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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카드 위에서 시작됐다 — 보드게임 〈워해머 : 인베이젼(Warhammer : Invasion)〉

그날의 테마는 명확했다. 휴먼 제국과 카오스 진영의 대결. 워해머 세계관에서도 대표적인 대립 구도고, 게임 안에서도 성향이 뚜렷하게 갈리는 조합이다. 비유하자면, 휴먼 제국은 방어와 유지력에 강한 진영이고, 카오스는 공격과 압박이 강한 쪽이다. 스타크래프트로 치면, 제국은 단단한 테란에 가깝고, 카오스는 공격적인 프로토스 같은 느낌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르다.

워해머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체로 비슷하다. 미니어처, 페인트,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세계관. 실제로 워해머는 영국의 게임즈 워크숍이 만들어낸, 상상 이상으로 방대한 세계를 가진 전쟁 게임 시리즈다. 원래는 미니어처를 활용한 워게임으로 시작했지만, 그 세계관이 워낙 단단하다 보니 카드게임, 보드게임, 비디오게임까지 수많은 파생작이 만들어졌다. 〈워해머 : 인베이젼〉은 그 세계를 카드 위로 옮겨온 게임이다.

이 게임은 LCG(Living Card Game) 방식의 카드 워게임이다. 카드로 전투를 하고, 카드로 자원을 굴리며, 카드로 전쟁의 흐름을 바꾼다. 듣기만 해도 복잡해 보이지만, 막상 앉아서 몇 턴을 굴려보면 이 게임이 무엇을 하려는지는 비교적 명확하다. 상대의 진영을 무너뜨리는 것, 그것도 세 곳 중 두 곳을 먼저 파괴하면 끝이다. 목표는 단순한데, 그 과정은 전혀 단순하지 않다.


제1회 보드게임 나잇, 그리고 선택된 게임

이 게임을 처음 꺼낸 날은 2월 28일 목요일 저녁이었다. 게임회사 취업을 목표로 하던 지인이 방학을 마치고 다시 서울로 올라왔고, “그럼 매주 한 번은 보드게임을 해보자”는 아주 단순한 합의로 보드게임 나잇이 시작됐다. 아직은 사람이 많지 않았고, 첫날이기도 해서 둘이서 할 수 있는 게임이 필요했다. 그렇게 선택된 게임이 바로 워해머였다.

장소는 성균관대학교 정문 근처의 다이브다이스 대학로점. 보드게임을 구매하지 않아도 공간을 빌려 게임을 할 수 있는, 보드게이머들에게는 꽤 익숙한 장소다. 오랜만에 누군가와 마주 앉아 게임을 한다는 것 자체가 반가웠고, 그래서인지 첫 게임부터 꽤 진지하게 들어갔다.


휴먼 제국 vs 카오스, 카드 위의 전면전

그날의 테마는 명확했다. 휴먼 제국카오스 진영의 대결. 워해머 세계관에서도 대표적인 대립 구도고, 게임 안에서도 성향이 뚜렷하게 갈리는 조합이다. 비유하자면, 휴먼 제국은 방어와 유지력에 강한 진영이고, 카오스는 공격과 압박이 강한 쪽이다. 스타크래프트로 치면, 제국은 단단한 테란에 가깝고, 카오스는 공격적인 프로토스 같은 느낌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르다.

게임은 총 네 판 정도 진행됐고, 대부분의 판에서 카오스의 초반 압박은 상당했다. 특히 한 판에서는 제국의 배틀필드가 초반에 파괴되면서, 스코어상으로는 사실상 끝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남은 건 수도와 퀘스트 지역 두 곳. 병력을 나눠 배치하고, 한 턴 한 턴 버티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카드 게임인데, RTS 같은 순간이 온다

워해머 인베이젼이 재미있는 이유는, 이게 단순히 “카드를 잘 뽑는 게임”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닛을 어느 진영에 배치할지, 자원을 어디에 쓸지, 지금 공격을 갈지 아니면 한 턴 더 버틸지. 이런 선택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PC 게임에서 느끼던 감각이 올라온다. “지금 밀리면 끝난다” 같은 그 느낌 말이다.

특히 휴먼 제국의 경우, 유닛 자체의 공격력은 낮지만 이동과 방어에 특화된 능력들이 있다. 초반에는 맞고만 있는 것처럼 보여도, 잘 버티면 역습의 기회가 온다. 실제로 그날의 한 판은 거의 끝난 줄 알았던 상황에서, 영웅 유닛과 마법 카드가 연달아 터지며 흐름이 완전히 뒤집혔다. 카드 게임에서 이런 장면이 나온다는 게 꽤 인상적이었다.


전투가 끝났을 때 남는 것

결국 그 판은 휴먼 제국의 역전승으로 끝났다. 배틀필드를 잃고도 버텨냈고, 마지막에는 상대 진영 두 곳을 연달아 무너뜨렸다. 테이블 위에는 카드만 있었지만, 체감은 분명 전쟁이었다. 이기고 나서도 “아, 이건 잘 싸웠다”는 말이 먼저 나왔다.

워해머 인베이젼은 결코 가벼운 게임은 아니다. 카드 종류도 많고, 종족별 특성도 익혀야 한다. 하지만 전쟁 게임이나 전략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게임이 주는 밀도와 긴장감은 분명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1:1로 마주 앉아 천천히 전선을 밀고 당기는 느낌은, 요즘 보기 드문 경험이기도 하다.


첫 보드게임 나잇에 어울리는 선택

그날 이후로, 매주 목요일은 자연스럽게 보드게임 나잇이 되었다.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이 시작은 꽤 괜찮았다. 워해머 인베이젼은 그 시작을 상징하는 게임으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PC 앞에서 혼자 즐기는 게임과는 다른 재미. 사람과 마주 앉아, 카드 한 장 한 장에 의미를 부여하며 흘러가는 시간. 워해머 인베이젼은 그런 감각을 다시 떠올리게 해준 게임이었다.


🚩 보드게임 〈워해머 : 인베이젼(Warhammer : Invasion)〉

  • 플레이 인원 : 2인
  • 플레이 타임 : 약 60~90분
  • 장르 : 전략 / 카드 워게임 / 대전
  • 특징 : 방대한 세계관, 진영별 전술, 카드로 즐기는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