제대로 볼 수 있었고, 신칸센 첫 탑승을 앞두고 긴장을 충분히 예열할 수 있었다. 의도하지 않은 시간들이 오히려 장면을 또렷하게 만들어준 셈이었다.

네 번째 전환점은 도쿄에서 오사카로 넘어간 이후, 사카이 오이즈미 녹지에서 열린 코프 페스타와 시스(SIS/T)의 무대였다.
이 무대는 일정상으로는 여행의 후반부에 불과했지만, 감정적으로는 여행 전체를 다시 한 번 정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도심에서 벗어난 녹지, 지역 주민 중심의 축제, 그 안에서 울려 퍼진 무대는 화려함과는 다른 종류의 생동감을 가지고 있었다.
1일차의 생일 콘서트가 ‘여행의 출발점’이었다면, 이 무대는 ‘이 여행이 왜 여기까지 왔는지’를 다시 확인하게 해준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일부러 사카이까지 내려오지 않았다면 절대 만날 수 없었을 장면이었고,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이렇게 돌아보면, 이번 여행은 단순히 도쿄에서 오사카로 이동한 일정이 아니라, 감정의 방향이 여러 번 꺾이고 다시 이어지면서 완성된 여행이었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에서야 정리하고 있음에도, 장면 하나하나가 아직도 또렷하게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3. 이 여행이 남긴 것
이번 여행이 특별했던 이유는, 단순히 많은 장소를 다녀왔기 때문은 아니었다. 도쿄, 가마쿠라, 에노시마, 오사카, 사카이. 지명만 놓고 보면 흔한 일본 여행의 동선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여행에는 분명한 ‘목적’과 ‘사람’이 있었다. 보러 가는 누군가가 있는 여행은, 이동의 의미부터 달라진다.
콘서트와 공연이라는 기준점이 있었기에, 하루하루의 일정은 그 전후로 자연스럽게 재편되었고, 장소들은 배경이 되었다.관광지를 소비하듯 빠르게 지나가는 여행이 아니라, 어떤 순간을 향해 이동하는 여행에 가까웠다.
카노우 미유의 생일 콘서트는 여행의 출발점이었고, 사카이에서 열린 시스(SIS/T)의 무대는 이 여행을 관통하는 이유였다. 그 사이에 있었던 수많은 이동, 숙소, 식사, 우연한 사건들까지도 결국은 하나의 흐름 안에 묶였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어디를 갔는가”보다 “왜 거기까지 갔는가”가 더 또렷하게 남는다.
또 하나 남은 것은, 여행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였다. 예전에는 비용을 아끼는 것, 최대한 많은 장소를 찍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시간의 밀도와 경험의 깊이가 더 중요해진 것 같다. 신칸센 비용은 비쌌지만, 그 시간을 통해 얻은 감각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었다.
사카이까지 내려가 공연을 본 선택도, 효율만 따지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여행을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시켜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여행기를 거의 1년이 지나서야 정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의미가 있다. 그만큼 바쁘게 흘러온 시간 속에서도, 결국 다시 돌아와 이 여행을 꺼내 보게 되었다는 것.
사진을 정리하고, 기억을 더듬으며 글로 남기는 과정에서, 이 여행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설명하는 조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동에서 시작해 관서에서 끝난 4박 5일. 조금 비효율적이었고, 예상치 못한 변수도 많았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아마도, 앞으로의 여행들에서도 이 여행은 기준점처럼 남게 될 것 같다.

