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이바에서 야경까지 보고 아키하바라로 돌아오니 피로가 한 번에 몰려왔다. 하루 동안 이동 거리도 길었고, 더위 속에서 계속 걸어 다녔기 때문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관광이 아니라 저녁식사였다. 여행 막바지의 식사는 묘하게 중요하다. 그날 하루의 기억이 어떤 분위기로 마무리되는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은 메뉴가 좋겠다고 생각했고, 결국 선택한 것은 일본식 중화요리였다.
오다이바에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미리 몇 군데를 찾아두었고,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신푸쿠 사이칸 아키하바라점(新福菜館 秋葉原店)”을 방문하기로 했다. 아키하바라의 번화가에서 약간 벗어난 위치였지만 도보 이동이 가능한 거리였고, 늦은 시간 식사로도 부담이 없는 메뉴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교토에서 시작된 라멘집, 신푸쿠 사이칸
신푸쿠 사이칸은 우리식 발음으로 “신복채관” 정도로 읽히는 곳이다. 단순한 동네 중국집 같은 이름이지만, 실제로는 교토에서 시작된 꽤 오래된 라멘 전문점이다. 특히 간장 베이스의 진한 국물로 유명한 ‘중화소바(中華そば)’가 대표 메뉴다.
일본 라멘은 지역마다 스타일이 확연히 다른데, 이곳의 특징은 돈코츠처럼 묵직하게 기름진 맛이 아니라 간장 육수의 깊은 풍미였다. 국물 색이 상당히 짙은 갈색이라 처음 보면 짜지 않을까 걱정이 들지만, 실제로는 짠맛보다 감칠맛이 먼저 느껴지는 편이다. 그리고 쫄깃한 면발이 국물과 잘 어울린다.
또 하나 유명한 메뉴가 바로 볶음밥, 즉 야키메시였다. 이 집의 볶음밥은 일반적인 일본식 차항과 달리 색이 매우 진하다. 라멘 국물에 사용하는 간장 소스를 활용해 볶기 때문에 색감 자체가 거의 검은색에 가깝다. 단순히 사이드 메뉴가 아니라 라멘과 함께 먹는 것이 하나의 정석처럼 여겨지는 메뉴였다.

입구의 식권 자판기, 그리고 예상 밖의 주문 과정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입구에 놓여 있는 식권 자판기였다. 일본 라멘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이지만, 문제는 완전히 일본어로만 표시된 구형 자판기였다는 점이었다. 말로 간단한 대화는 가능해졌지만, 한자 메뉴를 빠르게 읽어내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다가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직원은 영어 메뉴판을 꺼내주며 카운터에서 직접 주문할 수 있게 안내해주었다. 흥미로운 점은 영어 메뉴판을 받아들고도 실제 주문은 일본어로 했다는 것이다. 메뉴를 확인한 뒤 “중화소바 하나, 야키메시 하나” 식으로 말해 주문을 진행했다. 아마 직원 입장에서는 조금 이상하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일본어를 못해서 자판기를 못 쓰는 것 같더니, 결국 일본어로 주문을 해버렸으니 말이다.
그래도 덕분에 주문은 문제없이 완료되었다.



라멘, 볶음밥, 그리고 가라아게
이날 우리는 가라아게, 라멘, 볶음밥을 주문했다. 가라아게는 5조각짜리 메뉴로 선택했고, 라멘과 볶음밥은 하나씩 주문해 나누어 먹었다. 여행 중에는 여러 음식을 조금씩 먹어보는 방식이 가장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라멘은 예상대로 간장 풍미가 강했다. 첫 입에서는 짭짤하다는 인상이 들지만, 몇 숟가락 지나면 오히려 부담이 줄어든다. 국물이 묘하게 계속 손이 가는 타입이었다. 기름기가 과하지 않아 밤 늦은 시간에도 먹기 편했다.
하지만 더 인상 깊었던 것은 볶음밥이었다. 색이 매우 짙어 처음에는 간이 강할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고소함이 먼저 느껴졌다. 라멘 국물과 함께 먹으면 맛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주변 테이블을 보니 대부분 라멘과 함께 볶음밥을 주문하고 있었다. 이 조합이 이 가게의 기본 코스라는 것을 그제야 이해하게 되었다.
가라아게 역시 무난하게 맛있었다. 바삭한 튀김옷과 적당한 육즙 덕분에 라멘과 잘 어울리는 사이드 메뉴였다.


여행 마지막 밤의 저녁식사
이날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여행 마지막 날 밤의 저녁식사였기 때문이다. 여행 마지막 밤은 이상하게도 더 배가 고프다기보다 아쉬움이 커진다. 그래서인지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이 주문했던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나왔을 때는 이미 밤이 깊어 있었다. 아키하바라의 네온사인이 여전히 밝게 켜져 있었고, 관광객들도 꽤 남아 있었다. 우리는 그대로 숙소로 돌아가지 않고 근처 편의점에 들러 간식과 음료를 조금 더 구입했다. 마지막 밤을 그냥 끝내기에는 아쉬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숙소로 돌아가 늦은 시간까지 간단한 야식과 함께 하루를 정리했다. 여행에서 음식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기억을 남기는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다이바의 야경과 함께, 이 날의 저녁식사는 오래 남을 장면이 되었다.
📌 신푸쿠 사이칸 아키하바라점 (新福菜館 秋葉原店)
- 📍 주소 : 1-3-17 Kanda Izumicho, Chiyoda City, Tokyo 101-0024
- 📞 전화번호 : +81-3-5835-0209
- 🌐 홈페이지 : https://retty.me/area/PRE13/ARE11/SUB1102/100001228596/#restaurant-info
- 🕒 영업시간 : 11:00 – 15:00 / 17:30 –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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