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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낮은 술, 모주(母酒) — 술이면서도 술 같지 않은, 가장 전주다운 한 잔

모주는 막걸리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탁주의 일종으로, 엄연히 주류로 분류되는 술이다. 다만 그 성격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술’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알코올 도수는 약 1% 내외. 거의 무알코올에 가까운 수준으로,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라기보다는 몸을 풀고 속을 달래기 위해 마시는 술에 가깝다.

이 때문에 모주는 전통주 가운데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술이지만 부담이 없고, 주류이지만 음료처럼 다가온다. 특히 전주 일대에서는 모주가 단순한 술이 아니라, 하루의 리듬과 해장의 문화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생활 음료에 가깝다.


수정과와 막걸리 사이, 전주식 모주의 풍경

전라도, 그중에서도 전주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모주는 대추, 생강, 계피 같은 한약재를 넣어 끓여낸다. 이 덕분에 색감은 짙은 갈색을 띠고, 향은 강렬하며, 첫인상은 오히려 술보다는 수정과에 가깝다. 하지만 한 모금 마시면 막걸리 특유의 곡물감과 발효의 흔적이 은근히 남아 있다.

맛은 가게마다 미묘하게 다르다. 흑설탕의 양, 계피와 생강의 비율, 대추를 넣는 시점에 따라 단맛과 향의 결이 달라진다. 어떤 집의 모주는 달고 부드럽고, 어떤 곳은 한약 향이 진해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이 차이야말로 전주 모주를 여러 번 마셔볼 이유가 된다.


‘어머니의 술’이라는 이름에 담긴 이야기

모주는 한자로 ‘어머니 모(母)’ 자를 쓴다. 이름만 보아도 이 술이 지닌 정서가 어느 정도 드러난다. 모주의 어원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전해진다.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술을 좋아하는 아들을 걱정한 어머니가 몸에 좋은 약재를 넣고 도수를 극도로 낮춰 만든 술이라는 설이다. 달고 향긋하지만 취하지 않는 술. 이름 그대로 ‘어머니의 마음이 담긴 술’이라는 해석이다.

또 다른 설은 조선시대 인목대비의 어머니인 광산부부인 노씨와 관련된다. 제주도로 귀양 간 인목대비를 두고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술을 만들어 팔았는데, 이를 ‘대비모주(大妃母酒)’라 불렀고, 이후 ‘대비’가 빠지며 모주로 굳어졌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더해, 청주를 거르고 남은 술지게미를 손님들의 요청에 따라 계속 우려내다 보니 막걸리가 되었고, 그마저도 다 짜내 끓여 만든 것이 모주가 되었다는 설도 전해진다. 이 이야기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주는 절약과 배려, 그리고 생활의 지혜에서 태어난 술이라는 점이다.


술이자 음식, 모주의 경계

흥미로운 점은 모주가 반드시 차게 마시는 술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부 지역과 가정에서는 술지게미에 물과 여러 부재료를 넣고 뜨겁게 끓여낸 형태를 모주라 부르기도 한다. 이 경우 모주는 술이라기보다는 국물 있는 음식에 가까운 존재가 된다.

이처럼 모주는 술과 음식, 음료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 경계의 모호함이야말로 모주를 전통주 중에서도 유독 독특하게 만드는 요소다.


집에서도 만드는 전주 모주

모주는 제조법이 비교적 단순해,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기도 한다. 실제로 전주 토박이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집집마다 모주 레시피가 조금씩 달랐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필수 재료

  • 술지게미 1~2kg 또는 막걸리 1.5L
  • 과일청 2~3큰술
  • 계피, 감초, 대추, 흑설탕

선택 재료

  • 오미자, 갈근(칡뿌리), 생강

제조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술지게미를 사용할 경우, 물을 같은 비율로 섞어 2일 정도 추가 발효시킨다. 막걸리를 사용할 경우 이 과정은 생략해도 된다. 이후 체에 걸러 찌꺼기를 제거하고, 준비한 약재와 당분을 넣어 약 40분간 끓인다. 마지막으로 흑설탕으로 단맛을 조절한 뒤 식히면 완성이다.

이 과정만 보아도 알 수 있듯, 모주는 술이라기보다 끓여 만드는 차에 가깝다. 그래서 더욱 부담 없이 일상에 스며들 수 있었을 것이다.


콩나물국밥과 모주, 전주의 아침 풍경

모주는 전주 콩나물국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전주에서는 오래전부터 술을 마신 다음 날 아침, 콩나물국밥을 먹으며 뜨겁게 데운 모주를 해장술로 곁들였다고 전해진다. 알코올은 거의 없지만, 따뜻한 온기와 달콤한 향이 속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 문화 덕분에 전주에서 콩나물국밥을 파는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모주를 함께 판매한다. 이제는 전주를 벗어난 지역에서도 ‘전주 콩나물국밥’ 간판을 단 곳이라면 모주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래도 전주에서 마셔야 할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주는 여전히 전주에서 마셔야 가장 전주답다. 골목의 국밥집에서, 이른 아침 김이 오르는 국밥 옆에 놓인 작은 잔의 모주. 이 조합은 레시피나 재료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모주는 전주라는 도시가 지닌 느린 리듬, 생활 밀착형 미식, 그리고 과하지 않은 풍요로움을 그대로 담고 있다. 취하려고 마시는 술이 아니라, 머물기 위해 마시는 술. 전주를 방문했다면, 꼭 한 잔쯤은 맛보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