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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여행 — 우에노에서 만난 밤, ‘이자카야 미야코’에서의 긴 저녁

이날의 저녁은 그렇게, 음식과 술, 그리고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자연스럽게 깊어졌다. 첫째 날의 일정 중에서도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시간으로 남았던 이유는, 아마도 이 자리가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들어진 만남이 아니라, 각자의 시간을 들여 도착한 자리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여행의 첫째 날을 정리하자면, 낮에는 이동과 쇼핑, 카페를 중심으로 흘러갔다면, 저녁부터는 확실히 ‘사람’이 중심이 되는 시간이었다. 저녁 7시, 우에노역 근처에서 일본 현지 지인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각기 다른 도시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우에노라는 공간에서 만나는 자리였다.

여러 명이 함께하는 자리였던 만큼, 미리 예약이 되어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예약은 현지에 거주 중인 일본 지인이 진행해 주었는데, 덕분에 복잡한 저녁 시간대에도 비교적 여유롭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우에노 아메요코 한복판, 건물 6층의 이자카야

우리가 향한 곳은 미야코 MIYAKO였다. 정식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 개별 룸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이자카야로, 아메요코 상점가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건물 자체는 아메요코 거리 특유의 다소 복잡한 분위기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고, 외관만 보면 이 안에 이런 공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평범해 보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 가게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 어디로 가는지 물었고, 예약한 가게 이름을 말하자 바로 6층으로 안내를 해주었다. 이런 작은 응대 하나만으로도, 이미 어느 정도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이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바깥의 소란스러운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공간이 펼쳐졌다. 조용하고 정돈된 분위기, 그리고 이미 준비되어 있던 룸 좌석. 예약자 이름을 확인한 뒤 우리는 곧바로 개별 룸으로 안내받았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서로 다른 도시에서 모인 사람들

이날 자리가 더 특별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단순히 국적이 다른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 지인들과, 한국에서 날아온 우리 일행이 한 테이블에 앉아 같은 음식을 나누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갔다는 점, 그리고 그 분위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에서 온 지인들 역시, 한국 안에서도 서로 다른 도시에 살고 있어 한국에서도 자주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서울, 수도권, 그리고 그 외 지역에서 각자의 일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도쿄 한복판에서야 한자리에 모이게 된 셈이었다. 한국에서도 쉽게 보지 못하던 사람들이 일본에서 다시 만난다는 상황 자체가 묘한 기분을 들게 했다.

테이블 위에서는 자연스럽게 언어가 섞였다. 어떤 대화는 한국어로, 어떤 대화는 일본어로, 또 어떤 순간에는 서로 부족한 단어를 손짓과 표정으로 채워가며 웃음으로 이어졌다. 공연 이야기, 각자의 근황, 일본과 한국에서의 생활 차이, 그리고 “다음에는 어디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같은 이야기까지, 주제는 특별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대화는 끊기지 않았다.


가고시마를 경유해 온 길, 그리고 테이블 위의 작은 선물

이날의 분위기를 더욱 부드럽게 만든 작은 에피소드도 있었다. 한국에서 온 지인 중 한 명은 도쿄로 바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가고시마를 경유해 도쿄로 올라온 일정이었다. 이동 자체도 쉽지 않았을 텐데, 오는 길에 가고시마에서만 살 수 있는 과자를 몇 가지 사 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가는 길에 생각나서 조금 사 왔어요.”라는 말과 함께 꺼내놓은 과자는, 단순한 간식 그 이상이었다. 다들 한 조각씩 나누어 먹으며, 자연스럽게 가고시마 이야기로 대화가 이어졌고, 일본인 지인들도 흥미롭게 과자를 맛보며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다. 그 순간만큼은 이자카야 테이블이 마치 작은 여행지 소개 공간처럼 변해 있었다.

이런 장면들이 쌓이면서, 이 자리는 단순한 ‘저녁 식사’라기보다는 서로의 이동 경로와 시간을 공유하는 자리가 되어갔다. 누군가는 후쿠오카에서, 누군가는 가고시마를 거쳐, 누군가는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와 이 테이블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국적보다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감각

결국 이 자리에서 가장 크게 남았던 감정은, 국적이나 언어의 차이보다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감각이었다. 일본과 한국이라는 구분보다, 각자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이 밤을 함께 보내고 있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그래서인지 가격이 어떻고, 장소가 어떻고 하는 현실적인 요소들은 그다지 크게 와닿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여러 지역, 여러 도시에서 모인 사람들이 한자리에 앉아 웃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충분히 값어치 있는 경험처럼 느껴졌다.

이날의 저녁은 그렇게, 음식과 술, 그리고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자연스럽게 깊어졌다. 첫째 날의 일정 중에서도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시간으로 남았던 이유는, 아마도 이 자리가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들어진 만남이 아니라, 각자의 시간을 들여 도착한 자리였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보다 컸던 비용, 그래도 남는 경험

분위기와 음식, 그리고 술이 이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계산도 꽤 나왔다. 약 10명 정도가 함께한 자리였고, 1인당 약 8,000엔 정도의 비용이 발생했다. 한화로 환산하면 대략 8만 원 정도로, 여행 중 식사 비용으로는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었다.

평소 비교적 저렴한 여행을 선호하는 편이라 순간적으로는 부담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 자리를 떠올려보니 단순히 식사 한 끼로만 평가하기는 어려운 시간이었다. 여러 도시, 여러 나라에서 각자의 시간을 들여 이 자리에 모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의미 있는 지출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그친 밤, 그리고 숙소로 이어진 첫째 날의 마무리

식사를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서니, 다행히도 그치지 않을 것 같던 비는 이미 멎은 상태였다. 우산을 쓰지 않고도 편하게 걸을 수 있는 밤공기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숙소로 향했다.

하지만 하루가 바로 끝나지는 않았다. 숙소 근처 편의점에 들러 간단한 야식을 사서 다시 모였고, 늦은 밤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첫째 날을 정리했다. 그렇게 여행의 첫날은, 이동과 일정으로 채워진 낮과 달리, 사람과 이야기로 가득 찬 밤으로 마무리되었다.


📌 미야코 MIYAKO (個室居酒屋 京 アメ横店)