4. 비용 결산
이번 여행은 변수가 있었던 만큼 불필요한 비용도 섞여 들어갔다. 특히 항공권 변경 수수료는 ‘계획을 바꾼 대가’로 확실히 찍히는 항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숙소를 최대한 저렴하게 잡았고, 큰 지출을 필요한 지점에만 쓰는 방식으로 조절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총액이 폭발하지는 않았다.
- 항공권(진에어): 317,300원
- 항공권 변경 수수료: 121,500원
- 숙소(4박): 150,989원
- 신칸센(도쿄역→신오사카역): 155,100원(KLOOK)
- TYO-NRT(나리타공항→도쿄역): 1,500엔
- 유심(5일/일 2GB): 13,900원
- 카노우 미유 SAY 공연 티켓: 5,940엔
식비/현지 교통비/기념품은 따로 적지 않았다. 어차피 한국에서 생활해도 쓰게 되는 소비가 섞여 있고, 여행 비용을 ‘완전 회계’로 만들면 여행의 감정이 너무 건조해지는 느낌이 있어서다. 대신 이번 여행을 통해 확실히 느낀 건, 예전처럼 “무조건 싸게”만이 목표가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은 오히려 같은 하루를 쓰더라도 경험의 밀도를 올리고, 시간을 절약해서 더 많이 보고 더 오래 기억하는 쪽이 더 중요해진 것 같다. 돈과 시간이 비례하는 순간이 많아서 고민이 생기긴 하지만, 적어도 이번 여행에서는 그 선택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고 느낀다.

5. 전체 목차 정리
아래는 이번 여행기의 전체 흐름을 날짜별로 묶어 정리한 목록이다. 지금 다시 보니, 정말 많이도 쪼개서 기록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렇게 쌓아두었기 때문에, 10개월이 지나도 그때의 장면을 다시 꺼내볼 수 있었다.
1일차 (2024년 11월 6일)
- 도쿄 여행 들어가기
- 인천공항 출국절차 / 유심 수령
- 인천공항→나리타공항(진에어) / 나리타 입국
- 7뱅크 ATM / TYO-NRT 버스
- 긴자→신오쿠보 / 신주쿠 고질라 헤드
- 신오쿠보 숙소 / 신오쿠보 거리 / 세븐일레븐 편의점 / 카노우 미유 콘서트 / 불막열삼 한식
2일차 (2024년 11월 7일)
- 신주쿠(맥도날드 맥모닝/가부키초/골든가이/애플스토어)
- 미슐랭 소바 콘지키호토토기스 / 신주쿠 교엔 / 스타벅스
- 도쿄→가마쿠라 이동 / 에노덴 / 가마쿠라 고교 앞
- 에노시마 숙소 / 쇼난 모노레일 / 오후나 저녁
- 가마쿠라 주변의 밤 풍경
3일차 (2024년 11월 8일)
- 에노시마(해변/섬/나카미세/신사/류렌노카네/이와야 동굴)
- 에노시마 남쪽 바닷가 / 에노시마 씨 캔들
- 도쿄 복귀(하마마스초)
- 조죠지 / 프린스 시바 공원
- 유키무라 / 도쿄역 캐릭터 스트리트 / HANDS / 스타벅스
- 신칸센 티켓 확인 / 그랑스타 / 하마마스초 숙소(이슈)
4일차 (2024년 11월 9일)
- 도쿄역 맥도날드 / 에키벤
- 신칸센(도쿄→신오사카)
- 신오사카→난바 이동 / 난바 숙소(MIYABI)
- 꽃집 하나지로 / 신카나오카 이동 / 오이즈미 녹지
- 코프 페스타 & 시스 공연
- 난바 도톤보리 / 요시노야
5일차 (2024년 11월 10일)
- 도톤보리 스타벅스×츠타야 / 킨류라멘
- 도구야스지 / 덴덴타운 코토부키야
- 나나의 그린티
- 난바→간사이 국제공항
- 간사이 국제공항 출국(진에어) / 인천 도착

6. 마무리
이번 여행의 결론은 단순하다. 계획은 틀어졌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관동에서 관서로 넘어가는 비효율적인 구조 덕분에 신칸센을 탔고, 사카이라는 낯선 도시의 공원에서 공연을 보며 ‘내가 좋아하는 장면’을 직접 건져 올렸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난바에서 공항으로 조용히 돌아오면서, 여행이 끝나갈 때만 느껴지는 특유의 공허함과 정리되는 감정을 제대로 맛봤다.
이제 이 글로, 2024년 11월의 도쿄-오사카 여행기는 완전히 끝이다. 다음 여행은 또 어떤 변수로 모양이 바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번 여행이 남긴 교훈은 하나다. 계획이 바뀌는 순간이 오면, 그 순간 자체가 여행의 본편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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