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다시 찾은 도쿄, 계절이 바뀌어 있었다 이번 여행은 결과적으로 보면, 귀국한 지 정확히 한 달 만에 다시 도쿄를 찾은 여정이었다. 3월 31일에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4월 한 달은 비교적 조용히 휴식기를 보냈고, 그렇게 숨을 고른 뒤 5월 초에 다시 도쿄로 향하게 되었다. 여행의 간격이 길지 않았던 만큼, ‘다시 여행을 떠난다’는 느낌보다는, 잠시 일상을 벗어났다가 다시 이어지는 연장선 ...
이번에 도쿄를 벗어나 가와사키까지 이동한 가장 큰 이유는 토도로키 녹지에서 열리는 니쿠 마츠리(肉祭), 말 그대로 ‘육제’라 불리는 고기 축제를 보기 위해서였다. 도쿄 시내에서 열리는 공연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지역 행사였고, 무엇보다도 야외 녹지에서 열리는 대규모 축제라는 점이 흥미를 끌었다. 토도로키 녹지는 생각보다 훨씬 넓은 규모를 자랑하는 곳으로,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실내 체육관과 각종 스포츠 시설, 그리고 대형 이벤트를 소화할 수 ...
밥 앞에서만 생각나는 음식 멘타이코는 이상한 음식이다. 배가 고플 때 떠오르지도 않고, 밖에서 “오늘 뭐 먹지?”라고 고민할 때 선택지에 오르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집에 돌아와 밥솥을 열고, 갓 지은 밥이 남아 있는 걸 확인하는 순간, 아주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마치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어야 했던 것처럼, 밥이 멘타이코를 호출한다. 이 음식의 정체성은 철저하게 밥 이후에 시작된다는 데 있다. 멘타이코는 밥을 전제로 존재한다. 공복 ...
이번 도쿄 여행의 넷째 날이 밝았다. 전날까지는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날씨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아침이 되자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잿빛이었고, 바닥은 이미 비에 젖어 반짝이고 있었다. 오늘 오후에는 야외 공연 일정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단 하나였다. 제발 비가 그치면 좋겠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비는 예보대로 내리고 있었다. 우리나라였다면 야외 공연이 취소되었을지도 ...
저녁 식사를 비교적 이른 시간에 시작했기 때문에, 고기를 든든하게 먹고 식당을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밤은 한참 남아 있었다. 도쿄의 밤은 늘 이런 식이다. 하루 일정을 거의 다 소화했다고 생각해도, 시계를 보면 아직 집에 들어가기엔 애매한 시간이고, 그렇다고 그냥 헤어지기에는 조금 아쉬운 그런 시간대. 아마 그 미묘한 공백이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노래방에 갈래요?”라는 말이 나왔던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몸은 이미 조금 ...
긴시초로 이동하는 과정부터가 이미 ‘오늘은 체력전’이라는 신호였다. 미나미센쥬에서 긴시초까지는 전철로도 갈 수 있지만, 이상하리만치 동선이 빙 돌아가는 느낌이 강했고, 그날은 무엇보다 짐이 무거웠다. 한국에서 들고 온 쌀을 포함해서 짐의 총량이 체감상 평소의 두 배였고, 그 무게는 이동할수록 ‘괜히 욕심냈나’ 싶은 생각을 끌어올렸다. 그래서 결국 택시를 탔다. 돈은 들었지만 시간을 샀고, 체력을 샀고, 무엇보다 ‘공연 전에 마음이 무너지는 일’만은 피할 수 ...
“이쿠라를 기대하면 바로 실망한다” 스지코를 처음 만나는 사람 대부분은 이쿠라를 떠올린다. 반짝반짝한 연어알, 숟가락으로 퍼먹는 이미지, 입 안에서 터지는 감각. 그런데 스지코 앞에 앉는 순간 그 기대는 바로 어긋난다. 알은 붙어 있고, 질감은 뻣뻣하며, 색은 화려하기보다 묘하게 어둡다. 무엇보다 친절하지 않다. 떠먹으라고 존재하는 음식이 아니라, 알아서 잘라 먹으라는 태도다. 그래서 스지코는 첫인상부터 호감형이 아니다. “이게 왜 맛있지?”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
공연이 끝난 뒤, 자연스럽게 이어진 이동 미니 라이브가 마무리되고 나니 어느새 해가 기울기 시작하고 있었다. 공연장을 빠져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이제 밥을 먹으러 가야겠지”라는 말이 나왔고, 그 말에 누구 하나 반대하지 않았다. 공연 전부터 이미 점심다운 식사를 하지 못한 상태였고, 생각보다 이동도 많았던 하루였기에 다들 허기가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도, 오늘은 공연만 보고 각자 흩어지기에는 아쉬운 날이었다. 사이타마 구키라는 지역 특성상 ...
“처음부터 부담스러운 비주얼” 이쿠라는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사람을 시험한다. 초밥 위에 잔뜩 올려진 주황색 알갱이들을 보고 있으면, 이게 과연 맛있을까 싶은 생각이 먼저 든다. 예쁘다기보다는 뭔가 과하고, 반짝거리는 것도 살짝 부담스럽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쿠라는 친절한 음식이 아니다. “한 번 먹어볼래?”라고 권하기도 애매하고, 누군가가 접시를 내밀면 잠깐 망설이게 되는 그런 음식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렇게 망설이던 사람도 한 번 ...
전철을 몇 번이나 잘못 탑승한 끝에 우리는 결국 이날의 목적지인 아리오 와시노미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이타마의 주택가를 한참 지나 도착한 이 쇼핑몰은, 도쿄 도심에서 흔히 보던 복합몰과는 결이 조금 달랐다. 주변은 한적했고, 유동 인구도 비교적 차분한 편이었으며, ‘공연이 있는 날’이 아니라면 주말에도 크게 붐비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조금 일찍 도착해 쇼핑몰 내부를 여유 있게 둘러볼 수 있었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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